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혈중알코올농도 수치가 기록되지 않았으니 증거도 없을 것이라는 생각은 위험한 착각이다. 사법부는 음주측정거부를 단순한 회피가 아닌, 국가의 사법 기능을 무력화하려는 악의적 방해로 규정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보여준 10분의 감정적 대응은 곧바로 수사 기록에 박제된다. 이 기록은 소환 조사 단계에서 구속영장 청구의 명분이 되고, 최종 판결에서는 실형 선고라는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진다. 찰나의 오판이 인생 전체를 뒤흔드는 거대한 재앙으로 번지는 셈이다.
음주측정거부죄의 성립 요건은 일반적인 예상보다 훨씬 포괄적이며 엄격하게 적용된다. 도로교통법 제148조의2 제2항이 규정하는 '응하지 아니하는 경우'는 물리적인 거부만을 의미하지 않으며 판례와 실무가 정의하는 거부의 유형은 매우 구체적이다.
우선 측정기에 숨을 불어넣는 시늉만 하거나 폐활량 부족을 핑계로 비정상적인 측정을 반복하는 기만적 불응은 실무상 명시적 거부와 동일하게 취급되어 처벌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채혈을 하겠다거나 장소를 이동하자고 요구하며 현재의 측정을 지연시키는 조건부 응낙 역시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거부로 간주된다. 매뉴얼상 경찰이 5분 간격으로 3회 이상 고지해야 하지만 만약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시하거나 현장을 이탈하려 했다면 그 횟수와 상관없이 고지의 유효성이 인정되어 즉시 죄가 성립될 수 있다.
사실상 경찰의 요청을 외면한 채 현장의 분위기를 주도하려는 모든 시도는 수사 기관의 보고서에 '언동 불량', '보행 부자연', '측정 회피' 등의 부정적 키워드로 기록된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리고 이러한 기록은 재판 단계에서 피고인의 반성 없는 태도를 입증하는 가장 강력한 증거로 활용될 수 있다.
사법부가 음주측정거부를 엄벌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측정을 거부해서 얻는 이득이 조금도 없게 만들기 위해서다. 만약 거부했을 때의 형량이 실제 음주 수치에 따른 처벌보다 가볍다면 모든 운전자가 측정을 피하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법원은 이 점을 경계하며 측정 거부를 매우 무겁게 다룬다. 특히 과거에 음주운전 전력이 있다면 상황은 더욱 절망적이다. 재판부는 이를 단순한 실수가 아닌 반복적인 법질서 무시로 규정한다. 이 경우 집행유예로 선처받을 기회는 사라지고 실형 선고를 피하기 어려운 막다른 길에 서게 된다.
대법원 사법연감 및 최근 하급심 판결의 추이를 분석하면 단순 음주운전보다 측정 거부 사건에서 법정 구속 비중이 월등히 높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사법부가 측정 거부를 단순한 교통법규 위반이 아닌 공권력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인식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법무법인 로엘 안제홍 파트너변호사는 서울서부지검과 대구지검 경주지청 등에서 검사로 재직하며 수많은 음주 측정 불응 사건을 직접 기소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음주측정거부 사건은 현장 기록과의 싸움이다. 검사는 피고인이 제출한 반성문보다 경찰이 작성한 당시의 수사 보고서와 바디캠 영상 속의 반응을 더 신뢰한다. 따라서 단순히 감정에 호소하는 전략은 필패할 수밖에 없다"라고 조언했다.
이어 안제홍 변호사는 “경찰의 측정 요구가 법령에 정해진 상당한 이유와 적법한 고찰을 거쳤는지, 혹은 피고인에게 권리 고지가 누락되지는 않았는지를 치밀하게 파고들어 절차적 흠결을 포착해야 한다. 동시에 당시 피고인의 신체적 조건이나 심리적 공황 상태가 의도적인 거부가 아니었음을 입증할 객관적 자료를 확보하는 등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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