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이번 연구는 면역세포가 인식할 수 있는 항원이 부족한 연골육종에서 암세포가 치료 단백질을 생성하도록 유도하고,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신호를 차단하는 방식을 골자로 한다.
연구에는 이화여대 의학과 김이준 교수 연구팀과 서울대 생명과학부 김진홍 교수 연구팀, 미국 다나-파버 암연구소 Ming-Ru Wu 교수 연구팀이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트렌즈 인 바이오테크놀로지(Trends in Biotechnology)'에 온라인 공개됐다.
연골육종은 악성 골종양 가운데 두 번째로 흔한 암으로, 진행 단계가 높아질수록 예후가 나빠지고 폐 전이가 발생할 수 있다. 항암제와 방사선 치료에 대한 반응이 제한적이어서 외과적 절제가 주요 치료법으로 사용된다.
연구팀에 따르면 절제가 어렵거나 전이된 연골육종 환자의 10년 생존율은 30% 미만이다. 특히 면역세포가 인식할 수 있는 암세포 표면 항원이 부족해 CAR-T 세포치료나 암 백신 등 기존 면역치료를 적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연구팀은 새로운 암 항원을 찾는 대신 암세포가 면역세포의 공격을 유도하는 단백질을 직접 생성하도록 하는 유전자 회로를 설계했다.
먼저 연골육종에서 활성화되는 EGR1과 KLF13 신호에 반응하는 프로모터를 확인했다. 프로모터는 특정 유전자의 발현을 조절하는 DNA 서열이다.
이어 두 프로모터가 동시에 활성화될 때만 작동하는 AND 게이트 형태의 유전자 회로를 구축했다. 해당 회로는 조건이 충족되면 T세포와 암세포를 연결해 면역세포의 공격을 유도하는 합성 단백질인 T세포 인게이저(T-cell engager)를 생성하도록 설계됐다.
연구팀은 이 같은 방식으로 연골육종 세포에서 치료 단백질이 선택적으로 발현되도록 하고, 정상조직에서의 발현을 제한하는 전략을 마련했다.
또한 종양세포가 T세포에 전달하는 면역억제 신호를 분석해 MIF를 주요 표적 인자로 확인했다. 연골육종 환자 조직 분석에서는 종양의 악성도가 높을수록 MIF 발현량이 증가했으며, MIF 발현이 높은 환자군에서 생존율이 낮은 연관성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유전자 회로와 MIF 차단 항체를 결합한 병용 치료를 실험했다.
인간 면역세포를 이식한 실험용 쥐에 두 치료 요소를 함께 투여한 결과 종양 크기가 감소했다. 양쪽에 종양을 이식한 뒤 한쪽 종양에만 치료제를 투여한 실험에서는 치료제를 직접 투여하지 않은 반대쪽 종양도 축소되는 현상이 관찰됐다.
연구팀은 국소적으로 유도된 면역반응이 다른 부위의 종양에도 영향을 미치는 원격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해석했다. 다만 이번 결과는 동물실험 단계에서 확인된 것으로, 실제 환자에서의 안전성과 치료 효과는 추가적인 임상 연구를 통해 검증해야 한다.
연구팀은 해당 유전자 회로를 기반으로 항원 발현이 부족한 다른 암종에도 적용할 수 있는지 연구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서경배과학재단 등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논문 제목은 'A logic-gated synthetic circuit coupled with microenvironmental reprogramming overcomes immune exclusion in antigen-poor chondrosarcoma'이다.
김이준 교수는 “면역치료가 듣지 않는 암에서 암세포가 스스로 표적을 만들어 내도록 설계한 치료 전략으로, 항원이 부족한 다른 난치성 암으로 플랫폼 확장이 가능하다는 의미가 있는 연구”라고 밝혔다.
전여송 로이슈(lawissue) 기자 arrive71@lawissue.co.kr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