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헌법재판소

대법원, 사적공간에서 자발적 합의 동성인 군인간 성관계 유죄부분 파기환송

2022-04-21 20:35:21

대법원 청사.(대법원홈페이지)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 청사.(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재판장 대법원장 김명수, 주심 대법관 김재형)은 2022년 4월 21일 전원합의체 판결을 선고해 원심판결 중 유죄 부분을 파기환송 했다(대법원 2022. 4. 21. 선고 2019도3047 전원합의체 판결)

무죄 부분에 관한 군검사의 상고는 기각했다. 두 군인은 1심서 각각 징역 3개월과 징역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수사로 20명 이상의 군인이 같은 혐의를 받고 군형법 제92조의6에 따라 기소됐다. 2심도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군형법 제92조의6은 남성 간의 성적 행위를 최대 징역 2년 형에 처하도록 규정한다.
동성인 군인 사이의 성관계, 그 밖에 이와 유사한 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봄이 타당하다.

이와 달리, 남성 군인 간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추행’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사적 공간에서 합의하에 이루어진 것인지 여부 등을 따지지 않고 군형법상 추행죄가 된다는 취지로 판단한 대법원 2008도2222 판결, 2012도3980 판결 등을 변경했다.

피고인들은 직업군인으로, 같은 부대 소속이 아니라 개인적으로 알게 된 사이이고, 영외의 독신자 숙소에서 근무시간 외에 자발적 합의에 따라 성행위를 했으며, 의사에 반하는 행위인지가 문제되거나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했다는 다른 사정도 없으므로, 군형법 제92조의6을 적용하여 처벌할 수 없다.

(공소사실 요지) 남성 군인인 피고인1, 2는 영외에 있는 피고인2의 독신자 숙소에서 2회(2016. 9.경, 2016. 12.경)에 걸쳐 항문성교 등 성관계 등을 가졌다.
피고인1은 남성 군인인 갑과 영외에 있는 피고인1 또는 甲의 독신자 숙소에서 6회(2016. 9.경 ~ 2017. 2.경)에 걸쳐 같은 행위를 했다.

군검사는 2017년경 피고인들의 행위에 대해 군형법 제92조의6(추행)을 적용해 기소했다. 군형법 제2조의6(추행)=제1조 제1항부터 제3항까지에 규정된 사람(이하 군인 등)에 대해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을 2년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제1심(보통군사법원)은 일부 무죄, 일부 유죄를 선고했다. 피고인1의 피고인2와의 행위는 피고인1의 자백을 보강할 만한 증거들이 위법하게 수집되었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정하고 무죄로 판단했다. 피고인2의 피고인1과의 행위 및 피고인1의 갑과의 행위는 피고인들의 자백과 보강증거가 있고, 현행 규정은 영외에서 자발적 합의로 이루어진 행위에도 적용된다는 이유로 유죄로 판단했다. 쌍방 항소했다.

원심(고등군사법원)은 쌍방 항소를 기각해 1심을 그대로 유지했다. 쌍방 상고했다.

(상고심의 쟁점) 군검사의(무죄부분에 대한)상고는 이유 없다. 주된 쟁점은 (유죄 부분에 대한) 피고인들의 상고와 관련하여, 동성인 군인들이 영외의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로 항문성교를 비롯한 성행위를 한 경우에도 현행 규정을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 → 전원합의 쟁점

(대법원의 판단) 파기환송
(다수의견 8명) 동성인 군인 사이의 항문성교나 그 밖에 이와 유사한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의사 합치에 따라 이루어지는 등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건전한 생활과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 것으로 보기 어려운 경우에는 현행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이를 처벌하는 것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군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성적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헌법상 보장된 평등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그리고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대법원은 이번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① 현재의 문언인 ‘항문성교’가 남성 간 성행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 점, ② 동성 간 성행위가 ‘추행’의 개념표지인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라는 평가는 이 시대 보편타당한 규범으로 받아들이기 어렵게 된 점을 주된 근거로 하여 동성 간 성행위가 그 자체만으로 현행 규정의 구성요건인 ’항문성교 그 밖의 추행‘이 된다고 본 종래의 해석은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대법원이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행위에 관하여 그 자체로 처벌가치가 있는 행위라는 평가는 더 이상 가능하지 않음을 선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 [일방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하거나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하는 다른 사정]이 있어 실질적인 법익침해가 있는 경우에만 현행 규정을 적용한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선언했다. 다수의견에서는 합의에 의한 성행위가 사적 공간에서 은밀히 이루어진 경우 이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지극히 사생활의 영역에 있는 행위에 대한 수사가 필수적이고, 이러한 수사는 군인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서 허용되기 어렵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현행 규정은 2013년에 개정되면서 ’계간‘을 ’항문성교‘로 변경하였는데,‘계간(鷄姦)’은 ‘사내끼리 성교하듯이 하는 짓’으로서 남성 간의 성행위라는 개념요소를 내포하고 있는 반면, 현행 규정의 대표적 구성요건인‘항문성교’는 성교행위의 한 형태를 가리키는 것으로서, 문언만으로는 이성 간에도 가능한 행위이고 남성 간의 행위에 한정하여 사용되는 것이 아니므로, 현행 규정의 동성 군인 간의 성행위 그 자체를 처벌하는 규정이라는 해석이 당연히 도출될 수 없다.

(별개의견-안철상 대법관, 이흥구 대법관)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성한다. 다만, 현행 규정의 보호법익에 성적 자기결정권이 포함된다고 볼 수는 없고, 상호 합의 여부를 현행 규정 적용의 소극적 요소 중 하나로 파악하는 것은 법률해석을 넘어서는 실질적 입법행위에 해당하여 찬성하기 어렵다.

(별개의견-김선수 대법관) 현행 규정은 그 문장구조와 체계, 추행의 의미 등에 비추어,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항문성교 그 밖의 성행위를 한 행위자만을 처벌하는 것으로 해석해야 하므로, 피고인들의 행위를 처벌할 수 없다는 다수의견의 결론에 찬성한다. 다만, 두 사람이 상호 합의하여 성적 행위를 한 경우에도 군기를 직접적, 구체적으로 침해한다는 이유만으로 현행 규정을 적용하여 처벌할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해석은 문언해석의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허용될 수 없다

(반대의견조재연 대법관, 이동원 대법관) 사적 공간에서 자발적 합의에 따라 이루어진 성행위라고 하더라도, 그러한 행위를 한 사람이 군이라는 공동사회의 구성원인 이상 ‘군기’라는 사회적 법익은 침해되는 것이므로, 처벌 대상에서 제외할 수 없다. 다수의견의 해석은 현행 규정이 가지는 문언의 가능한 의미를 넘어 법원에 주어진 법률해석 권한의 한계를 벗어난 것이어서 동의할 수 없다. 대법원의 종전 해석은 타당하므로 별도의 입법조치가 없는 한 그대로 유지되어야 하고,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판결은 정당하므로, 상고기각 하는 것이 타당하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