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전용모 기자] 포괄임금제 방식의 근로계약을 체결근로자들에게 별도로 연장근로수당과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는 사업주의 주장에 대해 항소심 법원도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아 벌금을 선고한 원심의 판단이 정당하다며 기각했다.
검찰의 범죄사실에 따르면 김해시에서 상시근로자 14명을 고용해 제조업를 운영하던 40대 A씨는 퇴직한 근로자의 연장근로수당, 주휴수당, 임금 및 퇴직금 등 1334만원 상당을 당사자와 합의 없이 지급 사유가 발생한 날로부터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았다.
A씨는 이를 비롯해 근로자 7명에 대한 연장근로수당, 주휴수당, 임금 및 퇴직금 등 합계 7830만원 상당과 또 다른 퇴직 근로자 1명의 임금 및 퇴직금 합계 1738만원 상당을 14일 이내에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 및 변호인은 “포괄임금제 방식의 근로계약을 체결했으므로 근로자들에게 별도로 연장근로수당과 주휴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다.
또 “갑근세, 주민세, 4대 보험료를 적게 납부하기 위해서 근로자들의 임금을 축소신고 했다가 2013년 2월경 근로자들의 임금을 제대로 정정 신고를 했다”며 “피고인이 8명의 근로자를 대신해 납부한 채권(2100만원상당)과 근로자들의 임금 채권을 상계하고 남은 금액에 대해서만 피고인이 죄책을 부담한다”고 덧붙였다.
1심인 창원지법 형사2단독 장우영 판사는 작년 8월 근로기준법위반,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및 변호인의 주장에 대해 장우영 판사는 “피고인이 근로자들과 사이에 포괄임금제 방식이 기재된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적이 없는 점, 사업장 사무실 책상에 포괄임금제 방식에 부합하는 취업규칙이 비치돼 있었으나, 피고인이 근로자들로부터 취업규칙에 대한 동의나 승인을 받은 적도, 취업규칙을 열람시킨 적도 없으며 노동청에 신고한 적도 없어 위 취업규칙이 근로계약의 내용이 됐다고 보기 어려운 점, 설령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근로계약이 체결됐다고 하더라도 근로자에게 불이익이 없고 정당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어 이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이어 “실제로 피고인이 금액을 대납했음을 인정할 만한 어떠한 객관적인 자료도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우영 판사는 “20여년 전에 교통사고처리특례법위반죄로 1차례 처벌받은 것 외에는 다른 범죄전력이 없는 점, 근로자들이 2013년 2월 동시에 퇴직하는 등 이 사건 경위에 다소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는 점, 근로자 김OO에게는 2013년 3월 108만원 지급한 점을 고려해 벌금형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다만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점, 미지급 임금의 일부라도 지급하기 위한 노력을 별반 하지 않고 있는 점, 설령 이를 대납(2100만원)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이를 공제한 나머지 미지급 임금의 액수가 수 천만 원에 이르는 점 등을 참작해 벌금형을 액수를 정한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이에 A씨는 사실오인 또는 법리오해와 양형부당을 이유로, 검사는 양형부당을 이유로 쌍방 항소했다.
항소심인 창원지법 제3형사부(재판장 권창영 부장판사, 현 의정부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1월 27일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며 A씨 및 검사의 항소를 모두 기각한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사용자의 금품청산의무 위반에 대해 민사상 이행지체책임과는 별도로 형사책임을 부과하는 입법 취지는 사용자로 하여금 기일 내에 금품을 근로자에게 어김없이 지급되게 함으로써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기 위해서다”며 “피해자들에게 산정된 연장근로수당(토요일 근로로서 40시간 초과분)과 주휴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사실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사용자는 법령 또는 단체협약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근로자에게 임금 전액을 지급하여야 한다(법 제43조 제1항)”며 “원칙적으로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해 가지는 채권으로 근로자의 임금채권을 상계 또는 공제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해야 할 임금을 임의로 상계하거나 공제하면 임금을 유일한 생계수단으로 하는 근로자는 생활에 위협을 받게 되고 나아가 인신구속을 강요받게 될 우려가 있는 등 경제적ㆍ사회적 종속관계에 있는 근로자를 보호하기 위함이다(대법원 99도2168 판결)”고 환기시켰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심에 이르러서도 같은 주장을 반복할 뿐 실제로 해당 금액을 대납했다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하지 못하고 있고, 그밖에 피고인이 주장하는 상계가 조정적 상계나 상계계약 등 예외적으로 허용되는 경우에 해당한다는 점을 인정할 만한 자료를 제출한 바도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심판결 선고 후 양형에 참작할 만한 사정변경이 없어 원심의 형이 지나치게 무겁거나 가벼워서 부당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기각사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