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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보험금 수령목적 피해자 승용차 바다에 추락 사망 무죄 원심 확정

2020-09-24 15:24:52

(사진=대법원홈페이지)
(사진=대법원홈페이지)
[로이슈 전용모 기자] 대법원 제2부(주심 대법관 안철상)는 2020년 9월 24일 살인[(인정된 죄명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치사)], 자동차매몰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및 검사에 대한 상고심에서 상고를 모두 기각해 유죄 1심을 파기하고 무죄(주위적공소사실)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대법원 2020.9.24.선고 2020도5503 판결).

피고인이 보험금 수령을 노리고 처인 피해자가 조수석에 탑승한 승용차를 선착장 방파제 경사로를 따라 바다로 밀어 익사시켰다는 주위적 공소사실(살인)을 무죄로, 선착장 방파제 경사로에 피해자만을 남기고 하차하면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고 변속기를 중립 상태로 둔 과실로 승용차가 바다에 추락하여 조수석에 탑승한 피해자가 사망하게 하였다는 예비적 공소사실(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을 유죄로 각각 인정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원심은 ‘피고인이 밀지 않고서는 피해자가 탑승하고 있던 이 사건 승용차가 바다에 추락할 리 없다’는 점을 인정하기 어렵고, 주위적 공소사실에 적시된 범행방법에 경험칙상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으며, 피고인이 금전적 이득만을 노리고 피해자를 살해했다고 보기에는 범행의 동기가 형성되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부족하다는 점 등 그 판시와 같은 이유로 이 사건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이를 유죄로 판단한 제1심판결을 파기하고 무죄로 판단했다.

피해자가 이 사건 2개월 여 전에 피고인의 권유로 종전에 피해자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3건의 보험계약을 해지하고 5건의 보험계약을 새로 체결함으로써 피해자 사망 시에 지급될 보험금이 합계 3억7000만 원 내지 3억7500만 원에서 합계 11억5000만 원 내지 12억5000만 원으로 증가한 점, 위 5건의 보험계약 중 메리츠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인수한 (무)메리츠 케어프리보험 M-Basket1810, (무)메리츠 운전자보험 M-Drive1810 2건의 보험계약의 특약으로 정한 사망보험금이 합계 10억 원으로, 당시 위 회사가 피해자와 같이 전업주부인 피보험자에 대하여 인수할 수 있는 사망담보의 최대 한도액에 상당하는 점, 그 후 이 사건 10여 일 전에 피해자가 피고인의 권유로 가입한 위 5건의 보험계약의 수익자가 모두 피고인으로 변경된 점,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운전하다가 이 사건 선착장 방파제 끝의 경사로가 시작되는 부분 주변에서 혼자 하차했고 그 후 이 사건 승용차가 방파제 끝 부분에 이어진 경사로를 따라 바다에 추락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 사건 다음날 인양된 이 사건 승용차의 변속기가 중립(N) 상태에 있었고, 사이드 브레이크가 잠기지 않은 상태였던 점 등이 그것이다.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한 계획적인 살인의 경우 피해자가 확실하게 사망하는 결과가 달성될 수 있는 범행의 장소나 실행방법을 사전에 치밀하게 탐색하여 선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제한 다음 공소사실에 기재된 범행방법에 즉흥적이고 우연적 요소가 많다는 점을 무죄판단 이유의 하나로 든 원심의 이유 설시는 다소 적절하지 못한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대법원은 위와 같은 사정을 감안하더라도, 피해자의 사망이 피고인의 고의적 범행으로 인한 것이 아닐 수 있다는 합리적인 의심을 배제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판단했다.

따라서 피고인이 변속기를 중립 상태에 두고 사이드 브레이크를 잠그지 않은 채로 이 사건 승용차에서 하차한 후에 이 사건 승용차가 바다로 추락했다는 점 만으로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밀었다고 추단할 수도 없다.

또 이 사건 승용차의 변속기를 전진(D) 상태에서 주차(P) 상태로 변경하려면 변속기 조작 봉을 중립 위치까지 한 단계 위로 올린 다음 오른쪽으로 밀고 나서 다시 위로 올려야 하는 다소 특이한 조작 방법에 따라야 하는데, 피고인이 이 사건 승용차를 구입한 것은 이 사건으로부터 3개월여 전인 2018년 9월 11일경이고, 그 전에는 스포티지 차량을 보유·운행했다. 이러한 사실관계에 비추어 피고인이 아직 이 사건 승용차의 변속기 조작 방법을 숙달하지 못했을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상황의 전개에 당황하여 경황이 없는 상태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므로, ‘변속기를 주차 상태에 둔다는 것을 실수로 중립 상태에 둔 채 하차하였다’는 피고인의 변명을 쉽사리 일축하기 어렵다고 봤다.

만일 주위적 공소사실의 기재대로 피고인이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살해할 계획 아래 피해자를 회유·기망하여 위 5개 보험계약의 수익자를 자신으로 변경하도록 한 것이라면, 피고인이 가입한 일부 보험의 수익자를 피해자로 변경했다가 불과 며칠 만에 피고인의 동생으로 재변경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기도 하다. 범행 전에 보험수익자 재변경이 발각되는 때에는 피해자의 경계심을 유발하여 범행의 기회를 포착하기 어렵게 될 수 있고, 범행 실행 후에는 피해자 사망의 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와 그 남편인 피고인의 보험수익자 변경 및 재변경 내역이 드러나 기망적인 방법에 의해 보험수익자를 피고인으로 변경하게 한 후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의심이 증폭될 것이므로, 결국 보험금 수령이라는 목적 달성에 방해가 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피고인이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피해자 살해를 계획 중이었다면 위와 같은 위험을 당연히 미리 인지했을 터인데, 검사는 피고인이 보험수익자를 재변경하여 위험을 자초할 만한 이유나 경위에 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하거나 이에 관한 실마리를 제시하지 않았다. 오히려 피고인이 사망할 경우에 그 보험금을 피고인의 동생이 지급받도록 보험수익자를 재변경한들 피고인 본인은 어떤 이익도 얻지 못할 것으로 보일 뿐이다.

따라서 주위적 공소사실에 대하여 범죄의 증명이 없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한 원심의 판단은 ‘형사재판에서 범죄사실의 인정은 법관으로 하여금 합리적인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정도의 확신을 가지게 하는 증명력을 가진 엄격한 증거에 의하여야 하고, 피고인이 고의적으로 범행한 것이라고 보기에 의심스러운 사정이 병존하고 증거관계 및 경험법칙상 고의적 범행이 아닐 여지를 확실하게 배제할 수 없다면 유죄로 인정할 수 없다’는 법리(대법원 2017. 5. 30. 선고 2017도1549 판결 참조)에 따른 것으로서 정당하다. 거기에 검사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형사재판에서 요구되는 증명의 정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한편 검사는 원심판결 전부에 대하여 상고했으나, 유죄 부분에 대해서는 상고장이나 상고이유서에 이에 대한 불복이유의 기재가 없다.

대법원은 피고인의 상고이유에 대해 "원심은 이 사건 예비적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했다. 원심의 판단에 피고인의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논리와 경험의 법칙을 위반하여 자유심증주의의 한계를 벗어나거나 교통사고처리 특례법 위반죄의 성립과 적용법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 그리고 형사소송법 제383조 제4호에 의하면 사형,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가 선고된 사건에서만 양형부당을 사유로 한 상고가 허용되므로, 피고인에 대하여 그보다 가벼운 형이 선고된 이 사건에서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는 취지의 주장은 적법한 상고이유가 되지 못한다"고 배척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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