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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비사업 수주전, ‘특화설계’와 ‘인허가안’ 간극…조합원 반발·사업 지연 변수로

신반포4차, ‘7개동에 전원 한강조망’과 달리 통합심의땐 ‘11개동’
여의도 공작, 평형·커뮤니티 변경 논란…운영위원 전원 해임까지
“신통기획 속도 살리려면 수주 단계부터 인허가 가능성 따져야”

2026-09-17 09:49:37

삼성물산 제안, 신반포4차 7개동 조감도.이미지 확대보기
삼성물산 제안, 신반포4차 7개동 조감도.
[로이슈 최영록 기자] 정비사업 수주전에서 시공사가 내건 특화설계가 실제 인허가 과정에서 얼마나 구현 가능한지를 따져봐야 한다는 과제가 부각되고 있다. 수주 단계 설계안과 통합심의 의결안 사이 간극이 조합원 반발과 사업 지연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 서초구 신반포4차 재건축이 대표적이다. 삼성물산은 수주 당시 조합 원안인 12개 동 계획 대신 7개 주거동을 배치해 동간 거리를 넓히고 ‘조합원 전원 한강 조망’을 구현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나 시공자 선정 약 17개월 만에 서울시 통합심의를 통과한 의결안은 11개 동이었다. 전체 가구 수는 비슷했지만 조망과 개방감을 좌우하는 동 배치는 크게 달라졌다.

삼성물산이 2025년 2월 공개한 대안설계는 7개 주거동 배치와 동간 거리 최대 210m 확보, 높이 170m 스카이브릿지와 대형 중앙광장 등을 특화안으로 제시했다. 같은 해 3월 시공자로 선정된 뒤 8월 도급계약 체결 당시에도 사업 규모는 최고 48층, 7개 동, 1828가구로 발표됐다. 그러나 올해 8월 통합심의를 통과한 계획은 최고 49층, 11개 동, 1833가구로, 가구 수는 5가구 늘었지만 동 수는 4개 증가했다.

심의안에는 북측 학교 인접부 높이를 낮추고 서리풀공원에서 한강 방향으로 열린 공간을 확보하는 계획이 담겼으며, 고속터미널과 한강을 잇는 십자형 공공보행통로도 반영됐다. 이 과정에서 일부 조합원들은 수주 당시 대안설계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며 반발했다.

여기에 뉴코아 상가와의 합의서 문제까지 겹치면서 심의 일정이 미뤄졌고, 서초구 중재에도 이견이 이어졌다. 조합은 추가 지연을 막기 위해 우선 심의를 진행한 뒤 설명회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삼성물산은 일부 조합원이 제기한 창호·천장고·엘리베이터 등 마감 수준 하향 주장에 대해서는 수주 당시와 동일하게 계획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수주 당시 핵심 경쟁력으로 내세웠던 ‘7개 동’과 ‘조합원 전원 한강 조망’이, 이번 11개 동 심의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는 조합원들에게 설명해야 할 과제로 남았다.

서울시 통합심의 통과, 신반포4차 11개동 조감도.이미지 확대보기
서울시 통합심의 통과, 신반포4차 11개동 조감도.
여의도 공작아파트에서는 주택형과 부대시설 구성이 쟁점이 됐다. 대우건설을 시공자로 선정한 지난 2023년 12월 전체회의 당시 설계안과 이후 제출된 통합심의안이 달라져 논란이 불거졌다.

소형 주택형은 늘고 대형 주택형은 줄었으며, 토지등소유자 고층부 우선배정 조항 삭제와 커뮤니티 면적·주차대수 축소 등도 문제로 제기됐다. 사업시행자인 KB부동산신탁은 시공사 입찰 당시 대안설계 일부가 관련 기준과 가이드라인을 충족하지 못해 수정이 불가피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결국 설계 변경과 의견 수렴을 둘러싼 갈등은 지난해 7월 정비사업운영위원 전원 해임으로까지 이어졌다.

서울 성동구 성수전략정비구역1지구에서도 시공자 선정 이후 대안설계 수정이 진행되고 있다. 이곳 시공자인 GS건설은 지난 4월 지하 5층~최고 64층, 13개 동, 3014가구 규모의 ‘리베니크 자이’를 제안했으며, 조합원 전원 한강 조망과 확정 공사비 등을 주요 조건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통합심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인허가 규정 검토 누락과 조합원 요구사항이 맞물리면서 단지 배치와 지하주차장 설계 등이 변경됐다. 조합 측에 따르면 한강변 전면부 주력 주택형을 전용 59㎡에서 84㎡로 확대하는 과정에서 일조 문제 등이 불거져 저층 건축물이 추가됐고, 동 수는 13개에서 14개로 늘었다.

지하 공간도 다시 설계하고 있다. 입찰 당시 대안설계가 자연지반 녹지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해 지상 녹지를 추가 확보해야 했고, 이에 따라 줄어든 주차장과 커뮤니티 면적을 보완하기 위해 지하주차장을 당초 지하 5층에서 지하 6층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장별 사업 여건과 인허가 쟁점이 다른 만큼 통합심의까지 걸린 시간만으로 시공자나 조합의 역량을 평가하기는 어렵다. 학교 일조와 경관, 공공보행, 법적 기준 등을 반영하는 과정에서 일정 수준의 설계 조정은 불가피할 수 있다. 다만 수주 당시 조합원의 선택에 영향을 준 조망과 동 배치, 주택형, 커뮤니티 등의 핵심 제안이 실제 인허가 과정에서 어느 수준까지 구현 가능한지, 변경 가능성과 그 영향을 조합원에게 충분히 설명했는지가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지적이다.

한 정비사업 전문가는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려면 심의 절차만 빨라져서는 부족하고, 건설사도 수주 단계부터 일조와 경관, 녹지, 공공보행 등 실제 인허가 조건을 충분히 검토해 제안한 설계가 어느 수준까지 실현 가능한지 따져봐야 한다”며 “조합원 역시 화려한 조감도뿐 아니라 그 설계를 실제 사업시행계획까지 끌고 갈 수 있는지를 시공자 선정 기준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다른 전문가도 “건설사가 신속통합기획이 마련한 사업 방향과 인허가 조건을 입찰제안서에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 조합은 시공자를 선정하고도 핵심 설계를 다시 논의해야 한다”며 “재건축 속도전에서 시공자가 입증해야 할 것은 화려한 조감도만이 아니라 실제 인허가 조건을 검토한 설계의 실현 가능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최영록 로이슈(lawissue) 기자 rok@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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