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과중한 업무량과 법원업무의 특성에 따른 스트레스 등으로 최근 3년간 44명의 법원공무원들이 잇따라 숨진 안타까운 사망사고(자살 15명)와 관련해 결국 법원공무원들이 거리로 나섰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인원충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판단에 따라 법원공무원들이 ‘투쟁’을 선포하고, 시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다. 법원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직장인 법원을 ‘죽음의 직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잇따른 사망사고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7월 22일 거리로 나와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인력충원을 요구하는 법원공무원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더 이상 법원공무원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고자 하는 시급함과 절박함으로, 44명의 친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인원충원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라!”
이는 법원공무원들이 22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보낸 절박한 호소이자 강력한 요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이상원)는 이날 오후 6시 10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베라체 웨딩홀 인근)에서 ‘법원공무원 사망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인원충원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행사는 1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엠프를 통해 흘러나오는 대법원에 대한 규탄 목소리는 법원 인근을 쩌렁쩌렁 울렸다.
법원본부는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으로 법원공무원 8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강승복 법원본부 사무처장
이날 결의대회에는 법원노조 대의원들과 법원조합원들을 비롯해 외부인사 등 130여명이 함께 하며 대법원을 규탄했다. 물론 결의대회에 앞서 법원본부 대의원대회가 있긴 했지만, 사안이 심각한만큼 제주지방법원 소속 대의원도 참석하는 등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다만 장소가 법원 앞이고 변호사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인데다가 퇴근 무렵이라서 그런지, 시민들은 반응은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집회 장소를 섭외하기 어려웠다는 법원본부의 설명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퇴근 무렵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모두 집회 신고가 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민감한 사안이고 거리 집회이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법원행정처에서는 일부 직원이 나와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한편 대법원 입장에서는 다행인 일이고, 법원본부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인데, 기자들은 법원공무원들의 심각한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로이슈>에서만 나홀로 취재할 뿐이었다.
좌측부터 양승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상원 본원본부장, 김중남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이상규 노동당 의원, 서기호 진보당 의원
이날 외부 인사로는 판사 출신인 서기호 정의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중남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해 대법원을 규탄하는 연대발언을 해주며 법원공무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강승복 법원본부 사무처장
이번 결의대회 진행을 맡은 법원본부 강승복 사무처장은 특히 이상원 법원본부장에 대해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법원의 인력충원을 호소하기 위해 몇 달 동안 하루도 쉼없이 국회 상임위원회와 개별 국회의원을 만나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전국 각 지부를 돌며 고군분투하는 이상원 법원본부장의 활약을 언급하며 극찬했다. 특히 강 사무처장은 “이상원 본부장님, 몸은 피곤할지는 몰라도 그래도 정신은 아직 살아있다”고 말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상원 본원본부장
이 자리에서 이상원 법원본부장은 “최근 3년간 44명의 많은 법원가족들이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나갔다. 돌아가신 분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업무과로와 스트레스와 각종 암 등이 원인”이라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떠나야 인원 충원이 되는 것이냐”고 목 놓아 외쳤다.
그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법원장과 사법 관료들은 도대체 무엇은 한 것이냐”라고 따져 물으며 “더 이상 동료들이 우리 곁을 떠나가지 않게 해야 된다. 인원 충원이 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에 요구한다. 대법원장은 인력 충원을 해 주든지, 나의 옷을 벗겨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한편, 강승복 사무처장에 따르면 이상원 본부장은 정말 자신의 직을 걸고 투쟁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본부장은 법원내부통신망에 지난 4월 호소문을 올렸다. 조회수가 무려 7000건을 넘었고, 댓글도 600건이 넘는 등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로 법원행정처가 대화와 협상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법원행정처 입장에서는 노조 설립신고가 됐던 법원노조 때와 달리 전국공무원노조와 통합하면서 현재의 법원본부는 노조 설립신고가 안 돼 있는 법외노조라서, 직접 대화와 협상을 하기는 어렵고 전체 법원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로 회의를 진행하며 합의문 32개항을 만들어 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이상원 본부장과 함께 눈길을 끈 신임 지부장이 있다. 바로 법원본부 서울동부지부 이미자 지부장(서울동부지방법원)이다. 이 지부장은 이날 조합원 발언을 통해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미자 지부장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손에 들고 있었지만, 발언 내내 한 번도 보지 않고, 가슴에서 묻어나오는 대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2분 30초 남짓한 발언 동안 분위기를 띄웠다 숙연하게 만들었다하며 먼저 가족과 동료들을 뒤로 하고 법원을 떠난 후배를 그리워해 눈길을 끌었다.
법원본부 서울동부지부 이미자 지부장
이미자 지부장은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우리가 너무 사랑하는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더 이상 참을 수 없기에 이 자리에 모였다”며 “저는 지부장이 된 지 3개월 남짓 되는데, 어쨌든 우리가 해야 될 단 한 가지는 조합원들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법원에서 우리 후배들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 또 저와 매우 친했던 후배님, 늘 착하고 순했던, 일을 많이 시켜도 방그레 웃었던 후배님이 결혼 사흘 앞두고 쓰려졌다. 주말에 그 후배 결혼식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가 법원게시판에 올라온 (사망소식) 글을 보는데 이게 정말 사실일까 믿을 수가 없었다”고 울먹였다.
이 지부장은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찾아갔을 때 그 후배 어머님께서 제 손을 잡고 통곡을 하시는데, 저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어떻게 자식을 보내는 그분이 일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마음이 놓을 수가 없었다”며 제대로 말을 잊지 못하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그러면서 “지금 돌아가신 직원 그 한 분의 죽음일 수도 있지만, 전 가족들에게는 정말 가족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그런 큰 아픔일 수 있다. 더 이상 우리 직원들이 죽어가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실천하지 않고 가만히 묵묵히 일만 한다면 죽음이 또 발생할지 모른다”며 “지금 우리 직원들 목숨 지켜내겠다는 마음으로 여기 모였다. 감사하다. 법원문화 개선되고 인원 충원되는 그날까지 우리 다함께 투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이날 결의대회에 또 다른 의미에서 눈길을 끄는 인사도 있었다.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근무하다 작년 2월 법원장이 마련해 주는 퇴임식을 거부하고 법원공무원과 시민들이 제작해 준 ‘국민 판사’ 법복을 입으며 서울북부지법 정문 앞에서 법원공무원들과 함께 퇴임식을 가진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법원공무원들의 인원 충원에 힘을 보태 줄 것을 약속했다.
서울북부지법 판사 출신으로 '국민판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서기호 정의당 의원
서기호 의원은 “이 자리에 불과 1년6개월 전만 해도 제가 법원에서 근무하면서 같이 근무했던 분들도 있다”며 “법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제가 어느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법원공무원들의 복지 등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법원공무원들에게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4월 18일 벌어졌다. 결혼식을 3일 앞두고 법원공무원이 돌아가셨다. 결혼식을 치러야 될 분이 업무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더욱 충격 받았던 것은 한 달 전부터 법원노조에서 법원공무원들의 사망사고 대책을 촉구하며 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법원행정처에서는 자꾸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소극적으로 대했던 상황이었다”고 법원행정처를 겨냥했다.
서 의원은 “그런 충격적인 사례가 있고, 언론에 보도되자 법원행정처는 그때서야 비로소 조금씩 움직인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어 “법원행정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법원행정처에서는 걸핏하면 ‘법원가족’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판사로서 현직에 있을 때) 법원가족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가 굉장히 오글거리는 느낌이었다”며 “그분들(법원행정처)이 필요할 때만 법원가족이라고 하지 않느냐. 사실은 그분들이 필요할 때만 법원가족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제가 오글거리는 느낌을 가졌다”고 법원행정처를 꼬집었다.
서 의원은 “이번 법원공무원 사망사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법원행정처에서는 계속 그런 태도를 취한 것 같다”고 거듭 비판하며 “특히 가장 핵심적인 인원 충원에 대해서 법원행정처는 지금이야 말로 진짜 법원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대법원이 사망사고에 대해 진정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법원공무원들이 반드시 인원충원이 될 수 있도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법원노조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해 박수를 받았다.
연대발언에 나선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현장에서는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절규하고 있으나, 민주노총은 그렇게 힘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법원공무원들에게 죄송하다”고 미안함을 표시했다.
양 위원장은 “과중한 업무와 업무특성 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법원공무원들, 3년 동안 44명의 아까운 동지들을 잃고 15명은 자살했다. 그럼에도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대법원장에게 경고한다. 법원노동자들의 요구를 즉각 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결의문을 낭독하는 법원본부 조합원들
<다음은 두 법원공무원들이 낭독한 법원본부 대의원대회 결의문 전문>
대법원장은 시급함과 절박함으로, 44명의 친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인원충원의 전면에 나서라!
우리 법원공무원노동자들은 지난 3년간 44명에 이르는 동료들의 연이은 죽음을 지켜보며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 휩싸였고, 유족들의 피맺힌 울음 앞에 동료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이에 우리는 지난 3. 4. 잇따른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법원행정처에 노사실무협의회 개최를 요구하였고, 두달여간 전국 8,000조합원과 함께 투쟁하였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절박함으로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근무환경개선위원회를 전격 수용하였고, 전국 지부장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법원가족상호부조회, 민원전화녹음고지, 비선호보직 전보제한 완화, 인사발령 시기조정, 법원업무특성연구 및 급변한 사법업무환경을 반영한 조직진단 등 일정부분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성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규모 인원충원에 대한 대책을 이끌어 내지 못한 근무환경개선위원회의 결과는 최근 3년간 44명 사망, 15명 자살이라는 사법부내의 드리워진 죽음의 기운을 걷어내고, 우리 조합원들의 아픔과 수고로움을 치유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
지금 전국 각 지부 정문 앞에 설치된 현수막의 문구처럼 인원충원 없이는 사법부의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없다. 인원충원 없이는 우리 조합원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원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인원충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법부의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망사고 대책의 핵심인 인원충원에 대해 아직까지도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자 하는 시급함과 절박함으로, 친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인원충원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할 것이다.
8,000조합원을 대표하는 우리는 조속한 시일내에 대규모 인원충원을 이뤄내는 것만이 법원내 잇따른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적 대책임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법원행정처가 진정성 있는 인원충원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문화공연 <다름아름>팀의 열창에 맞춰 호응하는 참석자들
<우리의 요구〉
하나, 법원행정처는 2013년 7월말까지 기획재정부와의 수시정원협의를 통해 8월중으로 각 지부에서 요청한 증원인력 모두를 배치하라.
하나, 법원행정처는 2014년 상반기 인원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2013년도 하반기 신규채용시험을 즉각 실시하라.
하나, 법원행정처는 2013년 9월 말까지로 예정된 정기정원협의를 통해 2014년도 대규모 인원증원을 확보하라.
한편, 이상원 본원본부장은 향후 투쟁 방식에 대해 기자에게 일단 전국 각 지부별로 1인 시위를 진행하며 투쟁의 강도를 점차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쟁방식은 비밀로 해달라고 귀뜸해줬다.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가 사태의 근본적인 해결책인 ‘인원충원’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인다는 판단에 따라 법원공무원들이 ‘투쟁’을 선포하고, 시민들에게 호소하기 위해서다. 법원공무원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직장인 법원을 ‘죽음의 직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잇따른 사망사고에 대한 공포감에 휩싸여 있기 때문이다.
7월 22일 거리로 나와 양승태 대법원장과 법원행정처에 인력충원을 요구하는 법원공무원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더 이상 법원공무원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을 막고자 하는 시급함과 절박함으로, 44명의 친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인원충원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라!”
이는 법원공무원들이 22일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보낸 절박한 호소이자 강력한 요구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법원본부(본부장 이상원)는 이날 오후 6시 10분 서울 서초동 서울법원종합청사 정문 앞(베라체 웨딩홀 인근)에서 ‘법원공무원 사망사고 대책 마련을 위한 인원충원 촉구 결의대회’를 가졌다. 행사는 1시간 동안 진행됐는데, 엠프를 통해 흘러나오는 대법원에 대한 규탄 목소리는 법원 인근을 쩌렁쩌렁 울렸다.
법원본부는 옛 법원공무원노동조합(법원노조)으로 법원공무원 8000여명의 조합원이 가입돼 있다.
결의대회를 진행하는 강승복 법원본부 사무처장
이날 결의대회에는 법원노조 대의원들과 법원조합원들을 비롯해 외부인사 등 130여명이 함께 하며 대법원을 규탄했다. 물론 결의대회에 앞서 법원본부 대의원대회가 있긴 했지만, 사안이 심각한만큼 제주지방법원 소속 대의원도 참석하는 등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다만 장소가 법원 앞이고 변호사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인데다가 퇴근 무렵이라서 그런지, 시민들은 반응은 그다지 크지는 않았지만, 집회 장소를 섭외하기 어려웠다는 법원본부의 설명도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퇴근 무렵 시민들이 많이 다니는 곳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싶었지만, 모두 집회 신고가 돼 있다는 것이었다.
그럼에도 민감한 사안이고 거리 집회이다 보니 신경이 쓰일 수밖에 없는 법원행정처에서는 일부 직원이 나와 관심 있게 지켜봤다. 한편 대법원 입장에서는 다행인 일이고, 법원본부 입장에서는 아쉬운 일인데, 기자들은 법원공무원들의 심각한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로이슈>에서만 나홀로 취재할 뿐이었다.
좌측부터 양승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이상원 본원본부장, 김중남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이상규 노동당 의원, 서기호 진보당 의원
이날 외부 인사로는 판사 출신인 서기호 정의당 의원, 이상규 통합진보당 의원,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김중남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 등이 참석해 대법원을 규탄하는 연대발언을 해주며 법원공무원들에게 힘을 실어줬다.
강승복 법원본부 사무처장
이번 결의대회 진행을 맡은 법원본부 강승복 사무처장은 특히 이상원 법원본부장에 대해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법원의 인력충원을 호소하기 위해 몇 달 동안 하루도 쉼없이 국회 상임위원회와 개별 국회의원을 만나고, 기획재정부 등 정부기관을 비롯해 전국 각 지부를 돌며 고군분투하는 이상원 법원본부장의 활약을 언급하며 극찬했다. 특히 강 사무처장은 “이상원 본부장님, 몸은 피곤할지는 몰라도 그래도 정신은 아직 살아있다”고 말하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이상원 본원본부장
이 자리에서 이상원 법원본부장은 “최근 3년간 44명의 많은 법원가족들이 안타깝게도 우리 곁을 떠나갔다. 돌아가신 분들의 숫자가 급증하고 있다. 업무과로와 스트레스와 각종 암 등이 원인”이라며 “도대체 얼마나 많은 직원들이 떠나야 인원 충원이 되는 것이냐”고 목 놓아 외쳤다.
그는 “이 지경이 될 때까지 대법원장과 사법 관료들은 도대체 무엇은 한 것이냐”라고 따져 물으며 “더 이상 동료들이 우리 곁을 떠나가지 않게 해야 된다. 인원 충원이 될 때까지 투쟁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본부장은 특히 양승태 대법원장에게 돌직구를 던졌다. “양승태 대법원장에 요구한다. 대법원장은 인력 충원을 해 주든지, 나의 옷을 벗겨라.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압박했다.
한편, 강승복 사무처장에 따르면 이상원 본부장은 정말 자신의 직을 걸고 투쟁의 길을 걷고 있다. 이 본부장은 법원내부통신망에 지난 4월 호소문을 올렸다. 조회수가 무려 7000건을 넘었고, 댓글도 600건이 넘는 등 엄청난 주목을 받았다. 그 결과로 법원행정처가 대화와 협상의 자리를 마련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법원행정처 입장에서는 노조 설립신고가 됐던 법원노조 때와 달리 전국공무원노조와 통합하면서 현재의 법원본부는 노조 설립신고가 안 돼 있는 법외노조라서, 직접 대화와 협상을 하기는 어렵고 전체 법원공무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형태로 회의를 진행하며 합의문 32개항을 만들어 냈다.
이날 결의대회에서 이상원 본부장과 함께 눈길을 끈 신임 지부장이 있다. 바로 법원본부 서울동부지부 이미자 지부장(서울동부지방법원)이다. 이 지부장은 이날 조합원 발언을 통해 참석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이미자 지부장은 미리 준비한 원고를 손에 들고 있었지만, 발언 내내 한 번도 보지 않고, 가슴에서 묻어나오는 대로 발언을 이어갔다. 그는 2분 30초 남짓한 발언 동안 분위기를 띄웠다 숙연하게 만들었다하며 먼저 가족과 동료들을 뒤로 하고 법원을 떠난 후배를 그리워해 눈길을 끌었다.
법원본부 서울동부지부 이미자 지부장
이미자 지부장은 “우리가 여기 모인 이유는, 우리가 너무 사랑하는 가족들이 죽어나가는 것에 더 이상 참을 수 없기에 이 자리에 모였다”며 “저는 지부장이 된 지 3개월 남짓 되는데, 어쨌든 우리가 해야 될 단 한 가지는 조합원들의 생명을 지켜내는 것, 그것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법원에서 우리 후배들이 귀한 목숨을 잃었다. 또 저와 매우 친했던 후배님, 늘 착하고 순했던, 일을 많이 시켜도 방그레 웃었던 후배님이 결혼 사흘 앞두고 쓰려졌다. 주말에 그 후배 결혼식에 가려고 준비하고 있다가 법원게시판에 올라온 (사망소식) 글을 보는데 이게 정말 사실일까 믿을 수가 없었다”고 울먹였다.
이 지부장은 “(시신이 안치된) 병원에 찾아갔을 때 그 후배 어머님께서 제 손을 잡고 통곡을 하시는데, 저도 자식을 키우는 부모로서 어떻게 자식을 보내는 그분이 일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마음이 놓을 수가 없었다”며 제대로 말을 잊지 못하자, 분위기는 숙연해졌다.
그러면서 “지금 돌아가신 직원 그 한 분의 죽음일 수도 있지만, 전 가족들에게는 정말 가족 전체가 무너져 내리는 그런 큰 아픔일 수 있다. 더 이상 우리 직원들이 죽어가게 해서는 안 되겠다. 실천하지 않고 가만히 묵묵히 일만 한다면 죽음이 또 발생할지 모른다”며 “지금 우리 직원들 목숨 지켜내겠다는 마음으로 여기 모였다. 감사하다. 법원문화 개선되고 인원 충원되는 그날까지 우리 다함께 투쟁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보였다.
이날 결의대회에 또 다른 의미에서 눈길을 끄는 인사도 있었다. 서울북부지법 판사로 근무하다 작년 2월 법원장이 마련해 주는 퇴임식을 거부하고 법원공무원과 시민들이 제작해 준 ‘국민 판사’ 법복을 입으며 서울북부지법 정문 앞에서 법원공무원들과 함께 퇴임식을 가진 서기호 정의당 의원이다. 그는 이 자리에서 법원공무원들의 인원 충원에 힘을 보태 줄 것을 약속했다.
서울북부지법 판사 출신으로 '국민판사'라는 별칭을 갖고 있는 서기호 정의당 의원
서기호 의원은 “이 자리에 불과 1년6개월 전만 해도 제가 법원에서 근무하면서 같이 근무했던 분들도 있다”며 “법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제가 어느 누구보다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으며, 법원공무원들의 복지 등의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법원공무원들에게 애정을 표시했다.
그는 “그런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들이 4월 18일 벌어졌다. 결혼식을 3일 앞두고 법원공무원이 돌아가셨다. 결혼식을 치러야 될 분이 업무과로로 인해 쓰러지는 것을 보면서, 더욱 충격 받았던 것은 한 달 전부터 법원노조에서 법원공무원들의 사망사고 대책을 촉구하며 협상을 앞두고 있는데, 법원행정처에서는 자꾸 여러 가지 핑계를 대면서 소극적으로 대했던 상황이었다”고 법원행정처를 겨냥했다.
서 의원은 “그런 충격적인 사례가 있고, 언론에 보도되자 법원행정처는 그때서야 비로소 조금씩 움직인 것 같다”고 질타했다.
이어 “법원행정처를 보면서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법원행정처에서는 걸핏하면 ‘법원가족’이라는 말을 쓰고 있는데, (판사로서 현직에 있을 때) 법원가족이라는 말을 들을 때마가 굉장히 오글거리는 느낌이었다”며 “그분들(법원행정처)이 필요할 때만 법원가족이라고 하지 않느냐. 사실은 그분들이 필요할 때만 법원가족이라고 부르기 때문에 제가 오글거리는 느낌을 가졌다”고 법원행정처를 꼬집었다.
서 의원은 “이번 법원공무원 사망사고 대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도 법원행정처에서는 계속 그런 태도를 취한 것 같다”고 거듭 비판하며 “특히 가장 핵심적인 인원 충원에 대해서 법원행정처는 지금이야 말로 진짜 법원가족이라고 생각하고, 대법원이 사망사고에 대해 진정으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법원공무원들이 반드시 인원충원이 될 수 있도록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활동 등을 통해 법원노조에 힘을 보태겠다”고 약속해 박수를 받았다.
연대발언에 나선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
전국공무원노조위원장을 역임한 양성윤 민주노총 부위원장은 연대발언을 통해 “현장에서는 너무나 많은 노동자들이 절규하고 있으나, 민주노총은 그렇게 힘이 되지 못했던 것 같다. 법원공무원들에게 죄송하다”고 미안함을 표시했다.
양 위원장은 “과중한 업무와 업무특성 상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법원공무원들, 3년 동안 44명의 아까운 동지들을 잃고 15명은 자살했다. 그럼에도 인력을 충원하지 않고 요리조리 피하고 있는 대법원장에게 경고한다. 법원노동자들의 요구를 즉각 들어 달라”고 촉구했다.
결의문을 낭독하는 법원본부 조합원들
<다음은 두 법원공무원들이 낭독한 법원본부 대의원대회 결의문 전문>
대법원장은 시급함과 절박함으로, 44명의 친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인원충원의 전면에 나서라!
우리 법원공무원노동자들은 지난 3년간 44명에 이르는 동료들의 연이은 죽음을 지켜보며 심각한 정신적 충격에 휩싸였고, 유족들의 피맺힌 울음 앞에 동료를 지키지 못한 죄책감에 괴로워했다.
이에 우리는 지난 3. 4. 잇따른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법원행정처에 노사실무협의회 개최를 요구하였고, 두달여간 전국 8,000조합원과 함께 투쟁하였다.
더 이상의 죽음을 막기 위한 절박함으로 법원행정처가 제시한 근무환경개선위원회를 전격 수용하였고, 전국 지부장들의 헌신적 노력으로 법원가족상호부조회, 민원전화녹음고지, 비선호보직 전보제한 완화, 인사발령 시기조정, 법원업무특성연구 및 급변한 사법업무환경을 반영한 조직진단 등 일정부분 노동조건을 개선시키는 성과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하지만, 대규모 인원충원에 대한 대책을 이끌어 내지 못한 근무환경개선위원회의 결과는 최근 3년간 44명 사망, 15명 자살이라는 사법부내의 드리워진 죽음의 기운을 걷어내고, 우리 조합원들의 아픔과 수고로움을 치유하기에는 너무도 부족하다.
지금 전국 각 지부 정문 앞에 설치된 현수막의 문구처럼 인원충원 없이는 사법부의 죽음의 행렬을 멈출 수 없다. 인원충원 없이는 우리 조합원의 생명을 지킬 수 없다.
국민들에게 더 나은 사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법원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인원충원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사법부의 가장 시급하고 절박한 과제인 것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사망사고 대책의 핵심인 인원충원에 대해 아직까지도 미온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은 더 이상의 죽음을 막고자 하는 시급함과 절박함으로, 친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으로 인원충원을 해결하기 위해 전면에 나서야 할 것이다.
8,000조합원을 대표하는 우리는 조속한 시일내에 대규모 인원충원을 이뤄내는 것만이 법원내 잇따른 사망사고에 대한 근본적 대책임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법원행정처가 진정성 있는 인원충원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끝까지 함께 투쟁할 것을 결의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한다.
문화공연 <다름아름>팀의 열창에 맞춰 호응하는 참석자들
<우리의 요구〉
하나, 법원행정처는 2013년 7월말까지 기획재정부와의 수시정원협의를 통해 8월중으로 각 지부에서 요청한 증원인력 모두를 배치하라.
하나, 법원행정처는 2014년 상반기 인원부족에 대비하기 위해 2013년도 하반기 신규채용시험을 즉각 실시하라.
하나, 법원행정처는 2013년 9월 말까지로 예정된 정기정원협의를 통해 2014년도 대규모 인원증원을 확보하라.
한편, 이상원 본원본부장은 향후 투쟁 방식에 대해 기자에게 일단 전국 각 지부별로 1인 시위를 진행하며 투쟁의 강도를 점차 높여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인 투쟁방식은 비밀로 해달라고 귀뜸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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