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24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22일(현지시간) EU 집행위원회가 지난주 회원국들과 비공개 회의를 열고 미국 측의 이 같은 요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EU가 디지털시장법 집행을 완화해야 유럽산 철강과 일부 다른 제품의 관세를 낮출 수 있다는 입장이다. 디지털시장법은 구글, 애플, 메타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이 시장지배력을 앞세워 경쟁업체를 배제하거나 이용자에게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막는 법이다.
양측은 지난해 7월 스코틀랜드 턴베리에서 미국이 EU산 제품에 부과하는 관세에 원칙적으로 15% 상한을 두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은 EU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최대 50%의 관세를 계속 매기고 있어 EU의 불만이 이어져 왔다. 폴리티코는 이번 요구가 합의 이후 가라앉았던 무역 갈등을 중간선거를 앞두고 다시 촉발할 위험이 있다고 분석했다.
EU 집행위원회는 올해 말까지 미국이 철강 관세와 관련한 합의를 이행했는지 평가해야 한다. 미국이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판단하면 미국산 공산품에 적용해 온 무관세 혜택을 거둘 수 있다. 다만 무역전쟁이 다시 불붙을 가능성을 우려해 집행위원회와 회원국들은 실제 보복 조치에는 소극적인 것으로 전해졌다.
철강 관세를 빅테크 규제 완화와 연계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은 지난해 11월 브뤼셀을 방문해 EU가 디지털 규제를 완화하면 철강·알루미늄 관세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다. 당시 EU 경쟁정책을 총괄하는 테레사 리베라 집행위원은 이를 협박이라고 비판하며 디지털 규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EU는 2025년 4월 이후 디지털시장법에 따라 애플, 메타, 구글에 총 15억9천만유로(약 2조4천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미국은 이런 규제가 자국 기업에 불리하게 적용되고 있다고 반발해 왔다. 앤드루 퍼즈더 EU 주재 미국 대사는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디지털 시장에서의 경쟁 문제를 다루려는 것인지, 아니면 미국 기업들로부터 이익을 거둬 유럽에 이익을 주려는 것인지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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