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여성노숙인을 유인해 살해한 다음 시신을 화장시킨 뒤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거액의 사망보험금을 타내려던 이른바 ‘시신 없는 살인사건’ 피고인 여성에 대해 대법원이 최종 무기징역을 확정했다.
이번 ‘시신 없는’ 사건에서 1심은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로 판단해 사체은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고, 대법원은 “다시 심리해 판단하라”며 파기환송했으며, 파기환송을 맡은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피고인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최종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건이다.
◈ 무슨 일 있었나? =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몹시 궁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 A(43,여)씨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험수익자로 해 2010년 3월~6월 사이 보험회사 7곳과 사망보험금 합계 24억원 상당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대구 모 여성쉼터의 인터넷 카페에 회원등록을 하고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30대 여성노숙자 중 자립의지가 있는 분과 일하고 싶다’는 글을 올린 다음 쉼터 운영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후 쉼터를 방문해 B(26,여)씨를 만나 연락하는 가족이나 지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A씨는 “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보모로 근무하면 월급으로 130만원을 주고 가까운 대학에서 공부를 시켜 보육사자격증까지 취득하게 해주겠다”고 유혹해 B씨를 부산으로 데려와 2011년 6월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일 새벽 A씨는 피해자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는데, 도착 당시 B씨는 자발호흡 및 심장박동이 없었고, 동공이 확대돼 있는 등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A씨는 간호사로부터 환자접수를 할 것을 요청받자 사망자의 이름을 피해자 B씨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런 다음 곧바로 장례식장에 찾아가 B씨의 사체를 마치 자신이 사망한 사체인 것처럼 속여 화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모친에게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일부 보험사로부터 사망보험금을 타기도 했으나, 2011년 9월 사망보험금 2억5000만원을 청구했다가 A씨가 사망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보험사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체포됐다.
검찰은 이혼해 노모와 딸을 부양하는 A씨가 이전에 구속됐던 경험이 있는데 또 경찰서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자 자신이 구속되면 자신은 물론 모든 가족이 파멸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위기감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A씨가 금융재단으로부터 받은 2억3000만원의 창업자금을 채무변제, 유흥비 등으로 모두 탕진해 새 출발을 위해 많은 돈과 새 신분이 필요한 상태에서 형사사건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다음 사회적 인간관계가 단절돼 사라지더라도 주변 사람이 찾지 않을 여성 노숙자를 구해 살해한 뒤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수령해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함과 동시에 형사재판도 처벌을 면하는 등 일거에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고 수령한 보험금으로, 내연남과 새로운 신분으로 새 출발하려 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A씨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사망신고절차, 살충제, 독극물, 사망보험금 수령, 질식사 등 이 사건 범행과 관련된 것들을 검색한 것을 제시했다.
반면 A씨는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바 없고, 피해자는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자연사했거나 우울증 내지 우울증 치료제의 부작용에 의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1심, 살인 혐의 유죄 인정해 무기징역…사체은닉은 무죄
1심인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김동윤 부장판사)는 2011년 5월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화장시킨 뒤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속여 사망보험금을 받아 챙기려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다만 사체은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쉼터를 출발해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므로 피해자가 제3자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은 없는 점, 피해자가 자연사했거나 자살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산으로 데려온 경위, 응급실에서부터 피해자인 양 행세했고 피해자의 사체를 화장한 후 보험금을 청구한 경위 등에 비춰 보면, 살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한 적이 없는데도,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삼은 증거들은 간접적인 정황 사실들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런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검사는 “사체은직죄에 있어 은닉이란 사체의 발견을 불가능 또는 심히 곤란하게 말하는 것이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피해자의 것이 아닌 자신의 인적사항으로 속여서 화장함으로써 유족들로 하여금 피해자 사체의 발견을 불가능 또는 심히 곤란하게 하여 유족들의 피해자에 대한 종교적 감정을 침해했으므로, 사체은닉죄가 성립함에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며 항소했다.
◈ 부산고법, 살인 혐의는 무죄…사체은닉은 유죄
그런데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황적화 부장판사)는 2012년 2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사체은닉 혐의는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는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인정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극도의 경제적 궁핍을 모면할 목적으로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후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가장하는데 필요한 사체를 획득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할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동기가 매우 강렬하고 집요하며 범행계획도 치밀하게 세워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변소가 매우 구차하고 전후 모순이 많아 신빙할 수 없는 사정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매우 강력한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소사실에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사망경위가 기재돼 있지 않고, 피해자의 살해에 관한 피고인의 범행방법이나 구체적 행동 등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살해에 사용된 도구나 약물 등 피고인의 사건 당일의 행적과 피해자의 사망이 직접 관련됐음을 인정할 만한 물적 증거도 제출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검 등을 통해 사망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고, 피해자의 사망 후 타살로 인정할 만한 근거가 되는 사체 외부의 상처 또는 혈흔이나 체액, 토사물 등의 흔적이 남아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이상, 피해자가 자신의 병적 소인이나 체질 또는 사건 당일의 음주 등의 영향으로 사망했거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자살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러한 불분명한 사정들이나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모두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에게 살해 동기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고, 주도면밀한 사전계획을 통해 피해자를 대구에서 부산으로 유인했으며, 피해자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을 전후해 피고인만이 피해자와 함께 동행함으로써 시간적ㆍ장소적 밀접한 관련성이 존재하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들에 비춰 피고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더라도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는 이상,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제시한 증거들은 간접증거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간접사실들의 종합만으로는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 “10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특히 재판부는 “불우한 삶을 살아오던 피해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정에 대해 그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한 점에 대해 법원 역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함부로 침해되지 않도록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에 의해서만 범죄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의 원칙과 10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법정신이 모든 형사사건에서의 기본원리가 돼야 함은 움직일 수 없는 명제”라고 강조했다.
또 “만약 이러한 원칙에 소홀해 일단 외관상 유력한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보이는 간접증거들의 불충분한 연결과 종합으로만 중형이 규정돼 있는 살인죄를 가볍게 인정한다면, 국민의 헌법상 모든 기본권의 기초가 되는 자유권이 침해되고 훼손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의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정황과 추론만에 근거해 유죄로 인정한 것은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해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시신을 마치 자신의 시신인 것처럼 화장절차에 따라 화장함으로써 유족들이 사망사실을 알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체의 발견을 불가능하게 한 점, 유족들로 하여금 장례의 엄수, 애도 등 유족으로서의 예를 표하지 못하게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사체의 발견을 불가능 또는 심히 곤란하게 한 것으로서 사체를 은닉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파기환송 → 부산고법 무기징역
이에 검사가 상고했고,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부장판사)는 2012년 9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사체은닉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해자의 사망경위나 피고인의 범행방법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돌연사 내지 자살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살인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살인과 같은 중대한 범죄사건에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흠이 있다”며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법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파기환송심을 맡은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승련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살인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인정 취지에 따라 A씨에게 다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제적 문제 등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동기에서 사전에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다수 가입하는 한편 철저하게 살해방법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에 적절한 피해자를 물색하다 여성노숙자를 유인해 살해한 다음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가장해 보험금을 편취한 것으로 매우 저급하고 비열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화장까지 한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비난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까지도 살인죄에 대해 참회하기는커녕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줄곧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기타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인에 대해 사형이라는 극형을 선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형은 국가가 그 필요에 의해 개인의 생명을 강제로 영구히 박탈하는 극단의 형벌이므로, 국가 권력이 개인에게 사형이라는 형벌을 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범죄에 대한 응보 관념 이외에도 사형이라는 형벌이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 등에 비추어 불가피한 형벌임이 충분히 수긍될 수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의 나이, 성장과정, 성행, 가정환경, 경력 및 범죄전력 등에 비춰 교화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어, 사형이 불가피한 형벌임이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무기징역에 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피고인 상고 기각하며 최종 무기징역 확정
이에 A씨가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7일 A(43,여)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행적을 비롯해 피해자의 사망 전후의 피고인의 행적에 대한 피고인의 변소를 믿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충분히 증명됐다는 원심의 판단은 사실심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심증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공소사실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이번 ‘시신 없는’ 사건에서 1심은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으나, 2심은 무죄로 판단해 사체은닉 혐의만 유죄로 인정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고, 대법원은 “다시 심리해 판단하라”며 파기환송했으며, 파기환송을 맡은 재판부는 살인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이에 피고인이 상고했으나, 대법원이 최종 무기징역을 선고한 사건이다.
◈ 무슨 일 있었나? =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경제적으로 몹시 궁박한 상황에 처하게 된 A(43,여)씨는 자신의 어머니를 보험수익자로 해 2010년 3월~6월 사이 보험회사 7곳과 사망보험금 합계 24억원 상당의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그러면서 대구 모 여성쉼터의 인터넷 카페에 회원등록을 하고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는데 30대 여성노숙자 중 자립의지가 있는 분과 일하고 싶다’는 글을 올린 다음 쉼터 운영자와 연락을 주고받았다.
이후 쉼터를 방문해 B(26,여)씨를 만나 연락하는 가족이나 지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한 A씨는 “내가 운영하는 어린이집의 보모로 근무하면 월급으로 130만원을 주고 가까운 대학에서 공부를 시켜 보육사자격증까지 취득하게 해주겠다”고 유혹해 B씨를 부산으로 데려와 2011년 6월 알 수 없는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사건 당일 새벽 A씨는 피해자를 병원 응급실로 데려갔는데, 도착 당시 B씨는 자발호흡 및 심장박동이 없었고, 동공이 확대돼 있는 등 이미 사망한 상태였다. A씨는 간호사로부터 환자접수를 할 것을 요청받자 사망자의 이름을 피해자 B씨가 아닌 자신의 이름을 적었다. 그런 다음 곧바로 장례식장에 찾아가 B씨의 사체를 마치 자신이 사망한 사체인 것처럼 속여 화장시켰다.
뿐만 아니라 A씨는 모친에게 자신이 숨진 것처럼 속여 일부 보험사로부터 사망보험금을 타기도 했으나, 2011년 9월 사망보험금 2억5000만원을 청구했다가 A씨가 사망하지 않은 사실을 알게 된 보험사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체포됐다.
검찰은 이혼해 노모와 딸을 부양하는 A씨가 이전에 구속됐던 경험이 있는데 또 경찰서에서 피의자로 조사를 받자 자신이 구속되면 자신은 물론 모든 가족이 파멸될지도 모른다는 극도의 위기감에 빠져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했다.
특히 A씨가 금융재단으로부터 받은 2억3000만원의 창업자금을 채무변제, 유흥비 등으로 모두 탕진해 새 출발을 위해 많은 돈과 새 신분이 필요한 상태에서 형사사건으로 구속될 위기에 처하게 되자,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한 다음 사회적 인간관계가 단절돼 사라지더라도 주변 사람이 찾지 않을 여성 노숙자를 구해 살해한 뒤 마치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위장해 보험금을 수령해 경제적 어려움을 타개함과 동시에 형사재판도 처벌을 면하는 등 일거에 모든 어려움을 해결하고 수령한 보험금으로, 내연남과 새로운 신분으로 새 출발하려 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검찰은 그 근거로 A씨가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통해 사망신고절차, 살충제, 독극물, 사망보험금 수령, 질식사 등 이 사건 범행과 관련된 것들을 검색한 것을 제시했다.
반면 A씨는 재판과정에서 “피해자를 살해한 바 없고, 피해자는 급성심근경색 등으로 자연사했거나 우울증 내지 우울증 치료제의 부작용에 의해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 1심, 살인 혐의 유죄 인정해 무기징역…사체은닉은 무죄
1심인 부산지법 제6형사부(재판장 김동윤 부장판사)는 2011년 5월 20대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화장시킨 뒤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속여 사망보험금을 받아 챙기려 한 혐의(살인 등)로 구속 기소된 A씨에게 유죄를 인정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다만 사체은닉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쉼터를 출발해 피해자가 사망할 때까지 피해자와 함께 있었던 유일한 사람이므로 피해자가 제3자에 의해 살해됐을 가능성은 없는 점, 피해자가 자연사했거나 자살했을 가능성도 거의 없는 점, 피고인이 피해자를 부산으로 데려온 경위, 응급실에서부터 피해자인 양 행세했고 피해자의 사체를 화장한 후 보험금을 청구한 경위 등에 비춰 보면, 살해 공소사실은 유죄로 인정된다”고 밝혔다.
그러자 A씨는 “피해자를 살해한 적이 없는데도,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삼은 증거들은 간접적인 정황 사실들에 불과한 것으로서 이런 증거들만으로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할 수 없다”며 항소했다.
검사는 “사체은직죄에 있어 은닉이란 사체의 발견을 불가능 또는 심히 곤란하게 말하는 것이고, 피고인이 피해자의 사체를 피해자의 것이 아닌 자신의 인적사항으로 속여서 화장함으로써 유족들로 하여금 피해자 사체의 발견을 불가능 또는 심히 곤란하게 하여 유족들의 피해자에 대한 종교적 감정을 침해했으므로, 사체은닉죄가 성립함에도 무죄로 판단한 것은 위법하다”며 항소했다.
◈ 부산고법, 살인 혐의는 무죄…사체은닉은 유죄
그런데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황적화 부장판사)는 2012년 2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사체은닉 혐의는 유죄를 인정해 A씨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는 살인 혐의에 대해 유죄로 판단하고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인정한 1심을 뒤집은 것이다.
재판부는 먼저 “피고인은 극도의 경제적 궁핍을 모면할 목적으로 자신을 피보험자로 하는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후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가장하는데 필요한 사체를 획득할 목적으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할 동기가 충분히 있었다고 추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동기가 매우 강렬하고 집요하며 범행계획도 치밀하게 세워진 것으로 보일 뿐만 아니라, 이 사건 경위에 관한 피고인의 변소가 매우 구차하고 전후 모순이 많아 신빙할 수 없는 사정을 더해 보면 피고인이 실제로 피해자를 유인해 살해한 것이 아닐까 하는 매우 강력한 의심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공소사실에는 피해자의 구체적인 사망경위가 기재돼 있지 않고, 피해자의 살해에 관한 피고인의 범행방법이나 구체적 행동 등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살해에 사용된 도구나 약물 등 피고인의 사건 당일의 행적과 피해자의 사망이 직접 관련됐음을 인정할 만한 물적 증거도 제출된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한 “부검 등을 통해 사망원인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고, 피해자의 사망 후 타살로 인정할 만한 근거가 되는 사체 외부의 상처 또는 혈흔이나 체액, 토사물 등의 흔적이 남아있었음을 인정할 만한 증거도 없는 이상, 피해자가 자신의 병적 소인이나 체질 또는 사건 당일의 음주 등의 영향으로 사망했거나, 처지를 비관한 나머지 자살했을 가능성도 전혀 배제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결국 이러한 불분명한 사정들이나 의문들이 해소되지 않는 한 피고인이 피해자를 ‘불상의 장소에서 불상의 방법으로’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이 모두 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에게 살해 동기를 인정하기에 충분한 객관적 사정이 존재하고, 주도면밀한 사전계획을 통해 피해자를 대구에서 부산으로 유인했으며, 피해자가 사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시간을 전후해 피고인만이 피해자와 함께 동행함으로써 시간적ㆍ장소적 밀접한 관련성이 존재하는 사정 등의 간접사실들에 비춰 피고인이 범인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하더라도 의문이 여전히 남아있는 이상, 원심이 유죄의 근거로 제시한 증거들은 간접증거로서의 가치를 충분히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따라서 간접사실들의 종합만으로는 피고인이 고의로 피해자를 살해했다는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증명됐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피고인에게 살인죄의 죄책을 인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 “10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특히 재판부는 “불우한 삶을 살아오던 피해자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정에 대해 그 진실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못한 점에 대해 법원 역시 안타까운 심정을 금하기 어렵다”며 “그러나 국민의 자유와 권리가 함부로 침해되지 않도록 누구나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이고 명확한 증거에 의해서만 범죄사실을 인정해야 한다는 증거재판주의의 원칙과 10명의 범인을 놓치는 한이 있어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법정신이 모든 형사사건에서의 기본원리가 돼야 함은 움직일 수 없는 명제”라고 강조했다.
또 “만약 이러한 원칙에 소홀해 일단 외관상 유력한 증명력을 갖추었다고 보이는 간접증거들의 불충분한 연결과 종합으로만 중형이 규정돼 있는 살인죄를 가볍게 인정한다면, 국민의 헌법상 모든 기본권의 기초가 되는 자유권이 침해되고 훼손될 가능성을 심각하게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인의 살인죄의 공소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므로 무죄를 선고해야 할 것임에도, 원심은 정황과 추론만에 근거해 유죄로 인정한 것은 간접증거의 증명력에 대한 법리를 오해했거나 채증법칙을 위배해 사실을 오인한 위법이 있고, 이러한 위법은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체은닉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한 1심을 뒤집고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의 시신을 마치 자신의 시신인 것처럼 화장절차에 따라 화장함으로써 유족들이 사망사실을 알지 못하게 함으로써 사체의 발견을 불가능하게 한 점, 유족들로 하여금 장례의 엄수, 애도 등 유족으로서의 예를 표하지 못하게 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의 사체의 발견을 불가능 또는 심히 곤란하게 한 것으로서 사체를 은닉한 것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파기환송 → 부산고법 무기징역
이에 검사가 상고했고,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부장판사)는 2012년 9월 살인 혐의에 대해 무죄로 판단하고, 사체은닉 혐의만 유죄로 판단해 A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한 1심을 뒤집고 징역 5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재판부는 “원심이 피해자의 사망경위나 피고인의 범행방법을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고 피해자의 돌연사 내지 자살가능성에 대한 의문이 있다는 등의 이유만으로 살인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데에는 살인과 같은 중대한 범죄사건에서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흠이 있다”며 “이는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법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이에 파기환송심을 맡은 부산고법 제2형사부(재판장 이승련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살인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인정 취지에 따라 A씨에게 다시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경제적 문제 등을 일거에 해결하려는 동기에서 사전에 고액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보험을 다수 가입하는 한편 철저하게 살해방법에 대해 준비를 하고 자신의 범행을 은폐하기에 적절한 피해자를 물색하다 여성노숙자를 유인해 살해한 다음 자신이 사망한 것처럼 가장해 보험금을 편취한 것으로 매우 저급하고 비열한 범죄일 뿐만 아니라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시신을 화장까지 한 점에서 죄질이 극히 불량하고 비난가능성도 매우 크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이 법정에서까지도 살인죄에 대해 참회하기는커녕 납득할 수 없는 변명을 늘어놓으며 줄곧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기타 양형의 조건이 되는 여러 사정을 참작하면, 피고인에 대해 사형이라는 극형을 선고하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그러나 사형은 국가가 그 필요에 의해 개인의 생명을 강제로 영구히 박탈하는 극단의 형벌이므로, 국가 권력이 개인에게 사형이라는 형벌을 가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범죄에 대한 응보 관념 이외에도 사형이라는 형벌이 범행에 대한 책임의 정도 등에 비추어 불가피한 형벌임이 충분히 수긍될 수 있어야 한다”며 “피고인의 나이, 성장과정, 성행, 가정환경, 경력 및 범죄전력 등에 비춰 교화개선의 여지가 전혀 없다고 할 수는 없어, 사형이 불가피한 형벌임이 충분히 수긍될 수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 무기징역에 처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 대법원, 피고인 상고 기각하며 최종 무기징역 확정
이에 A씨가 다시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2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27일 A(43,여)씨의 상고를 기각하고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사건 당일 행적을 비롯해 피해자의 사망 전후의 피고인의 행적에 대한 피고인의 변소를 믿기 어려운 점 등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사망이 살해의사를 가진 피고인의 행위로 인한 것임이 합리적인 의심의 여지없이 충분히 증명됐다는 원심의 판단은 사실심 법관의 합리적인 자유심증에 따른 정당한 것으로 수긍이 가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음으로써 공소사실의 증명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없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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