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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렬 전 부장판사 “대법원이 ‘통상임금’ 판례 변경? 걱정”

“박근혜 대통령께서 GM회장과 통상임금 범위 축소시켜 주겠다는 약속했던 걱정이 현실로 벌어지는 것이 아닌지 우려가 상당히 크다”

2013-09-04 17:13:22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해 온 대법원이 5일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에서 통상임금 사건에 관해 공개변론을 여는 것과 관련, 최근 창원지법에서 법복을 벗은 이정렬 부장판사가 “봉급생활자에게 불리하게 판례를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든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공개변론을 앞두고, 사용자단체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 반대와 기존 대법원 판례 변경’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대법원에 잇따라 제출하고 있고, 이에 맞서 노동단체는 ‘통상임금 범위 확대와 종전 대법원 판례를 재확인할 것’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대법원 앞에서 열며 첨예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 통상임금 논란 왜?

통상임금에 관한 논란을 전체적으로 짚어본다. 발단은 지난 5월 8일 미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으로 시작됐다. 당시 한미 최고경영자 라운드테이블에서 댄 애커슨 GM(제너럴모터스) 회장은 “한국에 80억 달러를 추가 투자하려면 통상임금 문제를 한국정부가 나서서 해결해 주었으면 한다”며 박 대통령에게 대놓고 민원성 카드를 내밀었다.

GM 회장의 발언은 한국GM 노조가 현재 GM의 현지법인인 한국GM을 상대로 통상임금 소송을 제기해 1ㆍ2심에서 승소하고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고 있는 민감한 사안이었기 때문이다. 서울고법은 2012년 11월 한국GM 생산직 근로자들의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 한국GM은 인건비 8140억원을 장기 미지급 상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한국 경제 전체가 안고 있는 굉장히 어려운 문제다. 꼭 풀어나가겠다”며 “GM만의 문제는 아니다. 최대한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보겠다”라고 답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작년 3월 대구 시외버스 회사인 금아리무진 근로자들이 제기한 임금청구소송에서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도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이라면 통상임금으로 봐야 한다”며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하는 확정판결을 내린 바 있다. 법원은 줄곧 근로자들의 복지향상 측면에서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로 판결해 왔다.

당시 박 대통령 발언 소식이 전해지자 법조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사법위원회 부위원장인 이재화 변호사는 트위터에 “박근혜 대통령의 ‘통상임금 문제, 꼭 풀 것’ 발언은 외국자본 투자 유치를 위해 노동자의 정당한 임금을 포기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대통령이 아닌 재벌과 외국자본의 대통령인지 의심스럽다”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당시 이정렬 창원지법 부장판사도 트위터에 “현행법의 해석상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되다. 그런 당연한 법리를 대법원에서 확인할 것일 뿐”이라며 “대통령의 말씀은 이 법리를 뒤집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고 지적했다.

이 부장판사는 특히 “(대법원) 확정판결을 대통령이 바꿀 수 있는 방법은 현행법상 없다”며 “결국 대통령의 말씀은 헌법상의 3권분립 제도를 염두에 두지 않은 위험한 말씀일 수 있다”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그는 “확정판결에 의한 법리를 굳이 바꾸려면 법률을 개정해야 하지만, (개정 법률이) 기존에 발생해 있던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는 내용이라면, 이것은 기존 법률관계를 부정하는 내용의 소급입법에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급입법은 헌법상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어긋나기 때문에,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시키려는 (대통령의) 말씀이나 조치는 헌정질서를 문란하게 만들 수 있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 부장판사는 “‘소정 근로 또는 총 근로의 대상으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그것이 정기적ㆍ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통상임금으로 해석하는 대법원의 판례는 아주 오래전부터 확립된 것”이라며 “그 판례에 따른 법리를 지금 바꾸어야 할 특별하고, 합리적인 이유를 잘 모르겠다”고 의구심을 나타냈다.

<선대인 경제연구소> 선대인 소장도 트위터에 “박 대통령, 통상임금 발언 정말 유감”이라며 비판했다. 선 소장은 “투자 유치하기 위해 통상임금 문제 해결하겠다는 발상 따져보자”며 “알량한 GM 민원 들어주느라 정반대로 가나? 제발 정신 좀 차려라”라고 일갈했다.

◈ 민변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GM의 민원 해결사인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노동위원회(위원장 권영국 변호사)는 당시 성명을 통해 “GM 회장은 대규모 투자의 선제조건으로 1ㆍ2심에서 패소한 자사의 통상임금 문제를 두고 타국의 대통령에게 민원을 제기한 셈”이라며 “미국 기업 회장의 말 한마디에 대통령이 1800만 자국 노동자의 권리가 걸린 근로조건의 문제를 해결해 주겠다는 발언은, 참으로 받잡기 민망한 사태가 아닐 수 없다”라고 개탄했다.

민변은 “한국의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의 전체 봉사자이지, 미국 GM기업의 봉사자가 아니다”며 “한국의 대통령이 미국 기업의 민원 해결사인가?”라고 거친 돌직구를 던졌다.

민변은 “통상임금 문제는 행정부가 독단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는 정치적인 문제가 아니라 통상임금을 규정한 근로기준법에 대한 사법부의 판단과 입법적인 해결이 필요한 부분”이라며 “통상임금 문제는 지난해 3월 29일 대법원에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이라면 통상임금이므로 분기별로 지급되는 상여금과 근속가산금 또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바 있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따라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통상임금 문제를 미국기업의 요구에 따라 꼭 풀어나가겠다고 한 약속은 사법부의 판결을 무위로 돌리겠다는 것으로 삼권분립의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질타했다.

민변은 “통상임금 문제는 낮은 기본급과 복잡한 임금체계에 기인한 것이라는 사실은 회사나 공장에서 근무해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문제”라며 “임금체계를 복잡하게 만든 것은 연장근로나 휴일근로 시 그 산정기초가 되는 통상임금을 줄이기 위해 기업들이 꼼수를 부려온데 원인이 있다”고 지적했다.

◈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대법원 판례가 통상임금 혼란을 촉발한 계기”

그런데도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5월 20일 고용노동부가 ‘통상임금 제도개선을 위한 노사정 대화’를 공식 제안하는 자리에서 “대법원 판례가 통상임금과 관련해 혼란을 촉발한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라는 등의 발언을 해 정치권 등으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이재화 변호사는 당시 트위터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 ‘대법원 판례가 통상임금 혼란 자초’. 정신 나간 장관”이라고 돌직구를 던졌다.

이 변호사는 또 “대법원이 정리한 통상임금을 GM회장의 한마디에 대통령이 흔들리고, 대통령의 한마디에 장관이 대법원 판례 흔들기에 나선 것”이라고 꼬집으며 “방 장관, 당신은 어느 나라의 장관인가?”라고 질타했다.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도 이재화 변호사의 글에 “동감!”이라고 공감을 표시하며 리트윗했다.

◈ 대법원 전원합의체 ‘통상임금’ 공개변론 및 생중계하기로

이렇게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 이후 통상임금과 관련해 논란이 일자, 대법원은 지난 8월 12일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9월 5일 대법정에서 2건의 통상임금 관련 소송에 대해 공개변론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번 공개변론은 법원 홈페이지, 포털사이트 네이버, 한국정책방송(KTV)을 통해 생중계된다.

대법원은 “최근 상여금의 통상임금 해당 여부를 둘러싸고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통상임금에 관한 법적 쟁점을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을 통해 심리함으로써 분쟁의 공정하고 투명한 해결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개변론의 대상이 되는 사건은 갑을오토텍(주)을 상대로 이 회사 직원 296명이 제기한 소송 2건이다. 하나는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킬 것이냐가 쟁점인데 원심(2심)에서 근로자들이 승소했다. 또 다른 하나는 여름휴가비, 김장보너스, 개인연금지원금, 단체보험료 등 복리후생적 명목의 급여도 통상임금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쟁점인데, 원심에서 근로자들이 일부승소 판결을 받았다.

◈ 사용자단체, 대법원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판례변경 요구 탄원서 제출

그러자 재계는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다. 8월 27일 중소기업 대표들이 대법원에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는 기존 판례의 변경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제출했다. 28일 10대 재벌 총수들은 박근혜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통상임금 적용범위가 축소돼야 함을 주장했다. 9월 2일에는 경제5단체도 기업도산을 거론하며 통상임금 적용범위 축소를 주장했다. 3일에는 대한상공회의소가 대법원에 탄원서를 제출하며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서울상의 회장)을 비롯한 전국 71개 상의 회장단은 탄원서에서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될 경우 기업의 인건비가 감당 못할 정도로 오르게 돼 중소기업은 존폐의 문제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며 “기업의 정상적 경영활동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통상임금 범위의 확대는 신중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회장단은 그러면서 “노동계가 통상임금 집단소송에 적극 나서고 있어 만일 사법부가 통상임금 범위를 확대한다는 신호를 보낼 경우 소송사태는 불길처럼 번져나갈 것”이라며 “대법원이 이번 판결이 미칠 경제적 파장을 충분히 고려해 판결을 내려달라”고 호소했다.

◈ 민주노총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통상임금 종지부 찍어야”

그러자 민주노총은 4일 대법원 앞에서 ‘통상임금 관련 대법원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대한 정ㆍ재계의 부당한 압력 규탄과 사법부의 올바른 판단 촉구 기자회견’을 갖고 맞섰다.

민주노총은 “박근혜 대통령이 방미 중에 통상임금 소송의 일방당사자인 GM회장의 ‘통상임금 문제 해결’ 요구를 받아들이는 취지의 부적절한 발언을 통해 민주주의의 근간인 삼권분립을 위협했다”며 “이후 고용노동부와 사용자단체는 ‘대법원에서 부적절한 판결을 했다’는 주장과 더불어 ‘통상임금은 전원합의체의 판결이 필요하다’는 궤변을 늘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처럼 대통령의 부적절한 사법개입 발언과 정ㆍ재계의 부당한 판례변경 압력이 벌어지는 와중에, 공교롭게도 대법원은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공개변론을 열기로 했다”며 “공개변론이 발표되자, 재계는 대법원에 기존 판례 번복을 요구하고, 국민협박성을 탄원서를 제출하고 있는데, 아무리 사용자단체라 하더라도 이는 금도를 넘어서는 행동”이라고 비난했다.

민주노총은 그러면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용자는 물론 정부조차 통상임금 대법 판례를 따르지 않는 엄중한 사태에 종지부를 찍어야 한다”며 “이번 판결은 자본금의 14배가 넘는 돈을 곳간에 쌓아놓고 고용시장을 위협하는 사용자를 위한 판결인지 아니면, 노동자들의 인간다운 삶, 일자리 나누기 등 전체 국민을 위한 판결인지를 가를 것인 만큼 대법원의 현명하고 역사적인 판결을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현재까지 상황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그런데, 대법원장을 포함한 대법관 13명(법원행정처장 제외) 전원이 참여하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사회적으로 중요하거나 여론의 관심이 높은 사건이나, 종전 대법원 판례를 변경할 경우 등에서 열린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정렬 전 부장판사 “대법원이 봉급생활자에게 불리한 판례 변경 하는 건 아닌지”

이와 관련,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4일 페이스북에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 전 부장판사는 먼저 “대한민국의 봉급생활자분들께 감히 부탁말씀 올린다”며 “국가기관의 조직적인 선거개입이다 뭐다 해서 신경 쓰이는 곳이 많은 줄로 알지만 9월 5일에 대법원에서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되는지 통상임금의 범위에 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의 공개변론이 열린다”고 소식을 전했다.

이어 “통상임금은 시간외 수당이나 연차수당 등 각종 수당을 계산하는 기초로서, 통상임금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각종 수당 또한 늘어나게 된다”며 다음과 같이 알기 쉽게 설명했다.

이를테면, 기본급이 100원이고, 상여금이 100원이라고 할 때, 상여금을 통상임금에 포함시키게 되면, 통상임금은 200원이 되고, 포함되지 않는다면 100원이 됩니다. 시간외 수당을 예로 들면, 시간외 수당은 통상임금의 150% 이상을 지급하도록 법에 정해져 있기 때문에, 통상임금이 200원이라면 시간외 수당은 최소한 300원이 되지만, 통상임금이 100원이라면 시간외 수당은 150원밖에 안됩니다.

▲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 이 전 부장판사는 “대법원은 현재까지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는 판례를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었다”며 그런데 “대법원이 무슨 이유로 통상임금에 관하여 전원합의체 재판을 여는지 정확히는 알 수 없으나,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보통 기존의 판례를 바꿀 경우에 열리는데, 즉 대법원의 이번 통상임금 범위에 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은 봉급생활자에게 유리하게 돼 있던 판례를 불리하게 바꾸려고 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들게 한다”고 우려했다.

그는 “게다가 대통령께서 지난 봄 미국에 다녀오셨을 때 현지 기업인과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시켜 주겠다는 약속을 했다는 보도를 들은 바가 있어 이런 걱정이 현실로 벌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상당히 크다”고 말했다.

이 전 부장판사는 “통상임금의 범위를 축소시키는데 대해, 대법원과 정부 사이에 무슨 이야기가 있었는지, 만일 있었다면 대법원측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봉급생활자에 대한 세금공제축소로 인해 봉급생활자의 실질소득이 줄어들 상황에서, 통상임금의 범위 또한 축소된다면 봉급생활자는 더욱더 궁핍해 질 것”이라고 걱정했다.

그는 “기존의 법조계 관행으로 볼 때,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선고돼 버리고 나면, 향후 최소한 10년간은 그 판례가 바뀔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봉급생활자분들은 열심히 일하고도 정당하게 받아야 할 소득이 부당하게 줄어들지 않도록 이번 대법원의 재판을 예의주시하고, 통상임금의 범위가 축소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부탁의 말씀을 올린다”고 당부했다.

끝으로 이 전 부장판사는 “저는 봉급생활자가 아닌 실업자”라고 말했다. 이 글에는 580명이 넘는 누리꾼들이 '좋아요' 버튼을 누리고 60여명이 댓글을 달며 호응이 뜨거웠다.

한편, 이정렬 전 부장판사는 지난 6월 일신상의 이유로 법복을 벗고 사직했다. 현재까지 대한변호사협회에 변호사등록은 신청하지 않았다.

▲ 이정렬 전 창원지법 부장판사가 4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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