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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규 검찰총장 “간 녹아날 정도로 힘들어” 사퇴

“합의 깨지면 어긴 쪽에서 책임인데…모든 책임은 검찰총장 한사람으로 충분”

2011-07-04 17:00:32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지난주 서울에서 개최된 ‘UN 세계검찰총장회의’를 성공적으로 마친 김준규 검찰총장이 4일 검ㆍ경 수사권조정 합의안이 검찰의 뜻에 반해 국회에서 수정 의결된 데 대한 책임을 지고 결국 사퇴했다.

김 총장은 이날 ‘검찰총장 사퇴 공식 표명’을 통해 “수사권 합의안의 국회 수정의결로 인해 힘든 상황이긴 했으나, 우리나라를 대표해 전세계 검찰총장들이 모두 모인 국제회의를 주재하는 검찰총장으로서 대한민국이 자랑스러웠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나라를 대표해서 국제회의를 주재하는 위치에서 당시로서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표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며 “누가 대신할 수도 없었고, 중요한 국제회의를 망쳐 국가적 위신을 손상시킬 수도 없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법사위 수정 의결이 있었을 때 이미 결심했다”며 사퇴를 결심한 시점이 지난 6월28일이었음을 내비치며 “국제회의장에서 웃으며 있었지만, 속으로는 ‘간’이 녹아날 정도로 힘들었다”고 당시의 고뇌를 털어놨다.

김 총장은 “이번 사태는 대통령령이냐 법무부령이냐의 문제라기보다, 사태의 핵심은 ‘합의의 파기’에 있다. 약속은 지켜져야 하고 일단 합의가 이루어졌으면 그대로 이행돼야 한다”며 “합의가 깨지거나 약속이 안 지켜지면 책임이 따라야 한다”의 당초 합의를 깨고 수정안을 통과시킨 국회를 겨냥했다.

그는 “특히, 장관들과 검찰총장, 경찰청장 등 중요 국가기관을 대표하는 사람들이 최고 국가기관 내에서 한 합의, 그리고 문서에 서명까지 해서 국민에게 공개한 약속마저 안 지켜진다면 우리나라에서 과연 어떠한 합의와 약속이 지켜질 수 있겠습니까?”고 따져 물었다.

또 “그리고, 약속이 파기된 이러한 사태에 책임지는 사람은 없고, 또한 이런 일이 그대로 넘어간다면 향후 차세대들에게 어떠한 교훈을 주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법 또한 ‘약속’이다.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 대학에서 법을 배운 이후 검사 생활 30년 동안 변함없이 간직한 ‘법언’은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것”이라며 “지켜지지 못할 합의라면 처음부터 해서도 안 되고, 합의에 이르도록 조정해도 안 되었고, 그럴 합의라면 합의를 요청했었어도 안 된다”고 거듭 국회를 지목했다.

김 총장은 “합의가 파기되면, 이를 어긴 쪽에 책임이 있다. 그러나 합의가 지켜지지 않은 현 상황에서, 누구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렇다면 검찰총장인 저라도 책임을 지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이행되지 않은데 대한 책임이라도 지겠다”고 ‘책임론’을 강조했다.

그는 “합의가 깨어지면 얼마나 큰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알아야 한다. 그리고 국민들에게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며 “특히 법집행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의 합의라면 더욱 그렇다”고 사퇴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정치권을 꼬집었다.

이어 “지난 수사권 합의는 검찰이 큰 결단을 내린 것이다. 수십 년간 계속된 국가기관 간의 소모적인 갈등을 끝내고, 범죄척결에 힘을 모으자는 뜻에서 경찰에 수사개시권을 부여하는데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장은 “합의 이후 여러분들에게 ‘합의에 대한 책임과 평가는 제가 지고 가겠다’고 말했다. 저는 후배 검사들이 사표를 내고 사의표시를 한 진정한 뜻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수고하고 지친 후배들이 책임질 일이 아니다”며 “검사들은 공직자로서 나라와 국민을 먼저 생각하고, 국민들만을 바라보고, 국민들과 생각을 같이해야 한다”고 자신이 검찰조직 수장으로서 유일한 책임자임을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크게 양보한 합의마저 파기된 현실이 원망스럽겠지만,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뜻을 받아들여야 한다. 국회의 의결은 존중되어야 한다”며 “모든 책임은 검찰총장 한사람으로 충분하다. 오늘 이 자리에서 사퇴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힌다”고 더숱였다.

이와 함께 김 총장은 “그리고 퇴임 전 검찰총장의 마지막 권한행사로 여러분들의 사직서와 사퇴의사를 모두 반려한다. 우리 검찰과 검사들은 본연의 업무에 전념해 주길 바란다”고 대검 중수부 간부들과 일부 검사들의 사퇴의사를 만류했다.

그는 “현재 대검 중수부를 비롯해 전국에서 진행 중인 저축은행 관련 비리수사를 철저히 해 주길 바란다. 검찰에서 진행되는 모든 수사는 계속 돼야 한다. 특히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 대해, 국민들은 모든 것이 밝혀지길 원한다. 끝까지 수사하고 끝장을 봐주길 바란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아울러 “수사지휘는 형사절차에서 ‘법’과 ‘법의 지배’가 어느 단계에까지 미치느냐의 문제이다. 사법경찰과 수사기관은 법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통제 없는 수사의 진행은 국민들의 생활과 재산, 그리고 신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며 “경찰이 진정 사법경찰의 수사권을 원한다면, 먼저 자치 경찰, 주민경찰로 돌아가 시민의 통제를 받고, 사법경찰을 행정경찰에서 분리시켜 국민들에 대한 보호장치를 먼저 만든 후에야 논의할 자격이 있다”고 경찰을 겨냥하기도 했다.

또한 “역사의 흐름을 거꾸로 거슬러 갈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여러분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모든 일은 국민의 뜻에 따라야 하고, 검찰은 나라를 지키고 국민을 섬기는 자세로 일해 달라는 것”이라고 검찰조직에 당부했다.

끝으로 “임기가 얼마 남지도 않았는데, 총장직에서 사퇴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돼 후배들에게 민망스럽다. 특히 대통령님께서는 지난 세계검찰총장회의에 직접 오셔서 축하해 주셨고, 나라와 검찰을 생각해 주시고 검찰총장의 위상을 세워 주시려는 말씀까지 해 주셨다.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특히 중대 국사를 위해 해외출장 중인 상태에서 부득이 이런 발표를 하게 된 점에 대해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검찰총장은 “그러나 더 이상 때를 놓칠 수는 없었다”고 사퇴의 불가피성을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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