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판부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유죄로 인정한 원심판결에는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함으로써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고, 이를 지적하는 피고인(군위군수)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의 분리선고 규정 위반 등 나머지 주장과 검사의 주장에 대해서는 따로 판단하지 않았다.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군위군수인 피고인 A는 2015년 12월경 경북 군위군청 군수실에서 군위군 상하수도사업소 관리운영담당인 C를 불러 피고인의 고등학교 후배인 F을 소개하며 군위군이 추진 중인 총 사업비 202억 원 상당의 통합 취정수장 설치사업에 대해 ‘F과 상의하면서 진행하라’고 지시했고, F은 2016. 2.경 대구 북구에 있는 불상의 식당에서 C에게 B를 소개시켜 주었다.
C는 2016년 3월경 B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B(상하수도 계측기 설비 제조 및 판매 업체 대표)의 공장을 방문해 B로부터 ‘통합 취정수장 설치공사를 수의계약 할 수 있게 해 달라’는 취지의 청탁을 받으며 현금 1억 원이 들어 있는 선물용 음료수 상자를 받았다.
C은 며칠 뒤 경북 군위읍에 있는 피고인의 주거지를 방문하여 피고인에게 ‘군위에 있는 B 사장님이 드리라고 합니다’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며 현금 1억 원이 들어 있는 선물용 음료수 상자를 피고인에게 전달했다.
C은 계속해서 그 무렵 통합 취정수장 설치공사 계약 후보 업체들을 보고서로 정리한 다음, 상하수도사업소 회계담당 E 계장과 함께 군위군수실을 방문하여 피고인에게 후보 업체들을 보고했고, 피고인은 즉석에서 B 운영의 ㈜리○○를 선정해 주었다.
그에 따라 ㈜리○○는 2016. 3. 2. ‘계측기기 설치사업, 프로세스제어설비 설치사업, 통합배수지설비 설치사업’ 등 3건의 공사를, 2016. 6. 15. ‘통합영상관제시스템 설치사업’ 공사를, 2016. 6. 23. ‘CCTV 설치사업’ 공사를(합계 20억 1680만 원 상당) 군위군과 수의계약 방식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C는 2016. 6. 하순경 B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고 B의 공장을 방문하여 B로부터 통합 취정수장 설치공사 관련 수의계약 체결에 대한 대가로 현금 1억 원이 들어 있는 선물용 음료수 상자를 받은 다음, 며칠 뒤 피고인의 주거지를 방문하여 ‘B 사장님이 드리라고 합니다’라는 취지로 이야기를 하며, 위 선물용 음료수 상자를 건네주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공무원으로서 그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했다.
◇범인도피교사
C는 2016년 9월경 경북지방경찰청이 통합 취정수장 설치사업 관련 비리 사건을 수사 하던 중, B가 군위군 공무원에 대한 뇌물 제공 여부를 추궁하던 경찰관에게 A에 대한 2억 원 교부사실을 숨기기 위해 ‘2016. 1. 20.경 수의계약 청탁과 함께 C에게 700만 원을, 2016. 2. 12.경 같은 청탁과 함께 C에게 500만 원을 교부하였다’는 취지로 허위 자백을 한 사실을 알고 이를 피고인에게 보고했다.
이에 피고인 A는 2016년 11월경 군위군청 군수실에서 C에게 ‘네가 떠안고 가면 변호사도 선임해 주고 미래도 책임져 주겠다’는 취지의 제안을 하여 C으로 하여금 허위 자백을 할 마음을 먹게했다.
C는 위와 같은 피고인의 제안에 따라 2017년 12월경 안동시 풍천면에 있는 경북지방경찰청에서 수사를 담당하는 경찰관에게 ‘B로부터 군위군 공사 관련 수의계약 청탁을 받으며 돈을 받았다’고 허위 자백을 하고, 이어진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 과정에서도 계속하여 허위 자백을 했다.
이로써 피고인은 위 C으로 하여금 범인을 도피하도록 교사했다.
1심인 대구지방법원 제11형사부(재판장 김상윤 부장판사)는 2020년 12월 18일 군직원 C(파면징계)가 업자 B로부터 교부받은 2억 원을 피고인 A에게 전달한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해 군위군수인 피고인 A에게 징역 7년 및 벌금 2억원, 추징 2억원을 선고했다(2019고합484).
또 2회에 걸쳐 2억 원의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B에게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16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했다.
1심 재판부는 "직원 C는 미래를 책임져 주겠다는 피고인의 말을 믿고 자기가 뇌물을 수수한 것으로 허위 자백하여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고 파면이라는 징계까지 당했다. 뿐만 아니라 피고인의 측근들은 피고인을 위해 C를 회유하는 과정에서 알선수재 및 범인도피방조죄로 구속돼 옥고를 치르기도 했다.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일체를 부인하며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지 않고 있다. 한차례 벌금형을 제외하고는 범죄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C가 피고인 A에게 2억 원의 뇌물을 전달했다는 말을 하고 재심까지 청구하겠다고 하자 B는 2019. 7. 1.경 경북지방경찰청에 자수하여 자신이 C에게 제공한 돈이 1,200만 원(700만 원, 500만 원)이 아니라 2억 원이라고 진술하면서 이 사건 수사가 시작됐다.
C는 ‘B로부터 이 사건 공사 수주대가 명목으로 돈을 전달해달라는 부탁을 받고 2016. 3.경 1억 원, 2016. 6.경 1억 원을 교부받았다’는 제3자뇌물취득죄와 ‘B로부터 교부받은 2억 원을 피고인에게 전달했음에도 이를 숨기고 B로부터 1,200만 원을 받았다고 허위 자백을 하여 피고인을 도피하게 했다’는 범인도피죄로 기소돼 2020. 1. 30. 제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 판결을 선고받았고(대구지방법원 2019고단574 판결), C가 항소했으나 2020. 5. 22. 항소기각 판결이 선고(대구지방법원 2020노541 판결)돼, 그 무렵 위 판결이 확정됐다.
피고인 A는 사실오인 내지 법리오해(공소사실 불특정, C진술의 신빙성, 뇌물죄와 범인도피교사죄 분리선고규정위반) 양형부당으로, 검사는 양형부당으로 쌍방 항소했다.
피고인 A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피고인이 C을 만나 2억 원을 받은 범죄일시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아니하여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가 불가능하여 부적법하다. 또 2016. 3.경 및 2016. 6. 하순경 피고인의 주거지에서 C으로부터 2억 원의 뇌물을 전달받은 사실이 없고, 위 일시, 장소에서 C을 만난 사실도 없다. 또한 피고인은 C에게 범인도피를 교사한 사실도 없다"고 주장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피고인과 변호인은 원심에서 B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C에 대한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사본, B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B에 대한 경찰 진술조서 사본에 대하여 내용부인 취지로 부동의 했는데, 이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에 의하여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했다.
다만, C, B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 신문조서 및 진술조서가 임의로 작성된 것이 아니라고 의심할 만한 사정이 없고, 검사가 이를 증거로 제출하여 원심 법정에서 이에 대한 증거조사까지 이루어졌으며, 피고인과 변호인은 C, B를 원심 및 이 법원에서 증인으로 신문까지 했으므로, C, B에 대한 각 경찰 피의자신문조서 및 진술조서는 그들의 법정 진술에 대한 탄핵증거로 사
용될 수 있다고 할 것이다(대법원 1998. 2. 27. 선고 97도1770 판결 등 참조).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는 것이므로, 검사의 입증이 위와 같은 확신을 가지게 하는 정도에 충분히 이르지 못한 경우에는 비록 피고인의 주장이나 변명이 모순되거나 석연치 않은 면이 있는 등 유죄의 의심이 간다고 하더라도 피고인의 이익으로 판단하여야 한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엄격한 증명의 대상에는 검사가 공소장에 기재한 구체적 범죄사실이 모두 포함되고, 특히 공소사실에 특정된 범죄의 일시와 장소는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의 주된 대상이 되므로 엄격한 증명을 통해 그 특정한 대로 범죄사실이 인정되어야 하며, 그러한 증명이 부족함에도 다른 시기와 장소에서 범행이 이루어졌을 개연성이 있다는 이유로 범죄사실에 대한 증명이 있다고 인정하여서는 아니 된다.
항소심 재판부는 이미 종전 판결로 형사처벌을 받은 B가 또다시 형사처벌을 받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자신에게 불리한 내용의 진술을 한 점 등에 비추어 보면, B가 군직원 C에게 2회에 걸쳐 합계 2억 원을 교부한 사실은 충분히 인정된다고 했다.
C가 피고인 A에게 2억 원을 전달했는지 여부에 대해, 피고인은 C의 변호사비용 등 명목으로 6,000만 원을 지급하게 한 점, 피고인 대신 형사처벌을 받았으니 책임지라는 취지로 말하고 다니거나 피고인을 비난하는 C를 제지하거나 형사고소를 하는 등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 A가 C으로부터 B가 교부한 뇌물을 전달받은 것이 아닌지 하는 강한 의심이 들기는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이 부분 공소사실 기재 일시, 장소에서 2억 원을 전달했다는 C의 진술은 이를 그대로 믿기 어렵다. 검사가 제출한 나머지 증거들만으로는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이 C의 부재중 전화를 보고 전화를 건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2016. 3. 11.과 2016. 3. 12. 피고인이 C에게 전화를 건 시각을 보면 2016. 3. 11.은 20:05경이고, 2016. 3. 12.은 10:13경으로 C의 위 진술과도 일치하지 않아, 위와 같은 검사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 결국 C가 피고인에게 2억 원을 전달한 시기에 관한 C의 진술 부분은 객관적 증거라고 할 수 있는 통신내역과 일치하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C가 수사기관과 원심 법정에서 직접 그린 피고인의 주거지(3층)의 구조와 배치, 형태가 변호인이 제시한 피고인의 주거지의 구조 및 형태, 철제현관문의 위치(2층)와 다를 뿐만 아니라, C의 원심 및 이 법원 진술에 의하더라도 C이 피고인의 초대로 위 주거지 2층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한 사실이 있으므로, C가 현관문과 중문으로 이루어진 구조를 기억하고 있다는 사정만으로 C 진술의 신빙성을 더하여 준다고 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
D(비공식 선거 운동원으로 활동한 피고인의 측근이자 친척 형)의 진술과 C가 1억 원을 교부받은 시점과 근접한 시점인 2016. 3. 29. 차명계좌를 개설한 점, 이후 2016. 4. 24. 세 곳의 금융기관을 돌아다니며 약 500만 원 단위로 11회에 걸쳐 5,490만 원을 입금한 것은 통상적인 비상금 관리 방법이라고 보기 어려운 점, 위와 같은 큰 금액의 자금출처에 관한 C의 진술 역시 쉽게 수긍하기 어려운 점에 비추어 보면, C이 B로부터 받은 2억 원 중 일부를 피고인에게 전달하지 않았을 수 있다는 점에 대한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피고인과 C으로부터 1억 원을 주고받았다는 이야기를 각각 들었다는 D의 진술의 신빙성을 함부로 배척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금품전달시기 및 장소, 전달한 금품의 액수와 그 밖의 사정들을 종합하여 보면 이 부분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C의 검찰과 원심 및 이 법원에서의 진술은 일부 허위나 과장·왜곡·착오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되고, C의 나머지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하여 그가 한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은 모두 신빙하고 이와 배치되는 피고인 A의 주장은 전적으로 배척할 수는 없다.
재판부는 범인도피 교사관련, C의 진술만으로 피고인이 C에게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허위 자백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C으
로 하여금 범인을 도피하도록 교사하였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 부분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피고인의 주장을 인정했다.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3항은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해당 피고인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유죄의 증거로 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해당 피고인과 공범관계에 있는 다른 피고인이나 피의자에 대한 피의자신문조서를 해당 피고인에 대한 유죄의 증거로 채택할 경우에도 적용된다. 따라서 해당 피고인과 공범관계가 있는 다른 피의자에 대하여 검사 이외의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는 그 피의자의 법정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이 인정되는 등 형사소송법 제312조 제4항의 요건을 갖춘 경우라도 해당 피고인이 공판기일에서 그 조서의 내용을 부인한 이상 이를 유죄 인정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고, 그 당연한 결과로 위 피의자신문조서에 대하여는 사망 등 사유로 인하여 법정에서 진술할 수 없는 때에 예외적으로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규정인 형사소송법 제314조가 적용되지 아니한다. 그리고 위 법리는 형법 총칙의 공범 이외에도, 서로 대향된 행위의 존재를 필요로 할 뿐 각자의 구성요건을 실현하고 별도의 형벌 규정에 따라 처벌되는 강학상 필요적 공범 내지 대향범 관계에 있는 자들 사이에서도 적용된다(대법원 2020. 6. 1. 선고 2016도9367 판결 등 참
조). 피의자의 진술을 녹취 내지 기재한 서류 또는 문서가 수사기관에서의 조사과정에서 작성된 것이라면 그것이 진술조서, 진술서, 자술서라는 형식을 취하였다 하더라도 당해 수사기관이 작성한 피의자신문조서와 달리 볼 수 없다(대법원 2007. 10. 25. 선고 2007도6129판결 등 참조).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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