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본지가 트렌비 ‘타임어택(TIME ATTACK)’ 행사상품을 4주간 추적한 결과, 80%가 다크패턴(눈속임) 특가인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 온라인에서 쇼핑몰 관련 문제를 정부가 전방위로 들여다보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공정위·소비자원은 지난 5월 주요 쇼핑몰의 ‘정가 부풀리기’와 ‘시간제한 거짓 할인’을 실태조사해 개선을 권고했다.
◆ 76개 중 61개 상품, 타이머 끝나도 같거나 더 저렴
이미지 확대보기본지는 7월 3·10·17·24일 매주 금요일 이 행사에 오른 상품을 수집하고, 타이머가 끝난 뒤 개별 상세페이지 가격을 대조했다. 4주간 노출된 고유 상품은 87개, 이 가운데 사후에 가격이 확인된 76개를 분석했다.
그 결과 76개 중 61개(80.3%)가 시간제한 종료 뒤에도 특가와 같거나 더 쌌다. 유형으로 나누면, 타이머가 끝나도 값이 1원도 바뀌지 않은 ‘완전 동일가’가 53개(69.7%), 타이머가 끝나자 오히려 값이 내려간 ‘역방향’이 8개(10.5%)였다. ‘72시간 한정’이라는 표시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셈이다.
고야드 생루이 백 PM 블랙 260만3905원, 셀린느 트리옴프 선글라스 43만2000원, 버버리 블랙 호보백 87만9000원은 4주 내내, 그리고 타이머가 끝난 월요일에도 값이 같았다. 공정위·소비자원이 지난 5월 주요 쇼핑몰 4곳(쿠팡·네이버·G마켓·11번가)을 조사했을 때 ‘시간제한 종료 후 같거나 더 싼’ 비율은 20.2%였다. 본지 조사 표본의 비율은 그 약 4배다. 다만 두 조사는 표본 규모와 시점, 측정 간격이 달라 직접 비교에는 한계가 있다.
같은 상품에는 매주 새 타이머만 붙었다. 4주간 노출된 고유 상품 87개 중 67개(77.0%)가 두 번 이상 다시 올라왔고, 12개(13.8%)는 4주 내내 값이 한 번도 바뀌지 않은 채 매주 ‘한정 특가’ 딱지가 붙었다.
타이머가 끝나자 값이 더 내려간 상품도 8개(10.5%) 있었다. 우영미 블랙 반팔 티셔츠는 4주 내내 ‘34% 할인’ 29만9000원으로 걸렸지만, 타이머가 끝난 뒤에는 25만3000원에 팔렸다. 4만6000원 더 쌌다. ‘지금이 가장 싸다’는 표시를 믿고 특가 때 산 소비자가 도리어 비싸게 산 셈이다. 다만 8개 가운데 5개는 차액이 수천 원대에 그쳤다.
트렌비는 이에 대해 “반응에 따라 할인을 연장하거나 그 할인가를 그대로 유지하는 입점사가 있으며, 장바구니에 담은 사람들의 추가 액션을 이끌어내기 위해서 추가 세일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 “근거자료 안 받는다”…묶인 상품 중 최고 정가가 화면에
이미지 확대보기정가만 부풀린 ‘착시 할인율’ 문제도 나타났다. 할인율은 정가를 기준으로 계산된다. 문제는 그 정가가 실제로 팔린 적 있는 값이냐다.
트렌비 설명에 따르면 상세페이지의 정가는 입점 판매자가 입력한 값이 그대로 노출되고, 회사는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받지 않는다. 여기에 트렌비는 “같은 상품이 여러 판매처에서 팔리는 경우 카탈로그로 묶어 보여주는데, 묶인 상품들의 정가 중 가장 높은 값이 상세페이지에 표기된다”고 밝혔다. 트렌비가 제시한 카탈로그를 본지가 직접 확인한 결과, 묶인 상품 가운데 가장 높은 정가인 74만9000원이 화면에 표시되고 있었다.
판매자가 적어낸 값을 검증 없이 쓰고, 여러 값 중에서는 가장 높은 것을 고르는 구조다. 할인율이 커 보이도록 하는 방향으로 기준값이 정해지는 셈이다.
공정위가 5월 권고에서 첫 번째로 주문한 것이 이 대목이었다. 공정위는 쇼핑몰들에 판매자 상품등록 화면에 정가 관련 설명과 함께 “허위·과장 표기 시 법적 책임을 부담할 수 있다”는 경고문구를 넣어 실제 근거 있는 정가를 입력하도록 안내하라고 당부했다.
페라가모 유광벨트는 ‘71% 할인’ 48만6000원으로 걸렸지만, 타이머가 끝난 뒤에도 값은 48만6000원 그대로였다. 바뀐 것은 할인율 표시뿐으로, 71%가 70%가 됐다. 본지는 이 상품의 정가 산정 근거를 물었으나 트렌비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셀린느 클러치·코치 태비백처럼 할인율 없이 가격만 붙어 ‘할인 전 값’ 자체를 알 수 없는 상품도 있었다.
◆ 판매처 바뀌어도 화면은 ‘한정 특가’ 그대로
이미지 확대보기같은 상품명 아래에서 표시가격이 크게 뛴 경우도 있었다. 롱샴 르 플리아쥬 백팩은 3주 내내 ‘48% 할인’ 27만2000원으로 걸렸다가 7월 24일 ‘6% 할인’ 49만2600원으로 바뀌었다. 버버리 하트포드 폴로는 2주간 ‘61% 할인’ 29만9000원이었다가 이후 ‘6% 할인’ 44만4700원이 됐다.
이들 상품이 4주간 같은 상품명으로 노출된 사실은 트렌비도 인정했다. 다만 트렌비는 “판매처가 바뀐 것”이라고 설명했다. 롱샴 백팩은 기존 판매처 상품이 7월 22일 품절로 판매중지됐고 7월 24일 노출된 것은 다른 판매처 상품이라는 것이다. 미우미우 발레리나에 대해서도 “특가로 노출됐던 상품의 가격이 7월 17일에 일시적으로라도 인상된 바 없다”며 “동일 상품명의 다른 상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회사는 “기간한정 특가를 겨냥해 가격을 일부러 올린 바 없다”며 “구매대행 상품은 해외 플랫폼 세일 등에 대응해 가격 변동이 잦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소비자 화면에서는 이런 교체가 드러나지 않는다. 같은 상품 페이지에 같은 ‘타임어택’ 타이머가 붙은 채 할인율만 48%에서 6%로 바뀐다. 앞서 트렌비가 설명한 ‘카탈로그 최고 정가’ 구조에서는 판매처가 바뀌어도 기준 정가는 그대로 유지될 수 있어, 소비자로서는 무엇이 달라졌는지 알기 어렵다.
트렌비의 표시 방식은 공정위가 반복 제재해온 ‘기준가격 기반 할인 표시’와 구조가 닮아 있었다. 실제 거래가가 아닌 기준값(정가)이나 ‘한정’이라는 조건을 앞세워 할인처럼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다.
다만 트렌비는 자사몰에서 직접 값을 매기는 제조사와 달리, 입점 판매자가 가격을 정하는 오픈마켓 성격을 함께 갖는다고 답했다.
공정위도 5월 권고에서 “상품 가격을 결정하는 주체는 입점업체(판매자)이므로 부당한 표시·광고의 법적 책임 역시 입점업체에게 있다”고 밝혔다. 다만 같은 문장에서 “플랫폼에게도 입점업체의 법 위반을 방지하기 위해 협력해야 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5월 개선 권고도 오픈마켓 4곳이 입점업체의 가격 표시를 시스템으로 걸러내게 하는 방식이었다. 전자상거래법 제10조 제2항은 사이버몰 운영자에게 입점업체의 법 위반이 있을 때 시정에 협력할 의무를 지운다.
‘72시간’ 타이머와 ‘매주 돌아오는 타임어택’이라는 행사 화면 자체는 트렌비가 기획·운영한다. 공정위의 5월 개선 권고도 오픈마켓 4곳이 입점업체의 가격 표시를 시스템으로 걸러내게 하는 방식이었다. 전자상거래법 제10조 제2항은 사이버몰 운영자에게 입점업체의 법 위반이 있을 때 시정에 협력할 의무를 지운다.
표시광고법은 소비자를 오인시키는 거짓·과장·기만적 가격 표시를 금지한다. 공정위 고시(부당한 표시·광고행위의 유형 및 기준 지정고시, 제2019-11호)는 특별한 사유 없이 20일 넘게 실제 판 적 없는 값을 ‘정가’로 내걸거나, 실제 거래가에 변동이 없는데도 일정 기간만 특정 가격에 파는 것처럼 표시하는 행위, 실제와 달리 한정된 기간만 판매하는 것으로 표시하는 행위를 부당광고로 본다. 표시된 정가로 실제 판 적이 없다면, 그 정가에서 나온 할인율은 소비자가 실제로 받은 할인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위반으로 판단될 경우 제재는 가볍지 않다. 표시광고법은 시정명령·법 위반사실 공표와 함께 관련 매출액의 2% 이내(매출액 산정이 곤란하면 5억원 이내) 과징금,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5000만원 이하 벌금(법인 양벌규정 포함)을 정하고 있고, 고의·과실이 없어도 면할 수 없는 손해배상책임도 진다. 전자상거래법은 금지행위에 시정조치와 1000만원 이하 과태료를,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년 이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 벌금을, 위반이 반복되면 1년 이내 영업정지를 각각 두고 있다. 공정위는 5월 실태조사에서 ‘법 위반 소지가 확인된 업체에 자진시정을 유도하고, 동일·유사 행위를 반복하면 엄중 제재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렌비는 "공정위와 소비자원 권고를 이전까지 인지하지 못했다"라며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일반 할인가와 특정 조건 충족 시 적용되는 최대 할인가의 구분, 할인 조건의 명확한 표시 여부 등 가격 및 할인 표시 전반을 점검하겠다"고 전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명백한 꼼수 가격을 인지하고도 자사의 메인 기획전 타이머에 지속적으로 노출시켰다면, 이는 단순한 관리 소홀이 아니라 플랫폼의 거래액 유지를 위해 '거짓 할인'을 의도적으로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라며 "통제 장치가 부재한 상황에서 실적만을 쫓은 구조적 방치에 가깝다"고 꼬집었다.
혁신을 내세웠으나 기초적인 표시광고법 위반마저 통제하지 못한 박경훈호 트렌비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랐다. 경영진의 방관 속에서 무너진 조직 통제 체계와 개선 여부가 향후 감독기관의 핵심 판단 기준이 될 전망이다.
심준보 로이슈(lawissue) 기자 xzvc@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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