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종중의 재산을 이용하여 건축 공사관련 배임 부분을 무죄로 본 1심을 파기하고 유죄로 본 원심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의 업무상배임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에는 업무상배임죄의 재산상 손해 및 고의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들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피고인 A는 2022. 3. 1.경부터 피해자 성주O씨매곡공파종친회(이하 ‘피해 종중’이라 한다)의 회장으로 재직하고 있는 사람이고, 피고인 B는 2012년경부터 피해 종중의 총무로 재직하는 한편으로 개인적으로 갤러리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피고인 C는 ‘F’이라는 상호로 개인건설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고, 피고인 D는 종합건축공사업 등록업체인 H 주식회사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C는 A의 알선으로 D에게서 H의 상호와 를 빌려 이 사건 공사를 시공했다.
D는 C에게 자신의 상호를 사용해 건설공사를 수급 또는 시공하게 하거나 건설업 등록증 또는 건설업 등록수첩을 빌여주었다.
피해 종중은 I의 후예 중 독립세대주인 성년남자로 구성된 종중으로, 2013년경 순천시 해룡면 신대리 3,133㎡(이하 ‘이 사건 토지’) 지상에 ‘L서원’ 및 3층 다세대주택을 건축해 총회 장소 등으로 사용해 왔다.
피해 종중의 종중원들은 2020년경부터 이 사건 토지 중 주차장으로 사용되어 오던 공터에 추가로 건물을 증축하는 사안에 관하여 논의해 왔으나, 2022. 10.경까지 건물 증축의 내용, 시기, 규모, 시공업체, 공사대금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피고인들은 피해 종중의 회장 및 총무로서, 피해 종중의 주요재산의 취득 및 처분시 종중 회칙의 규정에 따라 총회의 의결을 얻어야 함은 물론, 종중의 재산을 이용하여 건축 공사를 진행할 경우 시공업체의 종합건축공사업 등록 여부 등 시공자격을 확인하고 견적서, 원가계산서 등의 비교·확인을 통해 적절한 시공업체를 선정하여 적정한 금액으로 계약을 체결함으로써 선량한 관리자의 주의의무를 다하여 종중 재산을 관리하여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피고인들은 이 사건 토지 지상에 건물을 증축하는 공사를 시행함에 있어, 피해 종중의 의결을 얻지 아니하고 진행하되, 건축허가를 얻기 위하여 필요한 종중 총회 회의록을 피고인들의 친지들 서명만을 받아 관할관청에 제출해 건축허가를 얻고, 건물 일부를 ‘갤러리 카페’ 형식으로 설계해 완공 후 피고인 B가 그곳에서 개인적인 갤러리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실행하기 위하여 건설업 무등록업자로서 5,000만원 이상 종합건축공사를 수행할 자격이 없으나 피고인 A와 친분관계가 있는 C에게 공사를 도급하여 주기로 공모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2022. 10. 17.경 피고인 B의 사무실에서 피고인 C와 총 공사대금을 17억 3310만 원으로 하는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이 사건 공사계약의 실제 공사대금은 15억 3310만 원이고, 나머지 2억 원(수표)은 피고인 A가 돌려받아 벤츠 승용차 매매대금 지급 등으로 임의로 소비해 피해 종중 소유인 재산을 횡령했다.
이 과정에서 행사할 목적으로 타인의 인장을 위조해 이를 행사했다.
그런 뒤 같은 날 오후 순천시에 있는 O조합 해룡지점에서, 피해 종중의 계좌에 입금되어 있던 5억 원을 출금한 뒤 그 무렵 E에게 공사대금 명목으로 합계 3억 원을 지급하고, 2022. 11. 30.경 피해 종중의 계좌에서 수표로 2억 원을 출금한 뒤 2022. 12. 2.경 이를 E에게 지급하고, 같은 날 피해 종중의 계좌에서 C의 상호 대여업체(피고인 D)인 H에 3억 원을 송금하고, 2023. 3. 14.경 피해 종중의 계좌에서 E에게 2억 원을 송금하고, 2023. 4. 18.경 피해 종중의 계좌에서 E에게 7,000만 원을 송금했다. 이로써 피고인들은 공모하여 그 임무에 위배하여 E에게 시가 불상의 공사 시공 수익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게 하고, 피해 종중에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
-1심(광주지방법원 순천지원 2025. 9. 18. 선고 2024고합288 판결)은 피고인 A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A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배임)의 점, 배임수재의 점은 각 무죄.
피고인 B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사가 특정경제범죄법상 배임으로 10억 7000만원 손해를 주장했으나, 실제 건물이 상당 부분 지어졌고 적정 공사대금을 객관적으로 산정할 증거가 부족하다며 배임에 대해선 무죄.
피고인 C와 피고인 D에게는 각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 C의 배임증재의 점은 무죄. 피고인 C와 피고인 D가 각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다.
-원심(2심 광주고등법원 2026. 5. 14. 선고 2025노468 판결)은 1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유죄부분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의 점에 관한 무죄 부분을 파기하고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피고인 A에 대한 공소사실 중 배임수재의 점에 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피고인 B에 대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배임)의 점에 관한 부분을 파기하고 징역 1년을 선고했다. 검사의 피고인 B에 대한 나머지 항소는 기각했다.
검사가 항소심에서 ‘시가 불상의 공사수익 상당’을 손해로 하는 업무상배임을 예비적 공소사실로 추가하자, 재판부가 공사 중단 시점의 기성고 상한 8억8658만원을 초과해 지급됐다는 이유로 이를 유죄로 인정했다.
피고인 C와 피고인 D와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해 1심을 유지했다.
C가 2023. 7.경 이 사건 공사를 중단했는데 공사 중단 당시를 기준으로 ‘피해 종중이 C 측에 지급한 공사대금’이 ‘C가 기성고 비율에 따라 이 사건 공사에 관하여 청구할 수 있는 보수의 상한’을 초과하므로 C가 시가 불상의 공사시공 수익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고 피해 종중이 같은 금액 상당의 재산상 손해를 입었다고 보아, 피고인들의 업무상배임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려면 재산상 손해의 발생이 합리적인 의심이 없는 정도의 증명에 이르러야 하므로, 배임행위로 인한 재산상 손해의 발생 여부가 충분히 증명되지 않았음에도 가볍게 액수 미상의 손해가 발생하였다고 인정함으로써 배임죄의 성립을 인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대법원 2009. 10. 29. 선고 2008도11036 판결 등 참조).
종중의 임원이 그 임무에 위배하여 종중으로 하여금 공사계약을 체결하게 하면서 적정한 공사대금의 수준을 벗어나 부당하게 과다한 공사대금을 정하여 지급하게 하였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통상 그와 같이 지급한 공사대금과 적정한 수준의 공사대금 사이의 차액 상당의 손해를 종중에 가했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해당 공사대금이 적정한 수준에 비하여 과다하다고 볼 수 있는지가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이나 기준을 통하여 충분히 증명되어야 한다. 적정한 수준에 비하여 과다한지 여부를 판단할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평가 방법이나 기준 없이 단지 임무위배행위가 없었다면 더 낮은 수준의 공사대금으로 정할 수도 있었다는 가능성만을 가지고 재산상 손해 발생이 있었다고 쉽사리 단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18. 2. 13. 선고 2017도17627 판결 참조).
이 사건 공사계약 당시 피해 종중은 C에게 계약 당일 3억 원, 골조 후 5억 원, 내외공사 착공시 5억 3310만 원, 준공 후 2억 원을 단계별로 분할하여 지급하기로 약정했다.
피해 종중은 2022. 10. 17.경부터 2023. 4. 18.경까지 합계 10억 7000만 원을 C측에 지급했다.
C는 2023. 7.경 이 사건 공사를 중단했는데, 그 무렵 이 사건 건물의 외관은 완성되어 있었으나 내부 공사는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대법원은 피해 종중에 재산상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과 피고인들에게 피해 종중에 재산상 손해를 가한다는 인식 내지 의사가 있었다는 점이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정도로 증명되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피고인들이 피해 종중으로 하여금 적정한 공사대금의 수준을 벗어나 부당하게 과다한 공사대금을 정하여 이 사건 공사계약을 체결하도록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없다. 이는 피해 종중이 공사계약에 따라 선금 등으로 공사대금 중 일부를 미리 지급했으나 지급한 공사대금에 상응하는 공정이 마쳐지지 아니한 채 공사가 중단되었더라도 달리 볼 수 없다.
(파기의 범위) 원심판결이 유죄로 인정한 피고인들의 업무상배임에 관한 예비적 공소사실 부분은 파기되어야 하고, 위 파기 부분과 일죄 관계에 있는 피고인들에 대한 이유무죄 부분도 파기되어야 한다. 또한 원심은 피고인 A에 대하여 위 파기부분과 원심이 유죄로 인정한 나머지 부분이 형법 제37조 전단의 경합범 관계에 있다는 이유로 하나의 형을 선고했으므로, 원심판결 중 피고인 A에 대한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되어야 한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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