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강제추행죄는 친고죄가 폐지되어 피해자와 합의를 하더라도 수사나 재판이 무조건 중단되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합의를 서둘러야 하는 이유는 명확하다. 사건이 검찰로 송치된 후 재판에 넘겨지기 전, 즉 기소 전에 합의가 이루어지면 검사가 피의자의 반성 정도와 피해자의 처벌 불원 의사를 참작하여 기소유예 처분을 내릴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이다. 기소유예는 죄는 인정되나 전과 기록을 남기지 않고 사건을 종결하는 처분으로, 피의자가 일상으로 무사히 복귀할 수 있는 최선의 결과다. 반면 합의 시기를 놓쳐 사건이 법원으로 넘어가 재판이 시작된 후 뒤늦게 합의에 나선다면 선처의 폭이 크게 줄어들어 벌금형 이상의 전과와 함께 신상정보 등록, 취업 제한 등 치명적인 보안처분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배한진 변호사는 상당수의 피의자가 경찰 조사 단계에서는 두려운 마음에 혐의를 부인하거나 상황을 회피하다가 기소 이후에야 뒤늦게 합의를 시도하려 한다며, 이는 매우 위험한 대처라고 지적한다. 진심으로 반성하고 선처를 구하고자 한다면 경찰 수사 초기부터 변호인의 조력을 받아 적절한 합의 시기를 조율하고 기소유예를 목표로 한 체계적인 전략을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합의가 급하다고 해서 피의자가 피해자에게 직접 연락을 취하거나 합의를 종용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범죄 발생 직후 극도의 불안감을 느끼는 피해자에게 가해자의 직접적인 연락은 심각한 2차 가해로 여겨질 수 있으며, 이는 수사기관에 구속 사유를 제공하거나 재판에서 가중 처벌의 근거로 작용할 위험이 크다.
따라서 성범죄 사건의 합의는 객관적인 제3자인 형사 전문 변호사가 대리인으로 나서 피해자의 감정을 자극하지 않으면서 진심 어린 사과를 전하고 합리적인 조율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배 변호사는 적절한 강제추행 합의 시기에는 정해진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건의 경위와 피해자의 감정 상태, 수사의 진행 속도에 따라 유동적으로 판단해야 하는 고도의 법률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사건 발생 직후부터 전문가와 함께 신중하게 대응할 것을 당부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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