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전문 인터넷신문=로이슈]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으로부터 5만 달러를 받았다는 ‘뇌물’ 혐의에 대해 서울중앙지법 제27형사부(재판장 김형두 부장판사)는 지난 9일 “한 전 총리에게 뇌물을 줬다는 유일한 직접증거인 곽 전 사장의 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노무현 참여정부의 국무총리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한 전 총리는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시장의 유력한 야당 후보이기 때문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법원도 지방선거 전에 집중심리제를 통해 13회의 빠른 공판을 진행했다.
결론은 곽씨가 오락가락 진술을 번복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그 진술 번복 과정을 보면 검찰 조사과정에서 강압수사와 회유가 의심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검찰의 주장 중 어느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은 게 그 반증이다.
검찰조사와 재판과정에서 곽씨가 어떻게 진술을 번복했고,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어떤 논리를 주장했는지,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는지 판결문을 통해 조목조목 짚어봤다.
◈ 곽씨의 오락가락 진술 번복…검찰 “진술 신빙성 의심 안 돼”
한명숙 전 총리 한명숙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곽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며 번복되는 것에 대해 이를 해석하는 검찰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은 확연하게 엇갈렸다.
검사는 “곽씨가 5만 달러를 ‘건네준 것 같다’고 진술하다가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증언한 것은 진술의 번복이 아니라, 새로 생각난 부분을 사실대로 증언한 것에 불과해 진술은 신빙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곽씨가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총리공관 오찬장에서 한명숙 총리에게 돈을 어떻게 건네주었는지를 명확히 기억해니지 못하다가, 2009년 12월 10일 마지막 제6회 피의자신문시 ‘다른 가구가 없어 직접 건네준 것 같다’라고 했으나, 이는 곽씨가 오찬장 내에 가구가 없다는 말을 듣고 ‘그럼 직접 건네주었던 것 같다’고 추측성 진술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검사는 “그로부터 3개월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곽씨는 2010년 3월 7일 검사실에 출석해 ‘새로 기억이 떠오른 것이 없느냐’라는 검사의 질문에 ‘조사받을 당시는 정신이 없었는데 병원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돈 봉투를 의자 위에 내려놓았고, 한 총리가 웃었다’라고 진술했고, 이후 법정에서도 그렇게 증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명숙 측에서는 진술 변화를 ‘일관성이 없다’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70세의 고령인 곽씨가 지병과 장기간에 걸친 수사로 매우 지쳐있던 상황에서 기억해내지 못하던 일을 병원에서 충분한 치료를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세세한 부분을 기억해낼 수도 있다”며 “만일 곽씨가 돈을 건넨 사실이 없다면, 병원에서 그때의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볼 이유도 없어 오히려 뇌물 공여가 사실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사는 “곽씨가 법정에서 어떤 부분에 대해 ‘...같습니다’라고 말했다가 재판장이나 변호인으로부터 ‘명확히 해 달라’는 요구를 받으면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고령과 지병으로 인해 기억력이 일반인에 미치지 못하는 곽씨가, 100%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것에 대해 확실한 것처럼 말했다가는 위증죄로 고소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절친한 관계인 피고인(한명숙) 면전에서 돈을 준 사실을 증언해야 하는 미안함과 부담감, 단순한 증인이 아닌 피고인(뇌물공여 곽영욱)으로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야 할 때의 자기방어 본능 등으로 위축돼 그와 같이 대답했을 뿐, 진술을 번복한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또 “곽씨는 위와 같은 부담감과 두려움 속에서도 ‘총리공관에서 5만 달러를 준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뚜렷이 증언했다”며 “검찰에서의 자백 등이 법정 진술과 극히 일부분이 다르다는 사유만으로 그 자백의 전체적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볼 수는 없고, 돈을 건네는 방법에 조그만 차이가 있을 뿐 돈이 건네진 사실 자체는 차이가 없어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곽씨 진술 왜 계속 번복…“검사님이 눈 부릅뜨고 다그쳐 무서워서”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오히려 곽씨가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조목조목 상기시키며 강압수사와 회유수사 의혹까지 제기하며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곽씨의 진술 번복과 법정에서 말한 그의 말을 들여다봤다.
먼저 이 사건의 수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수사검사는 수사과정에서 (대한통운 건으로) 곽씨의 계좌를 추적하다가 2004년에 처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송금하고 그 사람이 미국 뉴욕에 1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나오자, 곽씨에게 이를 한 총리에게 준 사실이 있는지 추궁했고, 곽씨가 한 총리에게 10만 달러를 줬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과 관련된 곽씨의 법정진술에 주목했다. 곽씨는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곽씨는 수사검사로부터 조사를 받고 부장검사를 만나자 “내가 무서워서 10만 불 주었다고 했는데, 사실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자신의 진술을 부인했다.
10만 달러를 줬다고 거짓말을 한 이유를 “검사님이 눈을 부릅뜨니까. 무서우니까. 나도 모르게 (줬다고) 이야기했어요”, “한 총리에게 준 것이 아니냐고 추궁을 하는데 한 총리에게 안 줘 놓고 제가 줬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검사님이 워낙 다그치니까 무서워서 그냥 10만 불을 줬다고 말했다” 또한 “검사님이 안 되면 없어도 탁 죄를 만들잖아요”, “한 총리를 줬냐고 물어봐 ‘절대 안 줬다니까’, 자꾸 준 것 아니냐고 얘기해 줬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곽씨는 2009년 11월19일 검사에게 ‘한 총리에게 3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가 거짓말이라고 진술을 바꾼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곽씨는 “구속되기 전에 변호사들로부터 다른 범죄 행위에 대해 (검사에게) 제보를 하면 아무래도 검찰이 선처를 해주지 않겠냐는 얘기를 들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시인했다.
그런데 곽씨는 구속 수감 중이던 2009년 11월24일 검사에게 “사실은 한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고 다시 진술을 바꿨는데, 그 이유에 대해 지난 3월11일 법정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곽씨는 “몸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고 세상도 안 보였다.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검사와) 면담 형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몸이 아파서 살려고 그랬다. 목숨을 살려달라고 했다. 나이가 들었어도 죽기는 싫었다. 구치소에 들어가 보면 (새벽) 3시가 됐다. 그러면 교도관들이 ‘죽어서 뒷문으로 나간다’고 그래서 몸을 우선 살려달라고 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곽씨의 진술 번복은 계속됐다. 과씨는 2010년 12월10일 검사에게 “5만 달러를 한 총리의 손에 직접 줬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가, 지난 3월11일 법정에서는 “사실은 돈을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종전의 진술을 번복한 것.
◆ 재판부 “자기 위해 모면하기 위해 허위진술 쉽게 하는 성격”
이런 곽씨의 진술 변화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한명숙)에게 돈을 줬는지 여부 및 준 돈의 액수에 관한 곽씨의 진술은 계속 바뀌어 왔고, 일관되지 못해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씨가 허위 진술한 이유를 검사가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도 검사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그대로 사실이라고 진술했으며, 그리고 다른 증거가 나타나서 검사가 다른 진술을 요구하면 다시 거기에 맞추어 새로 기억이 났다고 하면서 자세하게 진술하고 있어 곽씨 진술은 더욱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곽씨의 평소 사람됨은 자기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본인의 기억과 다른 진술을 쉽게 할 수 있는 성격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 검찰 “수사과정서 강압이나 회유 없었다”
수사검사는 수사과정에서 어떤 강압이나 회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사검사는 곽씨는 조사시 항상 변호인을 입회시켰을 뿐만 아니라, 건강상태를 고려해 가족을 입회시키고, 건강상태가 악화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배려했다는 것.
곽씨가 2009년 11월 24일 뇌물공여 사실을 자백하기까지 18일간의 출정 기록을 보면, 오전에 출석하도록 한 경우는 4번뿐이고,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조사를 받은 적은 없으며, 그 모든 과정에서 변호인이 입회했고, 또 뇌물공여를 자백하기 전까지는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지,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조사를 한 적이 없다며 강압수사나 자백강요를 부인했다.
또 “한명숙 변호인 측에서 검찰수사 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구 증권거래법위반 혐의를 이용해 곽씨와 협상하거나 회유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소위 ‘빅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정략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특히 곽씨가 법정에서 ‘검사가 무서웠다’고 말해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검찰은 “곽씨가 ‘검사가 무서웠다’라고 진술해 마치 강압수사가 있었던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나, ‘지금은 판사가 제일 무섭다’라고 진술한 것을 보면, 이는 ‘죄를 지은 사람이 수사를 받으니까 검사가 무서웠고, 재판을 받으면서는 판사가 판결을 내리니까 판사가 제일 무섭다’라는 취지의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 것에 불과할 뿐, 검사가 실제로 수사과정에서 강압수사를 해 ‘검사가 무서웠다’는 뜻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검사는 “곽씨가 자신의 진술로 인해 그 동안 친하게 지내온 한명숙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번민과 고민의 반복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친 것”이라며 “곽씨가 있지도 않은 가공의 사실을 꾸며내어 허위 자백할 이유가 전혀 없고,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진정성이 충분히 담보돼 있다”고 주장했다.
◆ 재판부 “궁박한 처지 벗어나려 검사에게 협조적 진술”
하지만 검찰의 주장은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70세의 고령인 곽씨는 지병인 당뇨병과 고혈압, 협심증의 악화 등으로 2007년 2월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아오던 중 더욱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건강이 악화돼 추가로 수술을 받았으나 완치되지 않아 평생 약물투여와 함께 정기적인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계속 구치소에 있다가는 사망한 후에나 구치소를 벗어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공포를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그런데 검사는 이런 곽씨를 더욱 압박해 그로 하여금 생사의 기로에 섰다는 느낌을 가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곽씨가 자백한 시기에 구치소를 나와서 검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갔던 시각과 조사시간을 보면 많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곽씨가 구속된 후 뇌물공여 사실을 일시적으로 시인했다가 바로 부인하기 시작했는데, 그 기간 동안 검사의 조사 종료시간을 보면 2009년 11월16일에는 오후 11시50분이고, 다음날에는 오후 9시46분이며, 뇌물공여 진술을 부인하는 조서를 작성한 11월19일에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조사를 받았다”며 “곽씨는 19일 오전 9시에 구치소를 출발해 하루 종일 검사의 추궁을 받으며 새벽 2시까지 조사와 면담으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서는 극단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추단된다”고 판단했다.
또 “검사의 심야조사는 11월23일에도 오후 11시35분까지 이루어졌으나, 곽씨가 다시 뇌물공여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한 24일에는 조사가 오후 6시30분에 매우 일찍 종료된 점도 곽씨 진술의 임의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중요 진술 자료가 기록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검사는 곽씨 진술의 임의성이 의심된다면, 검찰에서 스스로 진술한 것을 그대로 녹음ㆍ녹화한 영상녹화물을 틀어보면 그 진위가 명백히 가려질 것이라고 주장하나, 검사 주장에 의하더라도 뇌물공여의 최초 진술 및 그 이후의 부인 진술은 아무런 조서가 작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에서 곽씨는 횡령사건 조사 중에 검사가 ‘전주고 나온 놈들에게 준 돈 다 불어라’는 식의 진술을 강요했다고 진술하는데, 검사는 이와 같은 중요한 수사과정에 관해 아무런 기록도 제출하지 않고 있어, 이런 상태에서는 곽씨가 뇌물공여 사실을 자백한 진술 부분만을 녹음ㆍ녹화한 영상녹화물을 틀어본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 진술이 임의성이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종합하면 결국 곽씨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이 모두 자유스러운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보이고,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있고 구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내사를 받았던 곽씨 입장에서는 지금의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하나로서 뇌물공여 부분에 관해 검사에게 협조적인 진술을 하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어 곽씨의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고 강조했다.
◆ “돈 준 상황, 비현실적…신빙성 의심되는 정황 많아”
검찰은 또 “총리공관에서의 현장검증 결과 오찬이 끝난 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곽씨가 돈 봉투를 꺼내 의자에 내려놓고 피고인(한명숙)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간적 상황이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오찬장 주변은 특히 오찬이 종료된 무렵에는 공식적인 경호와 의전이 촘촘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고, 의전이나 오찬에서의 통상적인 관례는 총리가 먼저 문을 열고 나오고 앞서서 인도하면 참석자들을 배웅하게 되며, 게다가 오찬장 안은 밖에서 환하게 들여다보이는데 피고인이 대담하게 그런 방에서 돈 봉투를 주고받아서 서랍장에 숨겨두고 나온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배척했다.
재판부는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돈을 제공했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을 건넸다는 유일한 직접증거인 곽씨의 진술은 일관성, 임의성, 객관적 상당성이 부족하고, 곽씨의 인간됨과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정황증거들만으로는 뇌물수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에 따라 5만 달러의 대가로 인사 청탁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노무현 참여정부의 국무총리라는 상징성뿐만 아니라, 한 전 총리는 지방선거의 꽃이라 불리는 서울시장의 유력한 야당 후보이기 때문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에 법원도 지방선거 전에 집중심리제를 통해 13회의 빠른 공판을 진행했다.
결론은 곽씨가 오락가락 진술을 번복해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고, 그 진술 번복 과정을 보면 검찰 조사과정에서 강압수사와 회유가 의심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검찰의 주장 중 어느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은 게 그 반증이다.
검찰조사와 재판과정에서 곽씨가 어떻게 진술을 번복했고, 재판과정에서 검찰은 어떤 논리를 주장했는지, 이에 대해 재판부는 어떻게 판단했는지 판결문을 통해 조목조목 짚어봤다.
◈ 곽씨의 오락가락 진술 번복…검찰 “진술 신빙성 의심 안 돼”
한명숙 전 총리 한명숙 전 총리에게 5만 달러를 건넸다는 곽씨의 진술이 오락가락하며 번복되는 것에 대해 이를 해석하는 검찰의 주장과 재판부의 판단은 확연하게 엇갈렸다.
검사는 “곽씨가 5만 달러를 ‘건네준 것 같다’고 진술하다가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증언한 것은 진술의 번복이 아니라, 새로 생각난 부분을 사실대로 증언한 것에 불과해 진술은 신빙성이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또 “곽씨가 검찰조사를 받으면서 총리공관 오찬장에서 한명숙 총리에게 돈을 어떻게 건네주었는지를 명확히 기억해니지 못하다가, 2009년 12월 10일 마지막 제6회 피의자신문시 ‘다른 가구가 없어 직접 건네준 것 같다’라고 했으나, 이는 곽씨가 오찬장 내에 가구가 없다는 말을 듣고 ‘그럼 직접 건네주었던 것 같다’고 추측성 진술을 한 것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검사는 “그로부터 3개월간 병원에서 입원치료를 받은 곽씨는 2010년 3월 7일 검사실에 출석해 ‘새로 기억이 떠오른 것이 없느냐’라는 검사의 질문에 ‘조사받을 당시는 정신이 없었는데 병원에서 곰곰이 생각해보니 돈 봉투를 의자 위에 내려놓았고, 한 총리가 웃었다’라고 진술했고, 이후 법정에서도 그렇게 증언한 것”이라고 말했다.
나아가 “한명숙 측에서는 진술 변화를 ‘일관성이 없다’라고 폄하하고 있지만, 70세의 고령인 곽씨가 지병과 장기간에 걸친 수사로 매우 지쳐있던 상황에서 기억해내지 못하던 일을 병원에서 충분한 치료를 받으면서 정신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곰곰이 생각하다 보면 세세한 부분을 기억해낼 수도 있다”며 “만일 곽씨가 돈을 건넨 사실이 없다면, 병원에서 그때의 상황을 곰곰이 생각해 볼 이유도 없어 오히려 뇌물 공여가 사실이라는 점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검사는 “곽씨가 법정에서 어떤 부분에 대해 ‘...같습니다’라고 말했다가 재판장이나 변호인으로부터 ‘명확히 해 달라’는 요구를 받으면 ‘기억이 잘 나지 않습니다’라고 한 발 물러서는 듯한 태도를 보인 것은 고령과 지병으로 인해 기억력이 일반인에 미치지 못하는 곽씨가, 100% 기억이 뚜렷하지 않은 것에 대해 확실한 것처럼 말했다가는 위증죄로 고소를 당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절친한 관계인 피고인(한명숙) 면전에서 돈을 준 사실을 증언해야 하는 미안함과 부담감, 단순한 증인이 아닌 피고인(뇌물공여 곽영욱)으로서 자신에게 불리한 증언을 해야 할 때의 자기방어 본능 등으로 위축돼 그와 같이 대답했을 뿐, 진술을 번복한 것은 아니다”고 강변했다.
또 “곽씨는 위와 같은 부담감과 두려움 속에서도 ‘총리공관에서 5만 달러를 준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뚜렷이 증언했다”며 “검찰에서의 자백 등이 법정 진술과 극히 일부분이 다르다는 사유만으로 그 자백의 전체적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볼 수는 없고, 돈을 건네는 방법에 조그만 차이가 있을 뿐 돈이 건네진 사실 자체는 차이가 없어 진술의 신빙성이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 곽씨 진술 왜 계속 번복…“검사님이 눈 부릅뜨고 다그쳐 무서워서”
하지만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오히려 곽씨가 법정에서 진술한 내용을 조목조목 상기시키며 강압수사와 회유수사 의혹까지 제기하며 검찰을 곤혹스럽게 만들었다. 곽씨의 진술 번복과 법정에서 말한 그의 말을 들여다봤다.
먼저 이 사건의 수사는 이렇게 시작됐다. 수사검사는 수사과정에서 (대한통운 건으로) 곽씨의 계좌를 추적하다가 2004년에 처의 이름으로 다른 사람에게 돈을 송금하고 그 사람이 미국 뉴욕에 10만 달러를 송금한 사실이 나오자, 곽씨에게 이를 한 총리에게 준 사실이 있는지 추궁했고, 곽씨가 한 총리에게 10만 달러를 줬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이 부분과 관련된 곽씨의 법정진술에 주목했다. 곽씨는 검찰의 강압수사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발언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곽씨는 수사검사로부터 조사를 받고 부장검사를 만나자 “내가 무서워서 10만 불 주었다고 했는데, 사실은 사실이 아닙니다”라고 자신의 진술을 부인했다.
10만 달러를 줬다고 거짓말을 한 이유를 “검사님이 눈을 부릅뜨니까. 무서우니까. 나도 모르게 (줬다고) 이야기했어요”, “한 총리에게 준 것이 아니냐고 추궁을 하는데 한 총리에게 안 줘 놓고 제가 줬다고 할 수는 없잖아요. 그런데 검사님이 워낙 다그치니까 무서워서 그냥 10만 불을 줬다고 말했다” 또한 “검사님이 안 되면 없어도 탁 죄를 만들잖아요”, “한 총리를 줬냐고 물어봐 ‘절대 안 줬다니까’, 자꾸 준 것 아니냐고 얘기해 줬다고 했다”고 진술했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곽씨는 2009년 11월19일 검사에게 ‘한 총리에게 3만 달러를 줬다고 했다’가 거짓말이라고 진술을 바꾼 적이 있다. 이에 대해 곽씨는 “구속되기 전에 변호사들로부터 다른 범죄 행위에 대해 (검사에게) 제보를 하면 아무래도 검찰이 선처를 해주지 않겠냐는 얘기를 들어 거짓말을 한 것”이라고 거짓말을 시인했다.
그런데 곽씨는 구속 수감 중이던 2009년 11월24일 검사에게 “사실은 한 총리에게 5만 달러를 줬다”고 다시 진술을 바꿨는데, 그 이유에 대해 지난 3월11일 법정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곽씨는 “몸이 너무 아파서 죽을 것만 같았고 세상도 안 보였다.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검사와) 면담 형식으로 계속 이야기를 했다. 그러니까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정말로 몸이 아파서 살려고 그랬다. 목숨을 살려달라고 했다. 나이가 들었어도 죽기는 싫었다. 구치소에 들어가 보면 (새벽) 3시가 됐다. 그러면 교도관들이 ‘죽어서 뒷문으로 나간다’고 그래서 몸을 우선 살려달라고 해서 그랬다”고 진술했다.
곽씨의 진술 번복은 계속됐다. 과씨는 2010년 12월10일 검사에게 “5만 달러를 한 총리의 손에 직접 줬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진술했다가, 지난 3월11일 법정에서는 “사실은 돈을 의자에 놓고 나왔다”고 종전의 진술을 번복한 것.
◆ 재판부 “자기 위해 모면하기 위해 허위진술 쉽게 하는 성격”
이런 곽씨의 진술 변화에 대해 재판부는 “피고인(한명숙)에게 돈을 줬는지 여부 및 준 돈의 액수에 관한 곽씨의 진술은 계속 바뀌어 왔고, 일관되지 못해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곽씨가 허위 진술한 이유를 검사가 무서웠기 때문이라고 진술하고,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도 검사가 요구하는 바에 따라 그대로 사실이라고 진술했으며, 그리고 다른 증거가 나타나서 검사가 다른 진술을 요구하면 다시 거기에 맞추어 새로 기억이 났다고 하면서 자세하게 진술하고 있어 곽씨 진술은 더욱 신빙성이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곽씨의 평소 사람됨은 자기의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본인의 기억과 다른 진술을 쉽게 할 수 있는 성격임이 드러나고 있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 검찰 “수사과정서 강압이나 회유 없었다”
수사검사는 수사과정에서 어떤 강압이나 회유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수사검사는 곽씨는 조사시 항상 변호인을 입회시켰을 뿐만 아니라, 건강상태를 고려해 가족을 입회시키고, 건강상태가 악화되면 병원에서 치료를 받도록 배려했다는 것.
곽씨가 2009년 11월 24일 뇌물공여 사실을 자백하기까지 18일간의 출정 기록을 보면, 오전에 출석하도록 한 경우는 4번뿐이고, 밤 12시가 넘어서까지 조사를 받은 적은 없으며, 그 모든 과정에서 변호인이 입회했고, 또 뇌물공여를 자백하기 전까지는 충분한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했지, 자백을 강요하기 위해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조사를 한 적이 없다며 강압수사나 자백강요를 부인했다.
또 “한명숙 변호인 측에서 검찰수사 과정에서 미공개정보를 이용한 구 증권거래법위반 혐의를 이용해 곽씨와 협상하거나 회유한 것처럼 주장하고 있으나,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소위 ‘빅딜 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정략적 주장에 불과하다”고 검찰은 주장했다.
특히 곽씨가 법정에서 ‘검사가 무서웠다’고 말해 강압수사 의혹에 대해 검찰은 “곽씨가 ‘검사가 무서웠다’라고 진술해 마치 강압수사가 있었던 것으로 오해할 소지가 있으나, ‘지금은 판사가 제일 무섭다’라고 진술한 것을 보면, 이는 ‘죄를 지은 사람이 수사를 받으니까 검사가 무서웠고, 재판을 받으면서는 판사가 판결을 내리니까 판사가 제일 무섭다’라는 취지의 일반적인 이야기를 한 것에 불과할 뿐, 검사가 실제로 수사과정에서 강압수사를 해 ‘검사가 무서웠다’는 뜻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검사는 “곽씨가 자신의 진술로 인해 그 동안 친하게 지내온 한명숙에게 큰 정치적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과 그것이 불러올 사회적 파장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많은 번민과 고민의 반복을 통해 자신의 입장을 정리하는 어려운 과정을 거친 것”이라며 “곽씨가 있지도 않은 가공의 사실을 꾸며내어 허위 자백할 이유가 전혀 없고, 이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도 전혀 찾아보기 어려운 점 등을 고려하면 진정성이 충분히 담보돼 있다”고 주장했다.
◆ 재판부 “궁박한 처지 벗어나려 검사에게 협조적 진술”
하지만 검찰의 주장은 재판부를 설득하지 못했다. 재판부는 “70세의 고령인 곽씨는 지병인 당뇨병과 고혈압, 협심증의 악화 등으로 2007년 2월 수술을 받고 치료를 받아오던 중 더욱이 검찰수사를 받으면서 건강이 악화돼 추가로 수술을 받았으나 완치되지 않아 평생 약물투여와 함께 정기적인 진료를 받아야 하는 상황으로 인해 계속 구치소에 있다가는 사망한 후에나 구치소를 벗어날 수 있다는 극단적인 공포를 느꼈다고 진술하고 있다”며 “그런데 검사는 이런 곽씨를 더욱 압박해 그로 하여금 생사의 기로에 섰다는 느낌을 가지도록 했다”고 밝혔다.
또 곽씨가 자백한 시기에 구치소를 나와서 검찰청에 조사를 받으러 갔던 시각과 조사시간을 보면 많은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곽씨가 구속된 후 뇌물공여 사실을 일시적으로 시인했다가 바로 부인하기 시작했는데, 그 기간 동안 검사의 조사 종료시간을 보면 2009년 11월16일에는 오후 11시50분이고, 다음날에는 오후 9시46분이며, 뇌물공여 진술을 부인하는 조서를 작성한 11월19일에는 다음날 새벽 2시까지 조사를 받았다”며 “곽씨는 19일 오전 9시에 구치소를 출발해 하루 종일 검사의 추궁을 받으며 새벽 2시까지 조사와 면담으로 인해 생사의 기로에 서는 극단적인 두려움을 느끼게 됐을 것으로 추단된다”고 판단했다.
또 “검사의 심야조사는 11월23일에도 오후 11시35분까지 이루어졌으나, 곽씨가 다시 뇌물공여 사실을 진술하기 시작한 24일에는 조사가 오후 6시30분에 매우 일찍 종료된 점도 곽씨 진술의 임의성에 의구심을 가지게 하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중요 진술 자료가 기록되지 않은 점도 지적됐다. 재판부는 “검사는 곽씨 진술의 임의성이 의심된다면, 검찰에서 스스로 진술한 것을 그대로 녹음ㆍ녹화한 영상녹화물을 틀어보면 그 진위가 명백히 가려질 것이라고 주장하나, 검사 주장에 의하더라도 뇌물공여의 최초 진술 및 그 이후의 부인 진술은 아무런 조서가 작성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정에서 곽씨는 횡령사건 조사 중에 검사가 ‘전주고 나온 놈들에게 준 돈 다 불어라’는 식의 진술을 강요했다고 진술하는데, 검사는 이와 같은 중요한 수사과정에 관해 아무런 기록도 제출하지 않고 있어, 이런 상태에서는 곽씨가 뇌물공여 사실을 자백한 진술 부분만을 녹음ㆍ녹화한 영상녹화물을 틀어본다고 하더라도 그 자백 진술이 임의성이 있다고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종합하면 결국 곽씨의 수사기관 및 법정에서의 진술이 모두 자유스러운 상태에서 이루어진 것은 아니라고 보이고,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돼 있고 구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로 내사를 받았던 곽씨 입장에서는 지금의 궁박한 처지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의 하나로서 뇌물공여 부분에 관해 검사에게 협조적인 진술을 하려고 했을 가능성도 있어 곽씨의 신빙성에 의심이 간다”고 강조했다.
◆ “돈 준 상황, 비현실적…신빙성 의심되는 정황 많아”
검찰은 또 “총리공관에서의 현장검증 결과 오찬이 끝난 뒤 주변의 다른 사람들이 오기 전에 곽씨가 돈 봉투를 꺼내 의자에 내려놓고 피고인(한명숙)이 이를 처리할 수 있는 시간적 상황이 충분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오찬장 주변은 특히 오찬이 종료된 무렵에는 공식적인 경호와 의전이 촘촘하게 이루어지는 공간이고, 의전이나 오찬에서의 통상적인 관례는 총리가 먼저 문을 열고 나오고 앞서서 인도하면 참석자들을 배웅하게 되며, 게다가 오찬장 안은 밖에서 환하게 들여다보이는데 피고인이 대담하게 그런 방에서 돈 봉투를 주고받아서 서랍장에 숨겨두고 나온다는 것은 매우 비현실적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배척했다.
재판부는 “금품수수 여부가 쟁점이 된 사건에서 뇌물수수자로 지목된 피고인이 수수사실을 부인하고 있고 이를 뒷받침할 금융자료 등 객관적 물증이 없는 경우, 돈을 제공했다는 사람의 진술만으로 유죄를 인정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진술이 증거능력이 있어야 함은 물론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만한 신빙성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돈을 건넸다는 유일한 직접증거인 곽씨의 진술은 일관성, 임의성, 객관적 상당성이 부족하고, 곽씨의 인간됨과 그 진술로 얻게 되는 이해관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만한 신빙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나아가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정황증거들만으로는 뇌물수수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런 판단에 따라 5만 달러의 대가로 인사 청탁 부분에 대해서는 아예 판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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