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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한일 해저터널 논쟁을 보면서

2021-02-09 10:11:17

기고인 이병록 정치학박사, 현)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전)대한민국 해군 교육사령부 부사령관
기고인 이병록 정치학박사, 현)덕파통일안보연구소장 전)대한민국 해군 교육사령부 부사령관
[로이슈 진주하 기자]
정치인의 최대 목표는 다음 선거에서 이기는 것이다. 토목업계와 경제계가 아닌 정치권에서 표를 위해서 한일 해저터널 논쟁을 불러일으킨다. 영국과 프랑스 해저터널에 비해서 거리와 수심이 몇 배이다. 일본은 지각판이 충돌하여 지진이 많이 일어나는 불안정한 지역이다. 그간 정치권에서 몇 번 검토하였으니 토목기술로 가능할 것이고 경제적, 정치적 실익이 적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한일해저터널은 부산지역의 문제가 아니다. 단순히 굴을 뚫고 철로를 내는 토목공사 문제가 아니다. 한일 미래에 매우 중요한 정책이다. 지방선거를 앞둔 정치적 논쟁을 보면서 해저터널과 육상수송에 대해서 몇 가지 짚어본다.

첫째, 과거 역사가 미래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되지만, 역사를 망각해서도 안 된다. 1932년에 일본은 통영에 동양최초로 해저터널을 뚫었다. 한국 침략 원흉인 이토오 히로부미를 상징하는 ‘태합굴’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어떤 경제적 실익도 없는 지역에 토목을 벌인 것은 임진왜란 격전지이기 때문이다. 자기 조상들이 묻힌 바다 위를 다닐 수 없다는 명분이다. 목포와 군산 등 항만과 철도는 경제적(쌀) 수탈과 대륙전쟁을 위한 병력과 군수물자 수송이 목표였다. 일본이 중국에게 간도를 넘긴 이유 중 하나는 만주 철도 부설권이다. 이를 신민지 근대화로 미화하는 일부 한국인처럼 상호호혜가 되는 토목공사로만 이해하면 안된다.

둘째, 우리의 지정학적 위치는 여몽연합 일본정벌, 일본의 두 번에 걸친 중국대륙 점령을 위한 징검다리이다. 과거는 가끔 일어나는 무력에 의한 영토전쟁이었다면, 지금은 상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무역에 의한 경제전쟁 시대이다. 현대는 지정학적이란 낱말 의미가 복잡해진다. 다수의 군대가 무력으로 점령하지 않고, 다수 민간인이 지역 정치와, 경제, 문화로 점령하기 때문이다. 중국이 신압록강 대교를 완료했지만 북한은 연결하지 않고 있다. 훈춘과 블라디보스톡 철도는 시진핑은 적극적이지만 푸틴은 소극적이다. 중국화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이다. 러시아도 유럽을 경계하여 표준궤가 아니고 광궤이다. 교통, 즉 수송과 물류가 단순한 토목 문제가 아니고 정치적으로 복합적인 문제이다.

셋째, 경제와 문화는 쉽게 설명하면 삼투압 현상과 같다. 약한 쪽이 강한 쪽으로 흡수된다. 교통이 편리해지면서 대구와 같은 중간도시가 대도시 상권에 흡수된다. 경제적 강국인 일본에게 절대 유리하다. 다행히도 문화는 한류가 선전하고 있다. 그러나 노벨문학상, 일본 전통문화 유지 등에서 일본의 저력은 무시할 수 없다. 결정적으로 문화는 디지털 방식으로 이동하고, 수송과 물류는 아날로그 수송방식으로 이동한다. 문화의 일시적 강점은 해저터널과 관련이 없다. 전철에서 물건을 파는 이동상인도 실익을 놓고 주판을 두드린다. 정치가 표를 놓고 잘못된 주판을 두드리면, 피해는 오롯이 국민 몫이다.
넷째, 경제로 판을 보는 지경학적 위치이다. 일본은 태평양 쪽으로 200해리 경제적배타수역을 확보하는데 걸림돌이 없다. 우리는 동해와 서해바다가 일본과 중국에 가로막혀 중간선도 인정받지 못하고 갈등 중이다. 우리가 일본보다 유리한 한 가지 이점은 대륙과 연결되어 있다. 경제성장동력을 대륙에서 이끌어내야 한다. 그런데 대륙은 군사대치로 막혀있고, 일부 정치권에서는 이를 진영논리로 더 강화하고 있다. 일본이 대륙에 교두권을 확보하는 상황을 도와주면서, 우리는 스스로 대륙과 차단을 하는 이상한 정치상황이다. 우리 장점을 약화하고, 상대나라의 단점을 강화하는 정책을 펴서는 안 된다. 북한, 중국, 러시아와 먼저 철도를 연결해야 한다. 표를 향하는 정치권은 정책 우선순위를 무시한다.

다섯째, 통일외교안보적 측면이다. 북미정상회담을 위하여 김정은 위원장(당시 직책)이 기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대륙을 이동하지 못한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대륙을 호령하던 호연지기는 사라지고 남북이 적이 되어 좁은 그림 밖에 그리지 못하는 반도인이 되었다. 독일은 분단 시에도 철도, 육로, 항로 등이 연결되고 서독 돈으로 교통망을 건설하고 유지시켰다. 미래를 위한 투자이기 때문에 분단 서독의 경제적 보수는 동방정책을 지지하였다. 박근혜 대통령도 '유라시아 이니시티브'를 구호를 내세웠다. 기출문제도 공부하지 않는 우리 정치권은 독일에서 배우고, 우리가 먼저 대륙과 연결해야 한다.
여섯째는 지역경제문제이다. 부산은 인천과 더불어 대표적 항구도시이다. 가덕도 공항은 개인적으로 찬반에 유보적이다. 하지만 공항이 생기면 부산은 바다와 하늘을 통한 수송 출발지이고 도착지인 교통 중심(허브)지가 된다. 대륙여행을 마친 일본 관광객이 부산역에서 내려서 배나 비행기로 갈아탄다. 밥을 먹거나 잠을 자고, 면세점에서 물건을 산다. 서울사람도 부산바다보다는 문화적 상품이 많은 일본 바다를 보러갈 것이다. 필자 고향인 순천에서도 순천은 잠시 들려서 관광만 하고, 먹고 자는 돈은 여수에서 쓴다는 얘기가 나온다. 중요한 사실은 인천공항이 인천지역문제가 아니었듯이 해저터널은 부산지역문제가 아니고 나라 전체 문제이다.

결론은 개인적인 생각으로 마무리한다. 일본이 과거를 반성하고, 한일 선린우호를 위해 정치적인 결정으로 터널을 뚫을 수 있다. 일본과 협상측면에서 북쪽이 선으로나마 대륙과 연결되어야 일본도 이해타산이 맞아 떨어진다. 여기서 한 가지 장점은 남북 교류에 걸림돌인 일본이 디딤돌 역할을 할 수 있다. 건설방식도 일본이 전액을 지원하고 우리 토목업계가 투입되면 당장 이익은 볼 수 있다. 철도는 한국식 표준궤로 해야 한다. 북한도 한국표준방식으로 건설해야 한다. 만일 북한과 일본이 식민지 배상을 협상하면서 현금이 아닌 현물로 하면 문제가 일어날 수 있다. 일본자본, 일본회사와 기술, 그리고 일본 철도운영체계가 들어온다, 지금이라도 북한 철도 복원에 우리가 먼저 시작해서 선점하고 있어야 한다. 제국주의 시대에 철도부설권을 선점하기위한 각축이 북한에는 현재에도 적용되지만, 이는 수탈이 아니고 공동번영을 위한다는 점에서 다르다.

진주하 로이슈(lawissue) 기자 news@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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