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이미 초고령사회에 들어섰다. 보건복지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5세 이상 인구는 전체의 20.3%를 차지한다. 고령사회 진입 후 불과 7년 만에 초고령사회가 된 것으로, 일본 10년, 독일 36년, 프랑스 39년보다 전환 속도가 훨씬 빠르다. 현재 추세가 이어지면 2045년에는 고령인구 비중이 37.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화는 형사사법 현장도 바꾸고 있다. 전체 보호관찰 사건은 지난 10년간 사실상 제자리였지만 노인 보호관찰 사건은 급증했다. 2015년 1,708건이던 노인 보호관찰 실시사건(한 해 동안 보호관찰소가 실제로 관리한 사건)은 2024년 5,613건으로 227.8% 늘었다. 전체 보호관찰 사건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77%에서 5.81%로 3배 이상 커졌다. 같은 기간 전체 보호관찰 사건의 연평균 증가율은 0.03%에 불과했지만 노인 사건은 연평균 14.1%씩 증가했다.
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학술지 <보호관찰>에 실린 논문 '초고령 사회를 대비한 보호관찰 정책방향'에서 노인 보호관찰의 급증을 '고령 범죄자가 늘었다'는 숫자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노인 보호관찰 대상자는 질병과 인지기능 저하, 빈곤과 사회적 고립 같은 문제가 복합적으로 나타날 수 있어 기존의 감시·통제 중심 보호관찰만으로 대응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논문은 노인 보호관찰을 보건·복지까지 결합한 '복지형 사법 개입'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이미지 확대보기김도우 경남대 경찰학과 교수의 2026년 연구(학술지 <보호관찰>)에 따르면, 노인 보호관찰 실시사건은 2015년 1,708건에서 2024년 5,613건으로 10년 새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김 교수는 치매와 빈곤, 사회적 고립이 겹친 고령 대상자를 청장년 중심의 감시·통제형 보호관찰로 관리하기 어렵다며, 보건·복지와 결합한 고령자 맞춤형 관리체계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디자인=로이슈 AI 디자인팀(*본 이미지는 기사내용의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것입니다.)
■ 보호관찰 대상도 늙는다...청장년과 다른 '고령 범죄자'
보호관찰은 범죄자를 교도소에 수용하는 대신 사회에서 생활하도록 하면서 일정 기간 지도·감독하는 제도다. 감시에 그치지 않고 상담과 교육, 복지 지원 등을 통해 재범을 막고 사회복귀를 돕는 것이 목적이다. 현행 보호관찰법도 대상자를 지도하고 보살피면서 건전한 사회복귀를 촉진하는 것을 보호관찰의 목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고령 대상자에게 청장년층 범죄자와 같은 방식을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만성질환이나 치매 등으로 보호관찰 지침 자체를 이해하거나 기억하기 어려울 수 있고, 은퇴 이후 소득 단절과 취업난, 가족관계 단절과 사회적 고립까지 겹칠 수 있어서다. 젊은 보호관찰 대상자보다 재범 위험은 낮더라도 의료·복지서비스 수요는 훨씬 높다는 선행연구도 있다.
범죄 유형에서도 변화가 나타났다. 지난 10년간 노인 보호관찰 사건 가운데 교통사범은 417.1%, 사기·횡령사범은 408.0% 증가했다. 절도와 성폭력, 마약 등 다른 주요 범죄 유형도 대부분 늘었다. 논문은 교통안전 문제와 금융 취약성, 정보격차, 사회적 고립 같은 고령층의 문제가 형사사법 영역에도 반영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사회 안에서 고령 범죄자를 관리하는 보호관찰의 활용도 확대됐다. 특히 가석방(형기를 다 채우기 전에 조건을 붙여 미리 석방하는 제도)에 따른 노인 보호관찰은 지난 10년 동안 635.3% 증가했다. 고령 수형자를 교정시설 안에 계속 수용하기보다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사례가 늘어나는 만큼, 출소 이후의 관리체계 역시 건강과 생활 여건을 고려해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 대상자는 늙었는데 프로그램은 그대로...현장선 '맞춤 관리' 한계
문제는 보호관찰 대상자의 연령구조가 달라지는 속도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보호관찰 프로그램 상당수는 직업훈련이나 알코올·마약 중독 예방, 범죄에 대한 인식 개선 등 청장년층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다. 반면 인지기능 저하와 사회적 고립, 노년기 정신건강 등 고령자의 특성에 초점을 맞춘 프로그램은 부족하다고 논문은 지적한다.
치매를 앓는 노인에게 정해진 날짜에 보호관찰소로 출석하라고 요구하는 일부터 현실적인 문제가 될 수 있다. 논문은 76세 치매 환자가 절도죄로 집행유예(형의 집행을 일정 기간 미뤄주는 판결)와 보호관찰을 받는 가상의 사례를 제시했다. 대상자가 출석 날짜를 반복해서 잊는다면 보호관찰관이 직접 집을 찾아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보호관찰관의 업무가 감독에서 의료·복지·상담까지 확장되는 셈이다.
정작 확장된 업무를 감당할 인력에는 여유가 없다. 논문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국내 보호관찰관 1인당 평균 관리 사건은 124건으로, 논문이 제시한 OECD 평균 27.5건의 약 4.5배였다. 한 사람이 많은 사건을 동시에 담당하는 구조에서는 대상자의 건강과 주거, 가족관계까지 살피는 개별 맞춤형 관리가 쉽지 않다.
지역 격차도 변수다. 노인 보호관찰 사건은 전국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일부 지역의 증가세는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의료·복지 인프라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지역에서는 고령 대상자의 사회적 지지 부족과 보호관찰 현장의 부담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 김 교수는 노인 보호관찰 증가세가 높은 지역에 전문인력과 관련 인프라를 집중 배치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한다.
■ "하지 마라"보다 "다시 살아가는 법"...노인 맞춤 프로그램 필요
논문이 제안한 첫 번째 해법은 '노인 보호관찰 특화 프로그램'이다. 청장년층을 위해 만든 프로그램에 고령자를 끼워 넣는 대신 인지기능과 건강, 빈곤, 고립 같은 위험요인부터 다르게 살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네 가지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먼저 장기간 독거생활이나 가족관계 단절을 겪은 노인에게 일상생활 적응훈련과 대인관계 회복 교육, 사회활동 기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하루 일과 구성 워크숍'이나 '노년기 소통훈련', 지역 내 공익 일거리 체험 등이 예로 제시됐다. 보호관찰을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을 지시하는 시간이 아니라 일상생활과 사회적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과정으로 바꾸자는 취지다.
치매와 정신건강 문제에는 지역 보건체계를 직접 연결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치매안심센터와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정기적인 치매 선별검사와 상담, 치료를 제공하고 보호관찰관은 보건소와 기록을 공유하거나 필요할 경우 동행 방문하는 방식이다.
재범 위험에 따라 감독 수준을 달리하는 방안도 필요하다. 논문은 재범 전력과 정신건강, 사회적 고립 정도 등을 평가해 고위험군에게는 집중 개입하고, 위험도가 낮은 대상자에게는 상대적으로 유연한 감독을 적용하는 방식을 제안한다. 미국 연방 보호관찰에서도 위험도 평가 결과에 따라 고위험군에는 밀착형 감독을, 저위험군에는 자율보고나 전화·전자통신 등을 활용한 관리를 적용한다고 논문은 소개했다.
거동이 불편한 고령자에게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할 수 있다. 스마트워치나 태블릿으로 건강상태와 복약 여부, 정서 상태를 기록하고 대면 방문이 어려운 경우 영상상담을 하는 방식이다. 보호관찰관의 현장방문 부담을 줄이면서 고령 대상자의 상태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기술이 고령자에게 새로운 감시수단으로 작동하지 않도록 개인정보와 인권 보호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 보호관찰관 혼자 치매·복지까지?...'고령자 전담인력' 둬야
프로그램만 만들어서는 충분하지 않다. 프로그램을 운영할 사람도 달라져야 한다.
노인 보호관찰 대상자를 관리하려면 범죄학적 위험관리뿐 아니라 치매와 우울증, 만성질환, 복지제도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논문은 사회복지나 간호 분야의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별도로 양성해 '고령자 보호관찰전문관'으로 배치하는 방안을 제시한다. 사회복지사 1급이나 간호사 자격을 가진 사람이 보호관찰 교육을 이수한 뒤 권역별 보호관찰소에 배치되는 방식이다.
해외 사례도 참고할 수 있다. 김 교수는 사회복지와 범죄학 지식을 함께 갖춘 전문가를 보호관찰 현장에 투입하는 독일의 '이중자격' 방식을 소개했다. 한국에서도 보호관찰관 한 사람에게 감독과 상담, 의료·복지 연계까지 모두 맡기기보다 전문인력이 역할을 나누는 체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역사회 기관과의 역할 분담도 중요하다. 지역 복지관과 정신건강센터, 치매안심센터가 보호관찰소와 연계하고, 보호관찰이 끝난 뒤에도 지원이 필요한 고령자를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지원·관리하는 방식이다. 논문은 캐나다의 지역사회 교정모델처럼 주거·직업·복지를 통합 연계하거나, 영국처럼 보건서비스와 보호관찰을 연결하는 사례를 참고할 수 있다고 제안한다.
■ 초고령사회 보호관찰...'감시'에서 '지원'으로
초고령사회의 보호관찰에 필요한 것은 더 강한 감시가 아니다.
보호관찰 대상자가 정해진 날에 출석하지 않았을 때 고의로 지시를 어긴 것인지, 인지기능 저하 때문에 날짜를 잊은 것인지부터 구분할 수 있어야 한다. 재범 위험을 낮추려면 범죄행동뿐 아니라 질병과 빈곤, 주거 불안, 사회적 고립까지 함께 살펴야 한다.
논문의 결론도 같은 지점을 향한다. 노인 보호관찰은 '감시 중심'에서 '지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하며, 지역사회 안에서 고령 대상자가 안전하고 존엄하게 생활하도록 돕는 것까지 보호관찰의 역할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초고령사회에서 보호관찰 대상자의 나이만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재범을 막는 방식도 함께 늙어가는 사회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
김지연(Jee Yearn Kim) Ph.D.
미국 신시내티 대학교(University of Cincinnati)에서 형사정책학 박사를 취득했다. 현재 동국대 경찰행정학부 법심리연구소 박사후 연구원으로, 생성형 AI 기술 역기능 및 사용자 위험 요인 대응 정책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범죄 행위의 심리학, 범죄자 위험 평가, 교정 개입 원칙, 형사사법 실무자 조직행동, 스토킹 범죄자 개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