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결혼 3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1만 5천 건 이상으로, 전체 이혼 건수의 약 16.6%를 차지했다. 전체 이혼 부부 6쌍 중 1쌍이 혼인 기간 30년 이상인 부부인 셈이다. 여기에 혼인 기간 20년 이상인 부부의 이혼까지 합하면, 황혼이혼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늘어난다.
황혼이혼이 증가하는 이유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빈 둥지 증후군’이 대표적이다. 한창 미래를 바라보며 아이를 양육하고 바쁘게 지낼 때에는 어지간한 갈등을 참고 견디며 생활했으나, 자녀들이 모두 독립하고 나이 든 부부만 남은 상황에서는 더 이상 감정을 억누르며 살 필요가 없다고 느껴 이혼을 결정하는 것이다. 게다가 요즘에는 평균 수명이 길어져 자녀가 독립했다 하더라도 향후 30~40년의 기대 여명이 남아 있다. 그 긴 시간 동안 지금의 배우자와 함께 살 자신이 없다는 생각에 황혼이혼을 선택하기도 한다.
하지만 막상 황혼이혼을 결심하더라도 현실적인 문제를 피하기 어렵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단연 재산분할이다. 집값 하락이 황혼이혼의 감소를 불러왔다는 분석이 제기될 정도로, 황혼이혼과 재산의 상관관계는 긴밀하다. 혼인 기간이 긴 만큼 축적한 자산이 상당한 데다, 과연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누구의 재산인지 분별하는 일이 쉽지 않다. 특히 노년기에는 새로운 수입이 거의 발생하지 않아 지금까지 축적한 재산을 가지고 생활해야 하기 때문에, 재산분할이 곧 노후의 삶을 좌우한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황혼이혼의 경우에는 연금 분할 시점이 가까웠거나 이미 연금을 수령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국민연금이나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등에 대해서는 이혼한 배우자의 분할 수령이 인정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 그런데 연금 수령 조건에 부합하는지, 구체적으로 얼마의 연금을 수령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입증 자료를 준비하여 활용하는 일은 결코 녹록지 않다.
또한 일부 배우자는 이혼 전 재산을 몰래 처분하거나 숨기기도 한다. 이런 상황을 막기 위해서는 가압류, 재산명시, 금융자료 제출 요청 등 사전 조치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이혼 절차부터 밟기보다는 철저한 준비가 있어야 피해를 줄일 수 있다.
법무법인 YK 진아영 이혼 전문 변호사는 “황혼이혼은 누군가에게 ‘새로운 시작’일 수 있다. 하지만 시작을 잘하기 위해서는 앞선 혼인 생활을 제대로 마무리하고, 재산분할에서 자신의 몫을 잘 챙겨야 한다. 공동 재산의 규모 파악부터 특유재산에 대한 기여도 평가, 기여도 입증에 이르기까지 고려해야 하는 쟁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므로, 지금 당장 마음이 힘들다고 해서 무조건 이혼을 선택해서는 안 된다. 전문가 상담과 협의, 충분한 준비 과정을 거친 후 결정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저작권자 © 로이슈,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