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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변 ‘사법개혁 보고서’…사개추위 성과만 나열해 뭇매

토론자들 “민변, 고유의 의견 없다”며 한목소리로 질타

2005-12-06 23:06:22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5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개최한 『2005 한국인권보고대회』에서 민변 사법위원회 염형국 변호사의 ‘사법개혁의 성과와 한계’ 보고서가 토론자들로부터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성과만을 나열할 뿐 민변 고유의 의견이 보이지 않는다”며 뭇매를 맞았다.

염형국 변호사는 보고서에서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의 설립 과정부터 그동안 논의된 ▲국선변호제도 개선 ▲국민의 사법참여제도 도입 ▲법조인 양성제도의 변경 ▲공판중심주의에 관한 논의 ▲상고심 제도의 변경 ▲법조윤리 확립 ▲법조일원화 등을 상세하게 소개하는데 그쳤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선 민주사법국민연대 이상수 공동집행위원장은 “발표문은 사개추위의 성과를 자료형식으로 나열하고 있을 뿐 평가는 최소한에 그치고 있으며, 한계에 대한 서술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한상희 소장도 “사개추위의 작업들을 비교적 간결하고도 평이하게 요약해 정리했지 그것들이 어떻게 평가돼야 하고, 대안은 무엇인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고유한 의견이 존재하지 않아 보고서 자체에 대한 토론은 상당히 어렵다”고 실망감을 감추지 않았다.

방청객으로 참석한 사개추위 정한중 기획연구원(변호사)도 “보고서는 사개추위에서 논의된 과제들을 그대로 정리해 놓은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토론자들은 사개추위의 개혁안들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해 민변과 대조를 이뤘다.
◈ “법관 서열승진제도의 혁파는 법원개혁의 핵심”

이상수 공동집행위원장은 먼저 “사법개혁위원회의 구성과 채택한 건의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은 대법원이었고, 사법개혁 논의가 본격화되기 전 단계에서 대법원장이 상정한 5개 안건에 대해서만 사개추위가 논의해 각 의제에 대한 개혁안이 대법원의 입장에서 제시됐다”며 “결국 개혁은 대법원의 영향력을 늘리는 방향으로만 개악됐다”고 포문을 열었다.

그는 “이용훈 대법원장이 취임 이후 사법부 과거청산이 제기되고 있으나 비법조인이 참여하는 본격적인 과거청산위원회의 구성은 없고, 법원 내부의 자정 노력 정도”라며 “과거청산이 없으면 왜 사법개혁을 하는지가 불투명해지면서 개혁방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특히 “법관의 기수별 서열승진제도는 법원의 고질적인 문제의 근원임에도 이에 대한 개혁이 없다”며 “즉 법관독립 문제, 전관예우 문제, 판사의 연소화 문제, 합의부의 허구화 문제 등이 모두 법관 서열제도와 관련돼 있어 이것의 혁파는 법원개혁의 핵심”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법원행정처는 행정지원기능을 담당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연구기능과 인사기능 등을 담당함으로써 대법원 독재의 장치이며 법관독립을 해치는 주범으로 지목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판사의 출세길로 인식되고 있는 지경”이라며 “법원행정처의 기능축소와 분권화가 당연히 개혁에 포함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민의 사법참여(배심제·참심제)도입과 관련, 이 위원장은 “사개추위안은 참심제와 배심제를 기이하게 혼용함으로써 배심제의 강력한 작동을 막고 있다”며 “진정한 사법참여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배심원의 독자적인 결정을 보장하고 ▲만장일치제의 평결을 보장하며 ▲평결에 기속적 효력을 부과하고 ▲무죄평결에서 검사는 항소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일원화에 대해서도 이 위원장은 “대법원은 판사의 주류세력을 교체하는 의미의 법조일원화에는 관심이 없고, 경력 법관제를 유지한다고 하지만 법관서열승진제도의 폐지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공판중심주의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처음부터 검찰개혁에 방향이 맞추어진 것이 아니고 법원에 의한 검찰장악력 강화라는 측면이 강하게 제기돼 검찰의 반발은 필연적이었고 결국 사개추위의 타협과정에서 사개위 건의문에 있는 조서의 증거능력부인이라는 결정적인 내용이 포기됐을 뿐만 아니라 현행법보다 조서의 증거능력을 더 넓게 인정하는 개악으로 귀결됐다”고 꼬집었다.

이 위원장은 또 “대법원은 전관예우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변호사 시절 이용훈 대법원장이 4년만에 60억 원, 박시환 대법관이 2년 만에 20억 원을 치부한 것은 전관제도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단기적으로는 개업제한 조치 등 전관예우 자체를 불가능하게 하는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조인 양성제도와 관련해서도 이 위원장은 “현재 법조인 수는 매우 부족한 상황임에도 사개추위가 입학정원 1200명 수준에서 초과하지 않도록 한 것은 법조인의 과도한 영향력을 보장하는 것”이라며 “법조계에 의한 개혁의 한계를 가장 현저하게 보여주는 사개추위의 로스쿨 법률안은 개악”이라고 질책했다.

이 위원장은 끝으로 “현재까지 진행된 사법개혁은 대법원의 입장에 과도하게 충실하고 있다”며 “이런 사법개혁은 국민적 바람을 충족시킬 수 없는 만큼 사법개혁 의제를 형성하는 과정부터 개혁의 실질을 설계하는 과정에서도 국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정책법원으로서의 대법원은 헌법재판소의 존재와 정면 충돌”

한상희 소장도 국민의 사법참여제도에 대해 평가절하했다. 그는 “배심 평결에 구속력도 없고, 배심원 수 역시 범죄를 부인하는 사건의 경우 최소한 12인 이상이 돼야 하는데도 5∼9인 등 평의의 민주성을 담보할 정도를 확보하지 못하며, 평결결과는 사건기록에 편철하는 정도에 머무를 뿐 공개하지 못하는 등 국민의 사법참여를 통해 국민의 법감정이 법판단으로 결집되는 민주적 사법을 이루기보다는 오히려 법관의 법판단에 부수적이거나 보좌적인 지위 정도로 종래 관료적 법체계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소장은 또 “법조계와 학계가 로스쿨 총 입학정원 등에 입장차이가 나는 최대 원인은 법조인력의 수급에 대한 국가적 통제의 정당성 여부와 그 통제로 인해 나타나는 법률시장에서의 독점현상, 그리고 이로 인한 국민의 사법적근권 침해 및 제한과 법조인들의 법권력 독점현상을 감안한다면 로스쿨 법안은 5중·6중의 견제장치를 마련하고 있어 반개혁적인 것”이라고 꼬집었다.

공판중심주의와 관련, 그는 “사개추위가 제출한 공판중심주의는 조서에만 의존하고자 하는 검찰 또는 사법경찰관의 편의와 서면재판에 길들여진 법관의 나태함이 겹쳐져 그들의 이해만을 반영한 실질적으로 반인권적인 개정안”이라고 말했다.

한 소장은 특히 “사개추위는 업무량이 폭주하는 대법원의 현황을 개선하기 위해 대법관 수의 증원이라는 방식을 버리고 고등법원에 상고심을 설치하는 방식으로 결정해 대법원의 재판을 받을 권리를 형해화시켰다”며 “현재의 대법관들은 관료법관으로서 훈련된 사람들로 충원될 뿐인 구조를 감안한다면 소수의 대법관으로 정책법원을 지향하는 고법상고심 방안은 그 자체로 자기모순에 빠진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책법원으로서의 대법원은 현행 헌법체계 하에서는 헌법재판소의 존재와 정면으로 충돌하게 된다”며 “그것은 판결에 대한 헌법소원을 부인하는 현행제도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인권판단의 보루라고 할 수 있는 헌법재판의 범위는 축소하는 한편 대법원을 중심으로 하는 법률판단에 지나친 가중치를 부여하는 결과를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소장은 끝으로 “사개추위의 개정안들은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거나 현실을 개선하는 방안이라기 보다는 거의 대부분 법원 특히 관료법관들의 조직논리 혹은 그들의 관료적 사고틀에 충실한 방안”이라며 “특히 공판중심주의의 왜곡현상이나 법학전문대학원안의 형성과정에서 나타나는 법조직역이기주의에의 집착양상 등은 법관료를 중심으로 하는 법권력이 그대로 국민 위에서 군림하도록 방치하거나 또는 그것을 조장하는 개악”이라고 쓴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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