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신종철 기자] 양승태 대법원장은 4일 “제1심 법관은 충분한 심리와 숙고를 거쳐 최종심 법관의 마음으로 최선의 결론을 내리고, 상급심의 법관은 심급제도의 역할을 십분 이해해 그 한계를 지킴으로써 한 번 내려진 사법적 판단은 좀처럼 변경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질 때 재판의 권위와 신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2016년 시무식에서 “심급제도가 그저 같은 사건의 재판을 되풀이하는 절차로 잘못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세계 유수의 국제기구가 우리 형사 재판절차의 효율성과 신속성, 그리고 상사 분쟁 해결 능력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여러분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법원 가족을 격려했다.
양 대법원장은 “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만족할 것이 아니라, 사법절차가 이와 같이 우수하게 운영되고 있음을 국민들로 하여금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해 우리의 진정한 마음을 국민의 가슴에 온전히 전달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무리 사법절차가 우수하더라도, 국민의 신뢰가 쌓이지 않고 우리가 들인 모든 노력과 정성도 빛이 바래게 된다”고 지적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많은 국민들은 기본권을 보장하는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가 공정하면서도 엄정한 재판을 통해 국민들의 평온한 일상과 행복을 지켜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그러므로 사법부는 법치주의의 수호자로서 그 원칙을 준수하는 가운데, 과거에 경험해보지 못했던 사건을 슬기롭게 해결하기 위해 법령을 해석하고 적용함에 있어 국민 의식과 사회가 변화하는 흐름을 감지할 수 있는 세심한 감수성과 혜안을 가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는 결코 기계적으로 법을 적용하는 메마른 법률가가 되어서는 안 된다”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사법부에 요구되는 특별한 헌법적 사명을 분명히 인식하고 국민의 기대에 귀를 기울이는 적극적인 자세와 따뜻한 마음을 지녀야 한다”고 당부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사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재판에 의해 분쟁을 해소하는 일”이라며 “따라서 재판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것은 사법부가 맡은 바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는지 여부를 결정짓는 우리의 핵심 과제”라고 말했다.
양 대법원장은 “이와 관련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당사자의 절차적 권리를 충실히 보장하며 법과 원칙에 따른 합리적인 결론으로 분쟁을 1회적으로 해결하는 재판이 가장 바람직한 재판이라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는 “여기서 우리는 특히 심급제도에 관해 인식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다”며 “분쟁의 1회적 해결을 위해 가장 역점을 두어야 할 부분은 제1심의 재판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항소심은 ‘두 번째의 1심’이 아니다”며 “항소심의 사건은 이미 법관에 의해 한 단계의 사법적 판단을 거친 사건이라는 점을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대법원은 이미 전원합의체 판결을 통해 ‘제1심과 비교하여 양형의 조건에 변화가 없고 제1심의 양형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를 벗어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이를 존중함이 타당하며, 제1심의 형량이 재량의 합리적인 범위 내에 속함에도 항소심의 견해와 다소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제1심판결을 파기하여 제1심과 별로 차이 없는 형을 선고하는 것은 자제함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함으로써 그러한 취지를 밝힌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은 “심급제도가 그저 같은 사건의 재판을 되풀이하는 절차로 잘못 운용되어서는 안 된다”며 “제1심 법관은 충분한 심리와 숙고를 거쳐 최종심 법관의 마음으로 최선의 결론을 내리고, 상급심의 법관은 심급제도의 역할을 십분 이해해 그 한계를 지킴으로써 한 번 내려진 사법적 판단은 좀처럼 변경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널리 퍼질 때 재판의 권위와 신뢰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