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또 업무상과실치사혐의로 함께 기소된 조선해양사업부 현장 안전관리책임자들인 피고인 B(50대)와 피고인 C(50대)에게 각 벌금 800만 원, 근로자인 피고인 D(40대)에게 벌금 500만 원을, 법인에는 벌금 2000만 원을 각 선고했다.
피고인 B, C가 벌금을 납입하지 않을 경우 10만 원을 1일로 환산한 기간 노역장에 유치한다. 피고인 B, C, 법인에 각 벌금에 상당한 금액의 가납을 명했다.
피고인들은 2021년 2월 5일 오전 9시경 울산 동구 E 주식회사 조선해양사업부 외판 배열 작업장에서, 천정크레인을 이용하여 외판을 지그대(외판 받침대) 위에 올리고, 레버풀러를 사용하여 외판을 지그대에 고정시키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위 외판은 2.3톤 상당의 중량물로서 외판 고정 작업 중 외판이 무게중심을 잃고 낙하하여 근로자가 협착될 위험이 있다.
이러한 경우 사업주는 중량물의 취급작업을 하는 경우 근로자의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낙하 위험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전대책을 포함한 작업계획서를 작성하고 그 계획에 따라 작업을 하도록 하여야 하고, 작업계획서를 작성한 경우 작업지휘자를 지정해 작업계획서에 따라 작업을 지휘하도록 하여야 하며, 작업으로 인하여 물체가 떨어지거나 날아올 위험이 있는 경우 방호선반의 설치, 출입금지구역의 설정, 보호구의 착용 등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
그럼에도 외판 인근에 피해자 G(41·남)가 작업 중이었음에도 이를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레버풀러를 이용해 외판 미세조정 작업을 한 업무상 과실로, 외판이 지그대 위에서 무게중심을 잃고 미끄러져 추락해 외판 인근에서 외판 용접 작업을 위해 이동 중이던 피해자(자동용접 보조작업 근로자)를 향해 떨어져, 피해자가 위 외판에 협착되어 두부손상 등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A는 "업무상과실치사의 점과 관련해 피고인에게 구체적, 직접적인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고 예견가능성이 없었다. 산업안전보건법위반의 점과 관련하여 피고인이 안전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작업을 지시하거나 그와 같은 안전조치를 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작업이 있었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하였기에 산업안전보건법위반에 관한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나머지 피고인들은 "대략적인 표준작업지도서가 마련되어 있었고 기존 작업방식인 레버플러만으로 고정이 가능하여 위험성 있는 작업이 아니거나 이를 인식하지 못하는 등 피고인들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다했고, 피해자가 사고구역을 통과하리라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기에 기대가능성이나 회피가능성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각자 자신의 업무권한 범위내에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은 과실로 인해 피해자의 사망이라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봄이 상당하다며 업무상과실치사의 점을 유죄로 인정했다.
이 사건 판계 작업을 하는 데에 표준화된 작업방법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을 뿐 아니라, 낙하 위험 예방대책 등이 포함되어 있지 않다(일일작업지시서 및 안전점검 현황 역시 E에서 사용하는 표준 중량물작업 계획서와 다를 뿐 아니라 피고인 C가 작성해 보관하는 문건으로 중량물 작업계획서라고 보기 어렵다). 이에 피고인 D를 비롯한 작업자들은 표준화된 작업방법 없이 전임자들로부터 구전되는 비일률적인 방법으로 작업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레버플러 1개당 유지되는 장력만으로는 안전을 담보할 수 없음에도, 외판의 미끄러짐이나 흘러내림 사고의 위험요인 평가나 안전보건대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해사고 이후 E에서는 외판받이 설치 세부표준미흡, 레버플러 설치 세부표준 미흡, 출입통제 미실시 등 곡 외판 배열작업과 관련된 표준작업지도서가 부실해 발생한 사고로 그 원인을 분석했고, 이후 첫 기준판의 크레인 해체시점, 외판받이 설치 세부표준, 철판의 하중을 제대로 견딜 수 있는 레버플러 설치기준, 미세조정 시 유해방지 대책을 정립하고, 작업장 주변의 간섭위험 구역을 통제하고, 블록 사이 사다리 등 통행 장애물 설치를 금지하는 등 그에 관한 대책을 수립했는데, 이는 기존 작업이 불량한 작업방법 등에 의해 위험성이 있는 상태로 진행되어 왔음을 방증하는 정황이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작업현장에서 생명을 잃었고, 그 유족들 및 현장근자들들 또한 큰 정신적 충격을 입었을 것이 분명해 그 죄책이 중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피고인들이 기존 작업방식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해 그로 인한 재해발생 위험성을 쉽게 예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는 점, 사고 이후 판계 작업에 관한 표준지도서를 새로이 마련하고 관련 작업자 교육 및 대책을 수립하는 등 산업재해사고 재발방지를 위해 노력한 점, 피해자 역시 판계 작업이 진행 중임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 작업지점으로 무리하게 이동하다가 발생한 사고로서 그 피해확대에 기여한 측면이 있는 점, 피고인들이 유족과 합의하여 그들이 피고인들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 피고인 A, B, D는 아무런 범죄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참작했다.
◇업무무상과실치사상죄에서 업무란 사람의 사회생활면에서 하나의 지위로서 계속적으로 종사하는 사무를 말하고, 여기에는 수행하는 직무 자체가 위험성을 갖기 때문에 안전배려를 의무 내용으로 하는 경우는 물론 사람의 생명·신체의 위험을 방지하는 것을 의무내용으로 하는 업무도 포함되며(대법원 1988. 10. 11. 선고 88도1273 판결, 2002. 5. 31. 선고 2002도1342 판결 등 참조), 이런 의무에는 법령상 의무뿐만 아니라 조리상 의무도 포함된다(대법원 2007. 5. 31. 선고 2006도3493 판결 참조)
◇해당 안전보건규칙과 관련한 일정한 조치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해당 산업현장의 구체적 실태에 비추어 예상 가능한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을 정도의 실질적인 안전조치에 이르지 못할 경우에는 안전보건규칙을 준수하였다고 볼 수 없다(대법원 2021. 9. 30. 선고 2020도3996 판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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