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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유종일 정직 부당…국책기관 KDI 교수는 정치활동 허용”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 정직 1개월 징계 처분 파기환송

2016-02-21 18:17:23

[로이슈=신종철 기자]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가 학교의 승인을 받지 않고 정치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징계를 당한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KDI 대학원 소속 교수는 정당법에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고, 공직선거법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등 정치활동이 허용된다는 판단에 따라서다.

1심 서울행정법원은 정직 1개월 처분이 부당하다고 봤고, 2심(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은 정직 징계가 정당하다고 봤으나, 대법원은 정직 1개월 징계처분이 과분하다고 판단했다. 이 사건을 따라가 봤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대학교는 2012년 4월 17일 교원징계위원회에 유종일 교수에 대해 2회에 걸쳐 직장이탈 금지의무를 위반하고, 2011년 1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총 41차례에 걸쳐 미승인 대외활동을 함으로써 직원대외활동 요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징계의결을 요구했다.

유종일 교수가 2012년 2월 14일 직장을 이탈해 전북도의회에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자자회견을 하고, 전주시 덕진구에 선거사무소를 차려 선거활동을 했다는 이유다.

이후에는 특정 총선 출마 후보자 지원을 위한 인디유세단을 결성해 2012년 4월 4월 직장을 이탈해 대구 남구 대명동 OOO선거사무소에서 ‘구구팔팔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것은 복무규정의 직장이탈 금지의무를 위반했다면서다.

특히 유종일 교수가 행한 국회의원 출마 및 특정 총선 출마자 지원과 관련된 활동 및 언론활동의 상당 부분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정책이슈에 관한 것들로 중립적인 정책연구를 수행하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공식의견으로 오인될 소지가 다분한 내용들로 한국개발연구원의 명예나 위상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다고 판단했다.

교원징계위원회는 2012년 5월 25일 “유종일 교수에 대해 2회에 걸쳐 직장이탈 금지의무를 위반하고, 총 41건의 대외활동 중 3건을 제외한 나머지 38건의 대외활동에 대해 승인을 받지 않았고, 유 교수가 이전에도 견책처분, 감봉 2개월의 처분을 받았음에도 유사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는 이유로 정직 3개월의 징계를 의결했다.

38회의 대외활동은 신문 기고, 토론회, 세미나 또는 심포지엄 참석, 라디오, 텔레비전 또는 인터넷방송 출연, 경제민주화 후보 지원을 위한 ‘구구팔팔 토크콘서트’ 응원단 결성 등의 활동을 말한다.

이에 KDI 정책대학원대학교는 2012년 6월 유종일 교수에 대해 정직 3개월 징계처분을 내렸다.

유종일교수(사진=페이스북)이미지 확대보기
유종일교수(사진=페이스북)


유종일 교수는 이에 불복해 소청심사를 청구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2012년 9월 징계사유는 인정되나, 유종일 교수가 전북도의회에서 제19대 국회의원 선거 출마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은 대학 측이 휴가를 허가함에 따라 휴가기간 중의 행위에 해당해 직장이탈 금지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징계사유에서 제외했다.

또 유종일 교수가 2012년도 1학기 강의를 배정받지 않아 학생지도 및 교육활동에 차질이 빚어지지 않은 점, 대학이 유 교수의 민주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직 수행과 3건의 대외활동에 대해 승인을 하는 등 유 교수의 의사표현 자체를 금지하지는 않은 점 등을 종합해 징계처분을 정직 1개월로 변경했다.

하지만 유종일 교수는 징계사유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유 교수는 “대외활동은 교수로서 수행한 연구결과를 발표하거나 지식인으로서의 일반적인 언론ㆍ출판행위에 불과하므로, 직원대외활동요강의 ‘연구원의 공식의견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해 연구원의 명예나 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활동’에 해당하지 않는 점, 원고는 민주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직 수행에 관해 승을 받았으므로 그에 수반되는 대외활동도 당연히 사전승인을 받았다고 할 것인 점 등에 비추어 보면, 대외활동은 원장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대외활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유종일 교수는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은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도 높게 비판한 원고에 대한 보복성 징계로서 정치적인 이유에서 이루어진 것이므로 재량권을 일탈ㆍ남용한 위법이 있다”며 소송을 냈다.

◆ 1심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은?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6부(재판장 함상훈 부장판사)는 2013년 7월 유종일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직 1개월 처분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대외활동은 원고가 복지, 소득 재분배, 재벌 개혁, 한미 FTA, 검찰개혁 등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여러 문제에 관한 학문적 연구결과나 평소 자신이 가지고 있던 의견을 밝힌 것에 불과해 (KDI) 연구원의 공식의견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해 한국개발연구원의 명예나 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활동과 유사하거나 이에 준하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봤다.

또 “대외활동에는 원고의 정치적 성향이 드러나 있거나,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한 내역이 포함돼 있다”며 “그러나 (정당법 규정에) KDI 교수인 원고는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고, (공직선거법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등 정치활동이 허용되므로, 이 사건 대외활동이 ‘연구원의 공식의견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고, 이로 인해 연구원의 명예나 위상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대외활동’, ‘기타 중요하다고 판단되는 대외활동’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 중 대외활동의무 위반이 인정되지 않는 점, 원고는 휴직신청이 승인됐다고 생각하고 ‘구구팔팔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점, 원고에게 2012년도 1학기 강의가 배정되지 않아 학생지도 및 교육활동에 별다른 영향이 없었던 점, 원고의 정치활동 자체는 관련 법령상 허용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토크콘서트에 대해 정직 1개월의 처분을 할 정도의 직무상 의무위반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 2심(항소심) 서울고등법원의 판단은?

반면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8행정부(재판장 장서조 부장판사)는 2014년 8월 “이 사건 정직 처분이 징계사유에 비해 지나치게 무겁다고 보기 어렵다”며 유종일 교수의 손을 들어준 1심 판결을 취소하며 뒤집었다.

재판부는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정부출연연구기관의 부설기관으로서 일반 대학과는 달리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 정책연구 등을 수행하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며 “따라서 무상급식, 재벌개혁, 보편적 복지, 경제민주화, 한미FTA 등 국가 현안에 대한 일정한 시각을 담은 내용을 KDI 대학원 소속 교수라고 소개하면서 의견을 개진하는 경우에는 한국개발연구원의 공식 의견으로 인식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단해서다.

◆ 3심 대법원의 판단은?

대법원 “유종일 정직 부당…국책기관 KDI 교수는 정치활동 허용”이미지 확대보기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지난 1월 28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유종일 교수가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상대로 낸 ‘정직 1월 처분 취소’ 청구소송 상고심(2014두12765)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KDI 대학원 소속 교수는 정당법에 정당의 발기인 및 당원이 될 수 있고, 공직선거법에 선거운동을 할 수 있는 등 정치활동이 허용되고, 원고의 대외활동 당시 대학원 소속 교수의 정치활동을 금지하거나 제한하는 취업규칙도 별도로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대학원 또한 원고의 민주당 및 민주통합당 경제민주화특별위원회 위원장 활동을 승인한 점, 위와 같이 KDI 대학원 소속 교수들의 정치활동이 허용돼 있는 이상 교수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견해를 각기 대외적으로 발표한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는 교수들이 독자적으로 가지는 정치적 견해가 한국개발연구원의 공식의견으로 오인될 소지가 거의 없다”고 봤다

그러면서 “이런 점을 종합하면 원고가 한국교육개발원 교수라는 직함을 밝히며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드러냈다 하더라도, 원고가 KDI 대학원 전체를 대표할 만한 직함을 사용하거나 자신의 견해가 대학원의 공식 입장임을 표명하는 등의 추가적인 행위를 하지 않은 이상, KDI 대학원 교수 직함을 사용했다는 것만으로는 원고의 견해가 한국교육개발원의 공식적인 의견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KDI 대학원이 국가정책을 연구하는 공공기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이상 원고가 KDI 대학원 소속 교수라고 소개하면서 국가 현안에 관한 의견을 개진하기만 하면 그것만으로도 원고의 견해가 한국개발연구원의 공식 의견으로 인식될 여지가 충분하다고 봤다”며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취업규칙의 해석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며 파기환송했다.

다만 대법원은 “유종일 교수가 2012년 4월 4일 대구의 모 선거사무소에서 ‘구구팔팔 토크콘서트’를 진행한 것은 학문연구와 무관하므로, 휴직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것은 직장이탈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은 정당하다”며 일부 징계사유를 인정했다.

대법원이 징계사유의 중요부분에 대해 징계사유가 없다고 판단함에 따라 유종일 교수에 대한 징계 수위가 낮아지거나 아예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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