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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창작한 '눈알 모양의 도안'을 부착한 핸드백을 생산·판매하는 행위 원고패소 원심 파기환송

2020-07-09 16:43:09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이미지 확대보기
대법원 청사.(사진제공=대법원)
[로이슈 전용모 기자] 원고들은, 피고들이 에르메스 버킨(Birkin) 백과 켈리(Kelly) 백과 동일한 형태에 피고들이 창작한 눈알 모양의 도안을 부착한 핸드백을 생산·판매하는 행위가 부정경쟁행위에 해당된다고 주장하면서 침해금지 등을 구한 사건에서, 1심(원고 승)과 달리 원고패소판결을 선고한 원심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에는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이 규정하는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켈리 백과 버킨 백은 원고들의 프랑스 현지공장에서 숙련된 장인들에 의해 소량 생산하여 품질을 유지해 오고 있고, 그 국내 소비자가격은 1000만 원 이상으로, 고급 명품 핸드백 중에서도 최고가에 속한다. 원고들은 전 세계 200여 개의 직영점과 기타 판매망을 통해 켈리 백과 버킨 백을 포함한 원고들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데,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국내에서 켈리 백과 버킨 백을 구매하기 위해서는 오랜 기간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피고들은 의류 제조업체인 ‘제일모직’, 화장품 프랜드인 ‘라네즈’, 가방 브랜드인 ‘샘소나이트’, ‘바비 인형’ 제조업체인 ‘마텔’ 등과 제휴나 협업 등을 통하여 이 사건 도안과 피고들의 ‘플레이 노모어(PLAYNOMORE)’라는 브랜드를 사용한 제품들을 널리 홍보하고 판매해왔다. 외국의 유명 명품 브랜드인 구찌(GUCCI), 루이비통(LOUIS VUITTON), 프라다(PRADA), 코치(COACH) 등도 다른 브랜드와 제휴나 협업을 통해 제휴 업체의 상표나 상품표지, 브랜드 등을 결합한 다양한 제품들을 출시하여 판매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핸드백을 비롯한 패션잡화 분야에서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품표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계약 등을 통해 제휴나 협업을 하는 것이 공정한 상거래 관행에 부합한다고 볼 수 있다.

1심(2015가합549354)인 서울중앙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이태수 부장판사, 판사 김병만, 임현준)는 2016년 6월 1일 부정경쟁행위금지 등 청구의 소에서 원고의 청구를 모두 인용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1심은 피고들이 피고들 제품을 생산ㆍ판매하는 행위는 기존의 지식재산권 체계에서는 적절히 규제할 수 없는 새로운 유형의 ‘부정한 경쟁행위’로 보아야 하고, 이러한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입법 취지에 부합하는 점 등을 종합해 보면, 원고들 제품의 형태는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의 보호대상이 될 것이므로 피고들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배척했다.

피고들의 이 사건 부정경쟁행위 또는 불법행위로 인한 원고들의 손해액은 원고별로 5000만 원을 상회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피고들은 항소했다.

원심(2심 2016나2035091)인 서울고법 제4민사부(재판장 배기열 부장판사, 판사 박재우, 정윤형)는 2017년 2월 16일 1심판결을 취소하고 원고들의 피고들에 대한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원심은 피고들에게 원고들 제품 형태의 인지도에 무단으로 편승하기 위한 의도가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고, 원고들 제품 형태를 일부 차용한 다음 ‘팝아트’, ‘위트’, ‘패러디’, ‘도전’, ‘fun’, ‘즐거움’, ‘유쾌’, ‘유머’, ‘풍자’, ‘파괴’, ‘참신’에 해당하는 피고의 창작물인 이 사건 도안을 전면 대부분에 크게 배치하여 대비되게 함으로써 낯선 조합인 다양한 이미지를 혼합하여 새로운 심미감과 독창성을 구현한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따라서 피고들이 피고들 제품을 제작·판매하는 등의 행위가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 또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함을 전제로 하는 원고들의 이 부분 주장은 나아가 살필 필요 없이 이유 없다고 했다.
원고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대법원 제1부(주심 대법관 박정화)는 2020년 7월 9일 원고패소판결을 선고한 원심판결(1심 원고 승)을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도록 원심법원(서울고법)에 환송했다(대법원 2020.7.9. 선고 2017다217847 판결).

대법원은 "피고들이 이 사건 상품표지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원고들이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든 성과 등을 공정한 상거래 관행이나 경쟁질서에 반하는 방법으로 자신의 영업을 위하여 무단으로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원심은 이 사건 상품표지가 ‘원고들의 상당한 투자나 노력으로 만들어진 성과’에 해당하지만, 피고들의 피고들 제품 제작·판매행위가 공정한 거래질서 및 자유로운 경쟁질서에 비추어 정당화될 수 없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볼 수 없으므로, (차)목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이 부분 원심의 판단에는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이 규정하는 부정경쟁행위에 대한 법리를 오해하여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 이 점을 지적하는 원고의 상고이유 주장은 이유 있다고 했다.

피고들이 원고들과 동일한 종류의 상품인 피고들 제품을 국내에서 계속 생산․판매하게 되면 원고들 제품에 대한 일부 수요를 대체하거나 원고들 제품의 희소성 및 가치 저하로 잠재적 수요자들이 원고들 제품에 대한 구매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점에서 원고들의 경제적 이익을 침해한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차)목[이하 ‘(차)목’]은 2013. 7. 30. 법률 제11963호로 개정된 부정경쟁방지법에서 추가된 부정경쟁행위의 하나로, 종전 부정경쟁방지법의 적용 범위에 포함되지 않았던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에 관한 규정을 신설한 것이다. 이는 새로이 등장하는 경제적 가치를 지닌 무형의 성과를 보호하고, 입법자가 부정경쟁행위의 모든 행위를 규정하지 못한 점을 보완하여 법원이 새로운 유형의 부정경쟁행위를 좀 더 명확하게 판단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변화하는 거래관념을 적시에 반영하여 부정경쟁행위를 규율하기 위한 보충적 일반조항이다.

(차)목은 그 보호대상인 ‘성과 등’의 유형에 제한을 두고 있지 않으므로 유형물뿐만 아니라 무형물도 이에 포함되고, 종래 지식재산권법에 따라 보호받기 어려웠던 새로운 형태의 결과물도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원심이 피고들 제품이 원고들의 켈리 백(Kelly Bag)과 버킨 백(Birkin Bag)의 형태(이하 ‘이 사건 상품표지’)와 유사하다는 사정만으로는 구매자는 물론이고 제3자가 피고들 제품과 이 사건 상품표지를 동일한 출처로 혼동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은 수긍했다.

대법원은 또 원심은 이 사건 상품표지가 갖는 차별적 특징이 관계 거래자 이외에 일반 공중의 대부분에까지 특정 출처의 상품임을 연상시킬 정도로 현저하게 개별화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에 피고들이 피고들 제품을 생산·판매하는 행위가 구 부정경쟁방지법 제2조 제1호 (다)목이 정한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부분도 인정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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