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의 개인정보 누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여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아니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
개인정보를 처리하거나 처리했던 자는 업무상 알게 된 개인정보를 누설해서는 안 된다.
피고인은 현대건설을 상대로 주민 피해보상을 받아오는 업무를 위해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의 주민 280명 이상으로부터 개인정보를 제공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고인은 2022. 4. 7. 자신의 주거지인 서울 강남구 아파트에서 위와 같이 제공받은 개인정보를 이용해 C단지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을 만든 뒤 2022. 4. 7. 105동 1501호, 2022. 4. 8. 106동 1007호, 2022. 11. 23. 107동 802호의 피해 입주민들의 실명과 함께 동·호수 개인정보를 호명하면서 게시하는 방법으로 누설했다.
피고인 및 변호인은, 공소사실 기재와 같이 주민들의 실명, 동·호수를 게시하면서 개인정보를 누설한다는 인식 또는 고의가 전혀 없었다. 또한 피고인의 위와 같은 행위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정당행위에 해당하여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했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3. 27. 선고 2023고정1844 판결)은 피고인의 주장을 배척하고 피고인에게 벌금 5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이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은 사전에 자신의 동·호수와 실명을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사용하거나 공개하는 것에 동의했으므로,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동·호수와 실명을 게시한 행위는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하지 않는다. 설령 피고인의 행위가 개인정보의 누설에 해당하더라도, 이는 사회상규에 위배되지 않는 행위로서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사실오인 및 법리오해, 양형부당을 주장하며 항소했다.
원심( 서울중앙지방법원 2024. 11. 29. 선고 2024노852 판결)은 피고인의 양형부당 주장만을 받아들여 1심판결중 유죄부분을 파기하고 벌금 30만 원을 선고했다.
피고인은 피해자들의 사전 동의 없이 피해자들의 개인정보를 게시함으로써 이를 누설한 것으로 판단했다. 1심판결 선고 이후 피해자 2명이 피고인의 처벌을 원하지 아니한다는 의사를 표시한 점, 피고인이 누설한 개인정보의 수가 많지 않고 피해자들과 언쟁하는 과정에서 다소 우발적으로 피 해자들의 개인정보를 누설하게 된 것으로 보이는 점, 피고인이 동종 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을 참작했다.
피고인이 제출한 안내문과 동의서의 작성 목적 및 전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피해자들은 자신의 동·호수 및 실명 등의 개인정보가 ‘주민 피해보상 업무와 관련된 의견 수렴, 공지사항, 결산보고, 기타 업무’에 이용되는 한에서만 그 제공에 동의한 것으로 해석되는데, 피해자들의 의견을 지적하거나 반박할 목적에서 피해자들의 실명과 동·호수를 게시한 행위는 주민 피해보상 업무와 관련된 행위에 해당하지 않을 뿐 아니라 안내문에 기재된 “의견 수렴, 공지사항, 결산보고, 기타 업무”의 범위에 포함된다고 볼 수 없다.
주민 의견수렴을 위하여 동·호수·성명을 사용하여 달라는 부분은 ‘협조’ 요청일 뿐 의무적인 사항도 아니므로, 위와 같은 피고인의 행위에 대해 피해자들의 사전 동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일부 주민들이 스스로 자신의 실명과 동·호수를 밝히거나 특정한 상황 하에서 다른 주민의 실명과 동·호수를 언급한 바 있다는 사정만으로는 카카오톡 대화방에 참여한 주민들 사이에서 자신의 실명과 동·호수를 제한 없이 공개하기로 하는 취지의 일반적인 동의나 양해가 있었다고 추단할 수 없다.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누설’을 ‘아직 개인정보를 알지 못하는 타인에게 알려주는 일체의 행위’로 해석하여 왔다(대법원 2015. 7. 9. 선고 2013도13070 판결, 대법원 2022. 11. 10. 선고 2018도1966 판결 등 참조).
구 '개인정보 보호법' 제59조 제2호에서 금지하는 개인정보의 누설에 관하여 정보주체의 사전 동의가 있는 경우에는 피고인을 벌할 수 없다고 봄이 상당하다.
피해자들을 비롯해 이 사건 단체대화방에 참여한 주민들은 이 사건 단체대화방에서 자신들의 실명과 동·호수가 사용되는 데 대해 사전 동의했다고 봄이 타당하다. 피고인이 피해자들의 실명과 동·호수를 게시한 경위에 개인적 동기가 일부 내포되어 있다는 사정만으로 이를 달리 볼 것은 아니다.
피고인은 이 사건 단체대화방에서 피해자들이 피고인의 의견이나 대화방 운영 방식에 반대하는 취지의 의견을 게시하자, 피해자들을 실명과 동․호수로 호명하면서 그 내용에 반박하는 의견을 게시했다. 당시 피해자들이 그 호명 방식에 대해 직접 피고인에게 이의 제기했다는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
이 사건에 대한 수사의 개시는 이 사건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의 고발로 이루어졌고, 오히려 피해자 2명은 원심에서 ‘이 사건 단체대화방에서 본인의 동·호수 및 실명이 사용·공개되는 것을 알고 서명·동의했고, 본인의 개인정보가 피고인으로 인하여 누설되었다고 생각하지 않으며, 관리사무소장에게 항의한 적도 없고 고발된 사실도 몰랐다’는 취지의 사실확인서(탄원서)를 제출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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