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망인은 2021. 4. 23. 증인 조OO, 이OO 및 수증자(유언에 의한 증여를 받는 사람)원고가 입회한 가운데 피고에 대한 예금 채권을 비롯한 3건의 예금채권과 주거지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 자신의 재산 전부를 원고에게 증여한다는 취지를 구수했고, 증인 이OO가 이를 필기한 다음 다시 낭독했다. 당시 변호사인 증인 조OO가 유언 과정을 녹화했다.
녹화 영상에 따르면 망인은 병실 침대에 산소호흡기, 다른 의료기기 설치된 숨쉬기 힘든 상태에서 상당히 어눌한 발음으로 피고에 대한 예금 채권 관련 계좌번호 등 겨우 말했다.
신체상태 저하로 유언의 전체 취지를 계속해 말할 수 없었고, 일부 예금 채권이나 전세보증금 반환채권 등은 제3자 보조를 받아 액수 등 세부사항을 기억해내 표현하는 방식으로 의미를 전달했다. 이후 사흘 후에 사망했다.
원고는 유언 있은 날부터 7일 후 서울가정법원에 유언의 검인을 신청했고 9월 30일 법원을 이를 인용했다.
원고는 망인 재산 중 하나인 예금 채권에 관해 피고(은행)를 상대로 9600만 5752원을 구했으나 지급을 거부하자 2022. 8. 22 이 사건 소(예금반환청구)를 제기했다.
1심(서울중앙지법 2023. 11. 9. 2022가단5254348 판결)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했다.
망인이 "나의 전 소유를 원고에게 증여한다"라고 말하는 것이 녹음된 사실은 인정되나, 민법 제1067조에 의한면 녹음에 의한 유언은 유언자가 유언의 취지, 그 성명과 연월일을 구술하고 이에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성명을 구술해야 하는데, 망인이 연월일을 구술하거나 참여한 증인이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는 것이 녹음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으므로, 녹음된 위와 같은 말은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 따라서 망인이 원고에게 포괄적 유증을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원심(서울중앙지법 2024. 10. 31. 선고 2023나74583 판결)은 이 사건 유언장이 작성될 당시 망인은 자신의 재산상태와 유증의 의미, 상대방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 이상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없었다고 보기 어려워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고, 판시 영상에는 망인이 연월일을 구술하거나 참여한 증인의 유언의 정확함과 그 성명을 구술하는 것이 녹음되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가 없어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서도 효력이 없다고 판단했다.
-민법 제1070조 제1항의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하여 민법 제1066조 내지 제1069조에서 정한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할 수 없는 경우에 허용되며, 유언자가 2인 이상의 증인의 참여로 그 1인에게 유언의 취지를 구수하고, 그 구수를 받은 자가 이를 필기낭독하여 유언자의 증인이 그 정확함을 승인한 후 각자 서명 또는 기명날인하여야 한다.
여기서 ‘유언취지의 구수’라 함은 말로써 유언의 내용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것을 뜻하므로, 증인이 제3자에 의하여 미리 작성된, 유언의 취지가 적혀 있는 서면에 따라 유언자에게 질문을 하고 유언자가 동작이나 간략한 답변으로 긍정하는 방식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의사능력이나 유언에 이르게 된 경위 등에 비추어 그 서면이 유언자의 진의에 따라 작성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인정되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민법 제1070조의 ‘유언취지의 구수’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06. 3. 9. 선고 2005다57899 판결 참조).
(대법원의 판단) 판시 영상에 대해 녹음에 의한 유언으로서의 효력이 인정될 수 없다고 본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 다만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본 원심은 판단은 수긍하기 어렵다고 봤다.
유언 당시 망인은 질병 기타 급박한 사유로 인해 자필증서, 녹음, 공정증서 및 비밀증서의 방식에 의한 유언이 객관적으로 가능하지 않았던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크다. 이와 달리 원심은 조OO은 녹화한 판시 영상에서 망인이 자신의 재산 상태와 유증의 의미, 상대방 등을 충분히 인지하고 말할 수 있었다고 보이는 사정을 들어 녹음에 의한 방식으로 유언을 할 수 있었다고 봤다.
망인은 유언의 목적인 3건의 예금채권 중 2개의 계좌번호만을 기억에 의존해 어눌하게나마 말할 수 있었는데, 이는 망인이 유언 당시 의식이 또렷해 의사능력을 갖추고 있었음을 드러내는 사정일지언정 건강 상태에 비추어 스스로 유언의 전체 취지를 육성으로 녹음해 녹음에 의한 유언을 할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
원심으로서는 위와 같은 사정들까지 면밀히 살펴보거나 심리해 본다음 이 사건 유언장이 구수증서에 의한 유언으로서 요건을 갖췄는지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 그런데도 원심은 판시와 같은 사정만으로 유언장이 구수증서 유언 요건 갖추지 못해 효력 없다고 판단해 구수증서의 보충성 내지 유언의 효력에 관한 법리 등을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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