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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피고인 찾기 소홀 ‘공시송달’ 불출석 판결 선고 위법

“불출석 재판 선고,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돼 그 소송절차는 위법하다”

2015-12-29 13:41:37

[로이슈=신종철 기자] 소재탐지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기 전에 ‘공시송달’ 결정을 한 것은 위법하고, 이런 공시송달 결정을 근거로 소환장을 보내고 불출석을 이유로 피고인 없이 판결을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선박용 밸브 생산업체에서 거래처 납품 업무를 담당하던 30대 A씨는 회사 재고관리가 허술한 점을 이용해 2012년 1월 거제도에 있는 S중공업에 납품하면서 시가 782만원 상당의 밸브 80개를 빼돌려 인근 고철상에 판매하는 등 31회에 걸쳐 시가 1억 8746만원 상당의 선박용 밸브를 빼돌려 판매해 횡령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또 "자신이 항만공사에 다니는데, 취직자리를 소개해 주겠다"며 K씨를 속여 12회에 걸쳐 2600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와 또한 향토예비군 보충 훈련에 참가하지 않은 혐의도 받았다.

업무상횡령, 사기,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재판진행 1회부터 3회 공판기일에 출석했으나, 2013년 11월 13일 판결 선고기일인 제4회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다.

이에 1심 부산지방법원 단독판사는 다음날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해 지명수배를 의뢰했다. A씨는 이후 공판기일에 출석하지 않았고, A씨에 대한 소환장 등은 가족이 수령했다.

1심 재판부는 2014년 2월 19일 변론을 재개하고, 3월 27일 1차로 부산진경찰서에게 A씨에 대한 소재탐지를 촉탁했는데, 경찰로부터 집안에 아무도 없어 대면하지 못했고,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탐문해도 누가 거주하는지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다는 내용을 회신 받았다.

재판부는 2014년 4월 30일 2차로 경찰에 A씨에 대한 소재탐지를 촉탁했는데, 경찰은 “모친이, 아들이 이곳저곳을 다니면서 합의금을 마련하느라 집에 잘 들어오지 않고, 8일 전쯤 만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는 내용을 회신했다.

이에 재판부는 2014년 11월 12일 A씨에게 소환장 등을 ‘공시송달로 송달한 다음, 11월 28일 공판기일과 12월 5일 제13회 공판기일에도 불출석하자 공판절차를 진행하고 변론을 종결했다.

형사소송법 등에 따르면 송달불능 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도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는 경우 공시송달을 하고 피고인 출석 없이 심리하는 ‘궐석재판’을 할 수 있다.

공시송달은 재판 당사자의 소재지가 불분명해 소송 관련 서류를 보내기 어려운 경우 법원 게시판이나 관보ㆍ신문 등을 통해 알리고 재판을 진행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 다음 1심 재판부는 2014년 12월 12일 제14회 공판기일에 업무상횡령, 사기, 향토예비군설치법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징역 1년 9월을 선고했다.

그러자 A씨가 변호인을 통해 항소를 제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 대한 소송기록 접수통지서와 소환장 등을 주소지로 발송했으나, 그곳에서 가족이 계속 수령했다.

그런데 정작 A씨는 항소했으면서 항소심이 진행됨에도 공판기일에 계속 불출석했다.

이에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 5월 15일 제3회 공판기일에 변호인이 출석한 상태에서 증거조사결과의 요지를 알려주고, 이에 대한 의견을 물은 다음 증거조사를 신청할 수 있음을 고지하는 등의 방법으로 증거조사를 마친 후 6월 5일 제4회 공판기일에 A씨가 불출석한 상태에서 A씨의 항소를 기각하는 판결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회사에서 총 31회에 걸쳐 1억 8700만원 어치의 물품을 횡령하고, K로부터 취직 청탁 명목으로 2600만원을 편취했으며, 정당한 사유 없이 예비군 훈련에 불참한 것으로 범행기간ㆍ범행횟수ㆍ피해액수 등에 비추어 사안이 가볍지 않고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밝혔다.

또 “수차례 전과가 있음에도 범행을 저지른 점, 피고인은 1심과 2심 재판과정에 불출석하고 있어 반성의 진의가 의심되는 점, 피고인은 재판에 불출석한 이유에 대해 피해자와의 합의금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변명하나 회사에 1500만원을 공탁한 것 외에 합의하지 못한 점 등을 참작하면 원심의 형은 적정하고 지나치게 무거워서 부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며 항소를 기각했다.

대법원, 피고인 찾기 소홀 ‘공시송달’ 불출석 판결 선고 위법이미지 확대보기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 제2부(주심 이상훈 대법관)는 업무상횡령,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30대 A씨에 대한 상고심(2015도9572)에서 징역 1년 9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 합의부로 파기환송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2014년 4월 25일 1차로 회신된 소재탐지촉탁결과 보고는 피고인의 주소지에 누가 거주하는지 알 수 없다는 내용일 뿐이어서 그곳으로 피고인에 대한 송달이 불가능한지조차 확인되지 않으므로 이를 소재탐지불능보고서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나 2014년 5월 29일 2차로 회신된 소재탐지촉탁결과보고는 경찰관이 피고인의 주소지 거주자인 모친에 대한 탐문 등을 통해 피고인이 실제로는 그곳에 거주하지 않음을 확인했고 달리 피고인의 소재를 확인할 수 없었다는 사정이 나타나므로 소재탐지불능보고서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고 봤다.

그러면서 “그런데 제1심이 위와 같이 소재탐지불능보고서가 접수된 때부터 6개월이 지나기 전인 2014년 11월 12일 공시송달결정을 했음이 명백하므로, 제1심의 조치는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3조 등 소송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제1심이 위법한 공시송달결정에 근거해 공판기일 소환장을 송달하고 피고인이 2회 이상 출석하지 않았다고 봐 피고인의 출석 없이 심리ㆍ판단한 이상, 이는 피고인에게 출석의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 돼 그 소송절차는 위법하다”며 “이 경우 원심으로서는 마땅히 다시 적법한 절차에 따라 소송행위를 새로이 한 후 위법한 제1심 판결을 파기하고, 원심에서 다시 판결했어야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제1심의 위법을 간과한 채 1심의 소송행위가 적법함을 전제로 항소이유를 판단했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위법한 공시송달에 의해 피고인의 진술 없이 이루어진 소송행위의 효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재판부는 “제1심의 소재탐지촉탁 결과 피고인이 실제로는 주소지에 거주하지 않음이 확인됐으므로 이는 더 이상 피고인의 생활근거지가 되는 주소나 거소라고 할 수 없고, 달리 그곳이 피고인에 대한 적법한 송달장소에 해당한다고 볼 자료가 없다”며 “따라서 원심이 피고인에 대한 공판기일 소환장 등을 피고인의 주소지로 발송해 그곳에서 피고인의 모친 또는 누이가 수령했더라도 이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부적법한 송달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원심은 피고인에 대한 소환장 등의 송달이 유효하다고 봐 형사소송법 제365조에 따라 피고인의 진술 없이 판결했으니, 이러한 원심의 조치에는 형사소송법 등 소송절차에 관한 법령을 위반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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