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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여성도 종중회원 자격있다”…딸들의 반란 성공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이 사건 제외한 소급 적용은 안 해

2005-07-21 18:29:03

대법원이 남성만을 종중(宗中) 회원으로 인정해 오던 관습과 판례를 깨고 “여성도 종중 회원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새로운 판례를 내놓았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1일 ‘성인 여성에게도 종중 회원 자격을 인정해 달라’는 이른바 ‘딸들의 반란’사건에서 대법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원고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종중 회원의 자격을 성인 남자로만 제한하고 성인 여성에게 자격을 부여하지 않은 종래의 관습은 1970년대 이후 사회환경과 국민의식의 변화로 법적 확신이 상당부분 흔들리거나 약화됐다”며 “헌법을 최상위 규범으로 하는 우리 전체 법질서는 개인의 존엄과 양성의 평등을 기초로 한 가족생활을 보장하고 가족 내의 실질적인 권리와 의무에 있어서 남녀의 차별을 두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법질서는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모든 영역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고 남녀평등을 실현하는 방향으로 변화돼 왔으며, 앞으로도 이런 남녀평등원칙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종중은 공동선조의 분묘수호와 봉제사 및 후손 상호간의 친목을 목적으로 형성되는 종족 단체로서 공동선조의 사망과 동시에 그 후손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성립하는 것”이라며 “공동선조의 후손 중 성년 남자만을 종중의 구성원으로 하고 여성은 배제하는 종래 관습은 종중 활동 기회를 성별만에 의해 원천적으로 박탈하는 것으로서 변화된 우리 법질서에 부합하지 않아 이제 더 이상 법적 효력을 가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새로운 판례의 적용시점과 관련해서는 “종중 구성원의 자격에 관한 대법원 견해의 변경은 판례에 의해 법률관계가 규율돼 왔던 종중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것”이라며 “따라서 변경된 견해를 소급해 적용한다면 수십년간 유지돼 온 종래 대법원 판례를 신뢰해 형성된 수많은 법률관계의 효력을 일시에 좌우하게 되고, 이는 법적 안정성과 신의성실의 원칙에 반하기 때문에 이번 판결 선고 이후 새로 성립되는 법률관계에만 적용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다만 “이번 사건에 대해서도 변경된 대법원 견해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구체적인 사건에 있어서 당사자의 권리구제를 목적으로 하는 사법작용의 본질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현저히 정의에 반하게 되는 만큼 이 사건에 한해 변경된 견해를 소급 적용한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종영 대법원장과 유지담·배기원·이규홍·박재윤·김용담 등 6인의 대법관은 판례 변경에 동의하면서 내놓은 별개의견에서 “종래 관습법 중 문제가 된 부분은 성년 남성은 모두 가입이 인정되면서도 종중 가입을 원하는 성년 여성을 배제한 점에 있다”며 “따라서 판례는 가입의사를 밝힌 성년 여성도 종원으로 인정하는 수준으로만 변경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용인 이씨 사맹공파 출가여성 5명은 종중이 지난 99년 종중 소유 임야를 매각하면서 받은 350억원 중 성년 남성에게는 1억 5천만원씩을 지급한 반면 출가 여성 등에게는 종중회원의 지위를 인정하지 않고 증여 형태로 1인당 1,600∼5,500만원씩 차등 지급하자 종중 회원으로 인정해 달라며 소송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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