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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헌법재판소

가정에 소홀한 남편은 아내에 이혼청구 못해

“유책배우자인 남편 이혼청구 받아들일 만한 사정없어”

2006-10-09 16:14:21

의사인 남편이 바람을 피우고, 집을 나가는 등 가족에 대한 부양의무를 제대로 하지 않아 아내가 남편 병원의 수입금을 챙겨오는 과정에서 충돌을 빚는 등으로 혼인관계가 파탄났더라도 아내가 보복 감정으로 이혼하지 않는 경우가 아니라면 유책배우자인 남편이 이혼을 청구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김홍우 수석부장판사)는 김OO(51)씨가 “보복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아내 남OO(47)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2006르402)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9일 확인됐다.
법원에 따르면 원고 김씨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던 지난 81년 대학선배이자 피고 남씨의 형부의 소개로 만나 교제하다가 83년 1월 결혼해 아들 둘을 두고 있다.

원고와 피고는 장남 출산 당시 뇌손상으로 인해 정신분열증을 앓게 돼 양육문제로 어려움을 겪기는 했으나, 원고가 소아과 의사로서 상당한 수입을 올리고 피고는 전업주부로서 아이들을 돌보고 며느리로서 시댁의 대소사를 챙기며 비교적 원만한 혼인생활을 유지했다.

그러던 중 원고가 2001년 11월부터 유OO이라는 여자와 교제했고, 피고가 2002년 5월 그 사실을 알게 돼 그 후로 원고와 피고 사이에 자주 다툼이 발생했으며, 부부싸움 도중 원고가 피고에게 폭행을 가하기도 했다.

이후 원고는 2002년 7월 피고에게 유씨와의 관계를 청산하겠다고 약속했으나, 2003년 8월에도 유씨와 전화통화를 하다가 피고에게 들켜 큰 다툼이 발생하자, 원고는 아예 짐을 싸서 집을 나가 버렸다.
그 후 피고의 요청에 따라 원고가 2003년 9월 집으로 돌아왔고, 2003년 11월에는 기존의 병원을 이전해 새롭게 개원했으며, 피고는 병원의 수납업무를 담당하면서 병원 운영을 도왔다.

그러나 그 후로도 원고와 피고의 관계가 쉽사리 회복되지 않았고, 원고는 2004년 11월 다시 집을 나가 같은 달 17일 이혼 등 조정신청을 했다.

한편 피고는 원고가 가출한 후 생활비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 원고 병원의 수입금을 챙겨오는 과정에서 원고 및 병원 간호사와 충돌을 빚기도 했다.

이에 원고는 “피고는 혼인 초부터 시댁을 기피해 제사 등에도 거의 참석하지 않았으며,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는 장남을 학대했다”며 위자료 3,000만원의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원고는 특히 “본인이 유씨와의 관계를 청산하고 가정에 충실하고자 노력했는데 피고는 원고가 유씨와 부정한 관계를 지속한다고 비난하며 부부싸움 도중 원고에게 칼을 들이대기도 하고, 원고 병원에 찾아와 폭언을 하고 행패를 부리는 등 원고를 학대하고 모욕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이에 원고는 2004년 10월 피고의 학대를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집을 나와 본가에서 지내고 있는데, 피고는 원고에 대한 애정 없이 원고 병원에 나와 영업을 방해하고 수입을 모두 챙겨가기만 하는 등 원고와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에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다”고 호소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의 여자문제 등으로 비롯된 불화로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에 적지 않은 어려움이 발생한 것으로 보이나, 원고와 피고의 혼인기간 및 피고 자신이 진심으로 혼인생활을 유지하고자 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원고와 피고의 혼인관계가 이미 회복할 수 없을 정도로 파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가사 혼인관계가 파탄에 이르렀다고 해도 그 주된 책임은 혼인생활 중 다른 여자와 교제함으로써 불화의 근본적 원인을 제공하고 그로 인해 발생한 부부 사이의 문제를 원만히 해결하지 못한 채 피고에게 폭력을 행사했을 뿐만 아니라 급기야 집을 나가 부부간의 동거, 부양, 협조 의무를 저버리고 이혼을 고집하고 있는 원고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다만 “유책배우자의 이혼 청구에 대해 상대방 배우자도 혼인관계 파탄 이후 혼인을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객관적으로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적 감정에서 이혼에 응하지 않고 있을 뿐이라는 등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예외적으로 유책배우자의 이혼청구권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가 원고 병원의 수입금을 챙겨오는 과정에서 원고 및 병원 간호사와 충돌을 빚은 것은 원고가 혼인유지기간 동안 부담해야 할 피고 및 아들들에 대한 부양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데 따른 것”이라며 “그런 사정만으로 피고가 혼인계속의 의사 없이 오기나 보복의 감정으로 이혼에 응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원고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따라서 달리 유책배우자인 원고의 이혼청구를 받아들일 만한 특별한 사정이 발견되지 않으므로, 결과적으로 원고의 이혼청구는 이유 없고, 이혼을 전제로 한 위자료 청구 및 아들에 대한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양육비 청구는 이유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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