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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다단계 업체 운영자로부터 1억5천만 원 받은 경찰 무죄 원심 확정

1심 불가분적으로 알선행위 대가 성질 유죄, 원심 차용금 인정 무죄

2021-10-08 06:00:00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2021년 9월 15일 약 8년간 F(다단계업체 운영)로부터 알선 부탁을 받아주며 긴밀한 관계를 쌓아온 피고인(경찰)이 F로부터 1억5천만 원을 받아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혐의로 기소된 상고심에서 검사의 상고를 기각해 1심 유죄를 파기하고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1.9.15. 선고 2021도8981 판결).

1심은 불가분적으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보고 유죄로 판단했지만 원심(2심)은 피고인의 주장처럼 차용금으로 보고 무죄로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위반(알선수재)죄의 성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수긍했다.

원심(2심 2020노3935)인 서울중앙지법 제5-3형사부(재판장 이관형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위반(알선수재)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에게 유죄를 선고한 1심판결(징역 1년10월, 추징 1억5천만 원)을 파기하고 주위적 공소사실과 예비적공소사실은 모두 범죄의 증명이 없는 때에 해당하므로, 형사소송법 제325조 후단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피고인은 사실오인, 법리오해, 양형부당으로 항소했다.

피고인은 "F로부터 받은 이 사건 1억5천만 원은 차용금이다. F는 단지 추상적이고 막대한 기대감을 가지고 피고인에게 돈을 빌려준 것이므로 위 차용금은 알선의 대가가 아니어서 알선수재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검사는 당심에 이르러 당초의 공소사실을 주위적 공소사실로 유지하면서 예비적으로 ‘피고인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1억 5천만 원에 관한 무기한‧ 무이자 차용에 따른 이자 상당의 금융이익을 수수하였다.’라는 내용을 추가하는 공소장변경허가신청을 했고, 이 법원이 이를 허가했다.

1심(서울중앙지방법원 2020. 12. 9. 선고 2020고단4569 판결)은 위 1억 5천만 원의 교부에는 오랜 친분관계를 토대로 한 인간적 고마움과 대여의 의미뿐만 아니라 기존 형사사건에 대한 알선의 대가 내지 향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형사사건 등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도 불가분적으로 결합되어 있다고 볼 수 있으므로 그 전부가 불가분적으로 알선행위에 대한 대가로서의 성질을 가진다고 봄이 상당하다는 이유로 이 사건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이 위 돈을 F으로부터 차용한 것이 아니라 수수한 것이 아닌가하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하다. 그러나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피고인이 1억5천만 원을 차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고 수수(증여)받았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부부와 경제적능력이 충분한 F사이에 이전에도 무담보 금전거래 전력이 있었고 피고인과 F사이에 차용증이 작성되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실제 F에게 보낸 등기우편 원본과 그 내용이 다르다거나 차용관계로 가장하기 위해서 작출되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

등기우편에는 ‘K 계좌로 송금해 주신 1억 5천만 원 상환을 촉구하셨는데 말씀드렸듯이 누님 회사 사정이 세무조사 받고 힘든 상황이라고 합니다. 제가 보증인 서명을 한 마당에 모른 척 할 수가 없어서 우선 말씀드린 나무로 갚고자 합니다. F회장님께서 1억 5천만 원 차용금을 이 나무로 받으시면 일단 현재 가액도 차용금액과 구두로 논의했던 법정이자를 합친 금액보다 넘는 수준이고, 또 당장 처분하지 않고 조금 더 관리하신다면 훨씬 큰 돈이 될 것입니다’라
고 기재되어 있었다.

또 2019년 8월 12일경 이루어진 피고인과 A 사이의 통화 녹취록에도 1억 5천만 원 교부 당시 이자에 관한 논의가 있었음이 드러나는 점 등을 보면, 피고인의 변소를 배척하고 변제기 및 이자 약정이 없었다고 단정하기 부족하다고 봤다.

피고인과 적대적 관계에 있던 I는 2019년 8월 30일 F와 협의이혼에 관한 합의서 초안을 작성했는데, 위 합의서 초안 제9항에는 “갑(F)은 피고인에게 차용해 준 1억 5천만 원 중 50%를 즉시 지급하고, 만약 피고인으로부터 변제를 받지 못하였다면, 갑이 갖고 있는 차용증을 을(I)에게 양도한다. 이 경우, 을이 피고인으로부터 1억 5천만을 변제를 받으면 을은 갑에게 변제받은 금액의 50%를 즉시 지급한다”라고 기재돼 있다.따라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의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피고인은 2006년 하순경 서울서초경찰서 소속 경사( 2015. 12. 31.경 경감 승진)로서 서울 서초구 T건물 지하 1층에 있는 F와 그녀의 남편인 I가 운영하는 다단계 및 방문판매 업체에 다중이 밀집하는 것을 보고, 정보를 파악하다가 F와 친분을 쌓게 됐다.

그러던 중 I이 2007. 5. 9.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2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피고인은 F에게 변호인 선임 등을 도와주었고, 결과적으로 I은 2007. 6. 22. 보석으로 석방(2007. 7. 26.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사기죄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됐다. 이에 F는 피고인에 대해 고마운 마음을 갖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향후에도 다단계 및 방문판매 업체의 특성상 관련 형사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는데 그 때 경찰관인 피고인의 알선을 통해 수사상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게 됐다.

피고인은 그 무렵부터 F이 제공한 뉴오피러스 승용차를 받은 것을 비롯하여 ‘F또는 I이 연루된 형사사건’ 담당 경찰관들에게 사건을 문의해 주고 선처 등을 부탁하는 대가로 명절 떡값 등을 수시로 받아왔다.

피고인은 위와 같이 약 8년간 F으로부터 알선 부탁을 받아주며 긴밀한 관계를 쌓아왔으므로 자신의 금원 요구를 거절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여, 2015. 12. 중순경 서울 영등포구 U건물 2층에 있는 사무실에서, F에게 “누나 렌터카 사업이 어려워서 그러는데 3억 원 정도 빌려달라.”라며 차용금을 빙자하여 돈을 요구, 2015. 12. 29.경 F으로부터 피고인의 매형인 K 명의의 신한은행 계좌로 1억 5천만 원을 입금받았다.

그러나 사실 그 돈은 기존 형사사건 및 향후 발생할 형사사건 관련 알선의 대가로 주는 것으로 묵시적 합의가 있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1억 5천만 원을 수수했다(주위적공소사실). 또 피고인은 공무원의 직무에 속한 사항의 알선에 관하여 1억 5천만 원에 관한 무기한‧무이자 차용에 따른 이자 상당의 금융이익을 수수했다(예비적공소사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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