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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한내' SF소설 ‘자크’ 1·2권 동시 출간… 감염병 재난 기억을 미래 스릴러로 풀어내

2026-10-19 14:3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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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로이슈 차영환 기자] 코로나19 이후 사회가 재난의 희생과 책임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묻는 과학소설이 독자들을 만난다.

도서출판 이엔엠(eNM)은 필명 한내로 활동하는 작가의 장편 SF ‘자크(ZARQ)’ 1·2권을 동시 출간했다고 밝혔다. 2029년을 무대로 바이러스와 인공지능이 인간의 통제 범위를 벗어나는 상황을 그리며, 과학기술이 권력의 수단으로 변질될 때 생기는 윤리적 갈등과 재난 이후의 기억을 함께 다룬다.

이야기는 두 권에 걸쳐 재난의 발생과 그 이후를 조명한다. 1권 ‘유전자의 전선(戰線)’은 유전적 특성에 따라 감염 대상을 가려내는 바이러스를 특정 세력이 인구 통제에 활용하려는 과정을 그린다. 2권 ‘기억의 후손들’은 대규모 희생이 발생한 뒤 시간이 흐르면서 피해자와 사건의 책임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밀려나는 모습을 따라간다.

작품 속 바이러스는 백신으로 위장한 채 특정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을 감염시키도록 설계된 것으로 묘사된다. 인간이 개발한 병원체가 진화해 기존 통제 체계를 벗어나고, 감염자를 원격으로 조종하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까지 지시를 거부하면서 위기는 확산한다. 이는 작품의 허구적 설정으로, 실제 코로나19 백신의 작용이나 안전성에 관한 사실을 설명하는 내용은 아니다.

재난을 설계한 세력은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명분으로 내세우지만, 속내는 자원과 권력을 차지하는 데 있다는 설정도 등장한다. 작품은 공익을 표방하는 정책과 기술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위해 악용될 수 있다는 가정 아래 생명에 대한 판단 기준, 공중보건 정책의 투명성, 과학기술을 감시할 사회적 장치 등을 서사의 갈등으로 끌어들인다.

두 권이 다루는 문제는 기술적 위협에 그치지 않는다. 감염병 재난으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희생자를 숫자로만 남길 때 사라지는 개인의 삶을 드러낸다. 백신 접종을 기다리던 중 숨진 할머니, 법정에서 어머니의 존재를 증언하는 아들, 할머니의 이름을 공책에 적는 열네 살 손녀가 세대를 잇는 서사의 축이다.

법정에 선 아들이 어머니를 두고 “제 어머니는 숫자가 아닙니다. 이름이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장면은 작품의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피해 규모를 통계로 남기는 일과 별개로,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삶과 유가족이 겪은 일을 기록하고 기억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가는 코로나19 이후의 현실에서 작품의 출발점을 찾았다. 한내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팬데믹으로 인한 사망과 후유증이 남았지만 사회가 빠르게 과거의 일로 취급하는 상황을 짚으며, 이전의 재난에서 교훈을 얻지 못한다면 소설 속 위기가 되풀이되지 않으리라는 보장도 없다고 밝혔다.

표지 문구 역시 두 권의 차이를 드러낸다. 1권에는 “총성은 없었다. 그러나 전쟁은 이미 시작되었다”, 2권에는 “우리는 싸우지 않았다. 우리는 잊었다”라는 문장이 실렸다. 전자가 눈에 보이지 않는 위협이 형성되는 과정을 가리킨다면, 후자는 재난이 지나간 뒤 진실과 책임이 집단의 기억에서 지워지는 문제를 강조한다.

‘자크’ 시리즈는 감염병과 인공지능을 결합한 미래의 위기를 통해 기술의 통제 가능성과 인간의 책임을 살피는 한편, 재난 이후 무엇을 기록하고 다음 세대에 전해야 하는지 질문한다. 위기를 겪었다는 사실만으로 사회가 교훈을 얻는 것은 아니라는 문제의식이 두 권을 관통한다.

차영환 로이슈 기자 cccdh768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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