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확정되어 기판력이 발생하고 있는 판결을 전소(前訴) 판결이라 하고, 이러한 기판력이 미치는 소송물관계(동일관계, 모순관계, 선결관계)에 대하여 다시 소송이 제기되어 이에 대하여 판결이 내려진 것을 후소(後訴) 판결이라고 한다.
원심은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봐 원고의 손을 들어줬으나, 대법원은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소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반소원고, 40대·여)는 보험회사인 원고(반소피고)와 2016년 ‘질병수술비’ 특별약관이 포함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한 후, 여러 의료기관에서 합계 약 2,500회에 걸쳐 티눈 제거를 위한 냉동응고술을 받고, 원고에게 질병수술비를 청구해 원고로부터 보험금으로 7억 7250만 원을 수령했다.
원고는 2018년경 피고를 상대로 ‘피고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했으므로 원고가 피고와 체결한 보험계약은 민법 제103조에 반하여 무효’라는 등의 주장을 하면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소를 제기했으나, 원고의 청구를 모두 기각하는 판결이 선고(피고 반소는 인용)되어 대법원에서 확정됐다(전소판결).
이후 피고의 냉동응고술로 인한 질병수술비 청구가 계속되자, 원고는 피고를 상대로 이 사건 보험계약의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이 사건 본소를 다시 제기했고, 피고는 원고를 상대로 원고가 지급거절한 보험금(180만 원)의 지급을 구하는 반소를 제기했다.
(쟁점사안) 이 사건 본소 및 반소 청구에 대한 원심의 판단이 선행소송의 기판력에 반하는지 여부.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5. 29. 선고 2023가합54783본소, 2023가합64865반소 판결)은 원고(반소피고)와 피고(반소원고)사이의 보험계약은 무효임을 확인한다. 보험계약에 따른 보험금지급채무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원고 승소판결을 선고했다. 피고(반소원고)의 반소청구는 기각했다.
원심(2심 서울고등법원 2025. 7. 17. 선고 2024나2028210본소, 2024나2028227반소 판결)은 피고(반소원고)의 항소를 기각했다.
원심은 추가 사실관계는 전소 사건의 사실심 변론종결 후에 새로 발생한 사유로서 이 경우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원고는 보험계약이 무효인지 다시 다툴 수 있고 법원도 전소 판결과 달리 판단할 수 있다. 이 사건 보험계약은 무효이므로 피고가 구하는 보험금 180만 원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변론종결 후에 발생한 새로운 사유라 함은 새로운 사실관계를 말하는 것이고,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새로운 증거자료가 있다거나 새로운 법적 평가 또는 그와 같은 법적 평가가 담긴 다른 판결이 존재한다는 등의 사정은 포함되지 않는다(대법원 2016. 8. 30. 선고 2016다222149 판결 등 참조). 또한 어느 법률행위가 민법 제103조에 의하여 무효인지 여부는 그 법률행위가 이루어진 때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한다(대법원 2015. 7. 23. 선고 2015다200111전원합의체 판결 등 참조).
이 사건 추가 사실관계는 비록 전소 사건의 사실심 변론종결 이후 발생한 사실관계이기는 하나, 이는 어디까지나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 피고가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으로 이 사건 보험계약을 체결했는지 여부, 즉 기존의 사실관계에 대한 새로운 증거자료에 해당할뿐,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새로운 사실관계가 발생한 경우로 볼 수 없다.
나아가 피고가 2020. 11. 4. 이후부터 2023. 3.경까지 약 2,100회의 냉동응고술을 추가로 받고 원고로부터 합계 약 6억 5000만 원의 보험금을 추가 수령했다는 사정이 이 사건 보험계약의 해지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그 사정만으로 2016. 7.경 이루어진 이 사건 보험계약의 체결 당시에 피고에게 보험금을 부정취득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
그러므로 원고가 이 사건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주장하는 것은 전소 판결의 기판력에 저촉되어 허용될 수 없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추가 사실관계로 인하여 전소 판결과 모순되는 사정 변경이 있었다고 보아 전소 판결의 기판력이 이 사건에 미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원심판결은 기판력의 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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