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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남편’과 ‘처’라고 불렀어도 사실혼 관계 아냐”

동거했던 내연녀 친언니 추행한 남성에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죄’ 아닌 형법상 ‘강제추행죄’ 인정

2013-09-24 17:49:56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동거생활을 청산한 뒤에도 서로를 ‘남편’과 ‘처’로 부르는 사이더라도, 두 사람 사이에 혼인의사의 합치가 없거나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없었다면 사실혼 관계를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따라서 남성이 ‘처’라고 부르는 내연녀의 친언니를 성추행한 경우 남성과 친언니 사이에는 사실상의 친족관계에 해당하지 않아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죄’가 아닌, 형법상 ‘강제추행죄’로 처벌해야 한다는 대법원 결론이 내려졌다.

범죄 사실에 따르면 P(61)씨는 산악회에서 만난 A(여)씨와 2010년 3월부터 혼인신고는 하지 않고 동거를 하며 사실혼 관계를 유지했다. 그러다 2011년 6월 동거생활을 청산한 후에는 A씨는 서울 강북구 수유동의 친언니인 B씨 집으로 들어갔다.

이후 P씨는 B씨의 집으로 찾아가 A씨를 만나며 데이트를 하거나 성관계를 가졌다. P씨는 A씨를 ‘처’라고 불렀고, A씨는 P씨를 ‘남편’이라고 부르며 마치 부부처럼 지냈다.

그런데 P씨가 2011년 8월 밤 A씨의 친언니인 B씨의 집에 갔다가 두 사람이 나란히 누워 있는 것을 보고, B씨의 가슴을 만지다 잠에서 깬 B씨와 눈을 마주치고도 계속해 가슴을 만지고 쓰다듬는 사건이 발생했다. P씨는 B씨를 A씨로 착각했다며 범행을 부인했다.

이에 검찰은 P씨가 친족관계에 있는 피해자(처형 B씨)를 강제로 추행한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로 기소했고, 1심인 서울북부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김재환 부장판사)는 2012년 10월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죄가 인정된다”며 P씨에게 징역 3년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가 경찰에서 피고인을 ‘남편’이라고 호칭하면서 ‘저와 같이 사는 남자인데 나이가 있어 서로 결혼식은 올리지 않고 있다’고 진술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피고인은 이 사건 당시 피해자의 동생인 A씨와 사실혼 관계에 있던 사람으로서,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피해자의 친족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은 자신의 부당한 욕정을 충족시키기 위해 사실상의 처형인 피해자를 강제로 추행해 죄질이 매우 나쁜 점, 피해자가 입은 정신적 충격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는 점, 피해자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한 점 등에 비춰 볼 때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그러자 P씨는 “A씨와 동거를 하기는 했으나, 이 사건 발생 이전에 이미 동거생활을 청산한 후 일주일에 1회 정도 만나는 단순한 내연관계를 맺고 있었을 뿐이므로, 피해자에 대한 추행이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죄의 죄책을 물을 수는 없다”고 주장하며 항소했다.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상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죄는 유기징역 3년 이상으로, 형법상 강제추행보다 형벌이 높기 때문이다.

서울고법 제10형사부(재판장 권기훈 부장판사)는 지난 4월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죄를 인정한 1심을 뒤집고, P씨에게 강제추행죄만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먼저 “사실혼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당사자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고,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해야 한다”며 “또한 피고인과 피해자 사이의 ‘사실상 제부와 처형’이라는 관계는 피고인이 피해자의 동생과 사이에 사실혼 관계에 있음을 전제로 성립하는 사실상의 인척관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P씨와 A씨가 동거생활을 청산한 이후에도 데이트와 성관계를 하기도 하고 서로를 ‘남편’과 ‘처’로 호칭했으나, 다시 부부로서 동거하려는 의사를 갖지는 않았던 점, 또 두 사람이 약혼식이나 결혼식을 올린 사실이 없고, 피고인과의 관계도 엄마와 친언니인 피해자만 알고 있었던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과 A씨의 동거기간 및 내용, 가족 간의 유대, 혼인의사 유무 등에 비춰 주관적으로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거나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존재했다고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당시 피고인과 A씨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결국 피고인은 A씨의 언니인 피해자에 대한 관계에서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 규정하는 사실상의 관계에 의한 친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없다”며 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을 유죄로 인정한 1심 판단을 뒤집었다.

사건은 검사의 상고(2013도4665)로 대법원으로 올라갔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내연녀의 언니를 성추행한 혐의(친족관계에 의한 강제추행)로 기소된 P(61)씨에 대해 강제추행 혐의만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과 A씨 사이에 주관적으로 혼인의사의 합치가 있었다고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객관적으로 부부공동생활이라고 인정할 만한 혼인생활의 실체가 있었다고 할 수 없으므로 피고인과 A씨가 사실혼 관계에 있었다고 할 수 없고, 그에 따라 피고인과 A씨의 친언니인 피해자 사이에도 사실상의 친족관계가 있었다고 할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따라서 공소사실 중 강제추행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고 판단한 원심은 정당하고, 거기에 강제추행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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