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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관의 감사원장 내정은 대법원의 치욕”

대법관 스스로 대법원 명예와 권위 실추…천박한 청와대도 문제

2008-06-22 17:53:45

“대법관 자리를 내팽개치고 청와대의 제안을 받아들인 김황식 대법관의 처신이 행정부를 견제하고 사법기관의 최고 지위를 가지고 있는 대법원의 명예와 그 헌법상의 지위에 ‘먹칠’하는 최악의 선택이다. 이는 대법원의 역사에 또 하나의 치욕으로 남을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김황식 대법관을 감사원장을 내정한 것과 관련해,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소장 한상희 건국대 교수)는 20일 성명을 통해 이 같이 강도 높게 비판하며, 김 대법관과 청와대를 싸잡아 일갈했다.
김황식 대법관 참여연대는 “정말 김 대법관이 수십 년간 법관으로서 몸담아왔던 사법부와 대법관으로서 몸담아 왔던 최고 사법기관의 대법원, 그리고 동료 법률가들에 대한 일말의 애정이라도 있다면, 청와대의 감사원장 제안을 거부해야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대법관은 이미 대법원의 명예를 실추시킨 점에 대해 국민 앞에 머리 숙이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전체 법관들에게 깊이 사과하는 등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동료 대법관이나 사법부의 모든 법관들은 사법부의 권위와 명예에 대해 조금의 자존심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김 대법관의 감사원장 내정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고 혹여 사법부 내부적으로도 이런 일이 다시는 없도록 스스로 자정하는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참여연대는 “최근 여성대법관과 개혁적인 성향의 대법관의 탄생,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치는 새로운 판결 등으로 대법원과 대법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조금씩 쌓여가고 있는 와중에 나온 대법관의 감사원장 내정 사건은 대법원과 대법관에 대한 국민적 신뢰는 물론이거니와 그 명예에 치명적이자 역사적인 오점을 남기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대법원의 역사에서, 대법관이 임기를 채우지 않고 중도에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 자리를 옮긴 경우는 지난 1993년 이회창 대법관의 감사원장 취임이 유일하다.

당시 이회창 대법관은 임기를 4∼5개월 남긴 상태였고, 무엇보다 그의 ‘대쪽’이미지가 새로 출범한 김영삼 정부에서 과거의 공직비리를 척결하는 감사원장으로서 너무나 적합하였기 때문이라는 사회적 배경도 있었으나, 이번 김 대법관의 자리이동은 조금이라도 이해해 줄 명분이 없다는 게 참여연대의 판단이다.

참여연대는 “김 대법관은 아직 임기의 3년 반이나 남았고, 김 대법관이 아니면 안 될 만큼 감사원장에 가장 적임자이지도 않으며, 호남출신임을 고려해서 나온 인선이라는 보도를 보면 서글픈 생각마저 들 정도”라며 “대체 김 대법관은 대법관이라는 자리가 가지는 위상을 어떻게 보길래 이런 제안과 내정이 공공연하게 보도되게끔 처신한다는 말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서 “김 대법관이 보수적이냐 진보적이냐와 상관없이 법관으로서 더구나 최고 사법기관의 구성원으로 지켜야 할 기본적 태도를 저버리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우려돼 안타깝기 그지없으며, 대법관까지 오른 법률가의 의식이 이 정도인가라는 사실 앞에서는 절망감을 느낀다”고 실망감을 나타냈다.

또한 참여연대는 청와대도 일갈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서 청와대가 대법원, 그리고 대법관을 어떤 존재로 취급하고 있는지 드러났다”며 “청와대가 대법원과 대법관의 위상을 존중한다면, 감사원장 자리를 제안한다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얼마 전 청와대는 전국의 검사장급 이상 검찰고위간부와의 만찬을 계획한 일로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며 “이 자리에 응하려는 검찰간부들의 정치적 독립에 대한 의지도 의심받았지만, 검찰의 정치적 독립성을 존중하지 않는 청와대의 얕은 인식을 보여준 사건이었다”고 덧붙였다.
참여연대는 “그런데 이번에는 검찰뿐만 아니라 대법원과 대법관에 대한 청와대의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도 드러났다”며 “청와대는 대법원과 대법관의 독립성과 위상에 대해 일말의 존중의식이 있다면 김 대법관에 대한 감사원장 제안과 내정을 당장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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