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경찰청 여성청소년과에서 오랜 시간 실종반장으로 근무하며 수많은 아이들의 행방을 쫓았던 경험에서 가장 가슴 아프고 우려스러운 대목은, 지난해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초등학생 유괴미수 사건과 이를 대하는 사법당국의 온도 차다. 하교 중이던 아이들을 차량으로 쫓아가며 집요하게 유인을 시도한 피의자들은 법정에서 '단순한 장난이었다, 지배하려는 고의는 없었다'라며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현장을 모르는 안이한 소리다. 아동 대상 범죄에 '단순한 장난'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아동 약취·유인은 일단 성공하는 순간 돌이킬 수 없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유인미수 사건이 급증한다는 것은 범죄자들이 끊임없이 우리 아이들의 틈을 노리고 간을 보고 있다는 위험한 신호다. 대통령까지 나서 '국민 안전에는 과잉 대응이 100배 낫다'라고 강조했음에도 구속영장 기각 후 재청구 없이 불구속 기소로 이어진 수사당국의 미온적 대처는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법망의 느슨함이 범죄자들에게 '걸려도 별거 아니다'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주어서는 안 된다.
수사당국의 엄정하고 강력한 사법 조치와 더불어, 지금 당장 실천할 수 있는 가정과 학교에서의 실종·유괴 예방 교육도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첫째, 아이들에게 '구체적인 거절의 언어'를 가르쳐야 한다. 범죄자들은 과거처럼 강제로 아이를 붙잡기보다 '길을 알려달라', '귀여우니 짬뽕 먹으러 가자', '집까지 태워다 주겠다' 등 호의를 가장해 접근한다. 아이들에게 '모르는 어른의 차에는 절대 타면 안 된다'는 원칙을 주지시키고, 위기 상황에서는 '안 돼요, 싫어요'라고 큰 소리로 외치며 사람이 많은 곳이나 편의점(아동안전지킴집)으로 도망치도록 반복 훈련해야 한다.
둘째, 등하교 환경의 촘촘한 안전망을 재점검해야 한다. 유괴미수 사건의 상당수가 하교 시간에 발생한다. 가능한 친구들과 무리를 지어 밝고 큰길로 다니도록 지도하고, 지자체와 학교는 녹색어머니회, 아동안전지킴이 등 어른들의 감시 시선을 하교 시간대에 집중 배치해야 한다.
아동 유괴 범죄를 막는 가장 강력한 무기는 사회적 관심과 단호한 처벌이다. 내 아이뿐만 아니라 우리 동네 모든 아이들이 안전하게 집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사법당국의 법 집행 기조 전환과 우리 모두의 매서운 감시가 필요한 때다. 아이들의 안전을 지키는 일에 '과한 대책'이란 결코 없다.
글 : 캡틴법률사무소 김효습 변호사
이지훈 로이슈(lawissue) 기자 ljh78@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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