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전용모 기자] 공사현장 소장이 직원들과 식사 중에 의식을 잃고 쓰러져 결국 뇌출혈로 사망한 사안에서, 법원은 업무상 과로와 정신적 부담을 재해로 인정했다.
창원지방법원의 인정사실에 따르면 40대 A씨는 하동-평사리 국도건설공사를 하도급받은 회사 소속의 현장소장으로 근무하던 2014년 3월 5일 직원들과 저녁식사 중 의식을 잃고 쓰러져 병원으로 후송돼 뇌출혈 진단으로 수술 등 치료를 받았으나 16일 뒤 뇌출혈로 사망했다.
이에 망인의 부모들은 같은해 5월 근로복지공단에 아들의 사망이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유족급여 및 장의비를 청구했다. 그러나 근로복지공단은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그해 7월 뇌출혈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없다는 이유로 부지급처분을 했다.
그러자 망인의 부모들(원고)은 법원에 근로복지공단(피고)을 상대로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부모들은 “당시 준공시한을 앞두고 공사 진행율이 저조해 원청업체 등으로부터 지시를 받는 과정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고, 특히 현장 일용직 근로자들의 1월 노무비 지급이 지체돼 스트레스가 더욱 가중됐다”고 주장했다.
또 “망인은 2014년 2월 8일부터 쓰러지던 당일까지 하루도 쉬지 않고 근무하는 등 심한 과로 상태에 있었다. 따라서 망인에게 발생한 과중한 육체적, 정신적 부담이 뇌출혈의 원인이 된 것이 분명해 업무와 상당인과관계가 있음에도 이와 다른 전제에서 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근로복지공단은 “망인의 근무시간이 1주당 60시간을 다소 초과하기는 하나, 직제상 상급자가 없어 비교적 자율적인 업무 수행이 가능해 업무강도가 높다고 평가하기 어렵고, 현장소장으로 근무한 기간이 2.5개월 정도에 불과해 만성적인 과로를 했다고 보기도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또 “공정 지연에 대해 망인이 책임을 져야 할 상황도 아니었고, 당시 노무비 지급 지연도 뇌출혈을 일으킬 정도의 스트레스가 되었다고 보기 힘들다”며 “오히려 망인은 2009년 4월경 이미 뇌출혈이 발병한 병력이 있었음에도 잦은 음주와 흡연 습관을 지속하는 등 건강관리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것으로보여 업무와 상당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이에 대해 창원지법 행정단독 최문수 판사는 지난 12일 유족이 근로복지공단(피고)을 상대로 낸 유족급여 및 장의비부지급처분취소 청구소송(2014구단10289)에서 “원고들의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를 승인하지 않은 처분은 위법하다”며 유족의 손을 들어줬다.
최문수 판사는 “준공시한을 약 10개월 앞둔 상황에서 공사 진행률은 53% 정도에 그쳤기 때문에 원청업체 측은 신속한 공사 진행에 대한 강한 압박을 했고, 망인은 상병 발병 무렵 1주당 최소한 70시간 이상을 휴무일 없이 연속 근무하면서 심각한 과로에 시달렸다고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여기에 임금 지급지연으로 인력 조달에 어려움을 겪게돼 업무로 인한 상당한 정신적 부담을 겪게 되었을 것이라는 사정을 인정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최문수 판사는 “망인은 상병(뇌출혈)이 발병하기 약 3개월 전까지도 고혈압 및 혈당 수치를 정상 범위로 관리하면서 비교적 건강한 혈관 상태를 유지했다. 따라서 망인의 개인적 건강상태 및 생활습관이 전적으로 상병의 원인이 됐다고 평가하기는 어렵고, 망인의 업무상 과로와 정신적 부담이 뚜렷하게 인정되는 이상 망인의 업무가 뇌출혈 발병을 자연적인 진행속도 이상으로 악화시킨 것으로 판단된다”며 원고들의 청구를 받아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