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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보험가입 때 딸 질병 몰랐다면 고지의무 위반 아냐”

“비록 보험계약자가 어머니와 이모더라도, 따로 사는 피보험자가 질병 진단을 받은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고 할 수 없어”

2013-06-24 14:34:20

[로이슈=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따로 사는 이모가 대리로 보험계약을 맺을 무렵에 조카가 질병 진단을 받은 사실을 미처 몰라 고지하지 않았더라도 보험사는 보험금 지급을 거절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비록 보험계약자가 어머니와 이모더라도 따로 사는 피보험자가 질병 진단 및 치료를 받고 있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다고 할 수 없어, 피보험자를 위해 몰래 보험계약을 맺을 당시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에 진료 및 치료 등을 묻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기재했더라도, 중대한 과실로 고지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그런데 이번 대법원 판결로 보험계약서의 질문도 변경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부분의 보험사는 피보험자의 질병 진단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해 ‘예’와 ‘아니오’ 중에서 택일하는 방식으로 돼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보험계약자가 ‘아니오’로 표기해 답변했더라도 이는 ‘그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 존부를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답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험사는 분쟁을 예방하기 위해 ‘질병 진단 및 치료를 받은 사실이 있는지’에 대해 ‘아니오’라고 답한 경우 ‘질병 진단 및 치료를 받은 사실이 없다는 것인지, 모른다는 것인지’를 명확히 구분해 질문하는 방식으로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 사건 개요 = 보험사기로 고소되기도…무슨 일 있어나?

부산에 거주하던 J씨는 질병이나 암에 걸렸을 때 보장해주는 M보험사의 보험에 가입하면서, 경남 김해에 거주하던 친언니에게 보험가입을 권유했다. 언니는 자신은 필요 없으니 서울에 사는 딸(K씨)을 보험에 가입해 달라고 부탁했다.

이에 J씨는 보험모집인과 2007년 6월 보험계약자를 언니로, 피보험자를 조카인 K씨로 해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J씨는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을 작성하면서 “최근 3개월 이내에 의사로부터 진찰, 검사를 통해 진단을 받았거나 그 결과 치료, 입원, 수술, 투약을 받은 사실이 있습니까?”라는 질문에 “아니오”라고 답변했다.

당시 J씨와 어머니는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던 K씨에게 보험계약을 체결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또한 M보험사 보험보집인도 J씨로부터 K씨의 서명을 받았으면서도 K씨에게 보험계약 체결사실을 전화로도 알리거나, ‘계약 전 알릴의무 사항’에 기재된 내용도 전혀 확인하지 않았다.

그런데 K씨는 어머니와 이모가 자신을 대신해 보험을 체결하기 보름 전쯤, 어지럼증으로 병원을 찾았다가 갑상선결절 의심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07년 10월 대형병원에서 갑상선에 있는 결절이 유두암이라는 진단을 받고 수술을 권유받았다. 이에 K씨는 친정엄마에게 이런 사실을 알리자, K씨의 어머니는 비로소 몰래 암 보험에 가입했다고 알려줬다.

이후 치료를 마친 뒤 K씨는 2009년 8월 갑상선암 진단 및 치료 등을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청구했다. 하지만 M보험사는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한다고 통보했다. 아울러 M보험사는 K씨와 어머니, 그리고 J씨를 보험사기 혐의로 고소했으나 모두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 1심 “보험금 지급하라” → 2심 “보험계약 해지됐다”

이에 K씨가 M보험사를 상대로 보험금 청구소송을 냈고, 1심은 2010년 9월 “M보험사는 K씨에게 2700만원을 지급하라”며 K씨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보험사는 보험계약 당시에 이미 보험사고가 발생했으므로, 상법 제644조에 의해 보험계약은 무효라고 주장하나, K씨는 어머니와 이모가 대리해 보험계약 당시 갑상선암이 발병했다는 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으므로, 설령 보험계약 당시 암이 발병했더라도 보험계약이 무효라고 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에 M보험사가 항소했고, 2심은 2011년 6월 “보험계약자인 어머니와 대리인 J씨가 고지의무 위반을 인정할 수 있으므로, 이 보험계약은 M보험사의 해지통지에 의해 해지됐다”며 1심 판결을 뒤집고, M보험사의 손을 들어줬다.

◈ 대법원 “보험금 지급하라” 취지로 원심 파기환송

하지만 대법원 판단(2011다54631)은 달랐다. 대법원 제1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K(33)씨가 M보험사를 상대로 낸 보험금 지급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원고 승소 취지로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하라”며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먼저 “보험계약 당시에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로 인해 중요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거나 부실 고지를 한 때에는 보험자는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여기서 중대한 과실이란 현저한 부주의로 중요한 사항의 존재를 몰랐거나 중요성 판단을 잘못해 그 사실이 고지해야 할 중요한 사항임을 알지 못한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과실이 있는지 여부는 보험계약의 내용, 고지해야 할 사실의 중요도, 보험계약의 체결 경위, 보험자와 피보험자 사이의 관계 등을 참작해 사회통념에 비춰 개별적ㆍ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하고, 그에 관한 증명책임은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려는 보험자에게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특히 피보험자와 보험계약자가 다른 경우에 피보험자 본인이 아니면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개인적 신상이나 신체상태 등에 관한 사항은, 보험계약자도 이미 그 사실을 알고 있었다거나 피보험자와의 관계 등으로 봐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고 보이는 등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에게 적극적으로 확인해 고지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 바로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할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 체결 당시 보험계약자인 어머니는 경남 김해시에, 보험계약을 체결한 이모는 부산에, 피보험자인 K씨는 서울에 각각 따로 거주하고 있었고, K씨가 갑상선결절 진단을 받은 것은 보험계약이 체결되기 보름 전이기는 하지만, 진단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중대해 가족에게 바로 알릴만한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M보험사 보험모집인은 J씨에게 고지의무 대상인 사항을 열거한 후 ‘계약 전 알릴 의무사항’을 작성하도록 하면서 보험계약자와 피보험자가 각각 ‘자필서명’하도록 돼 있었지만, J씨에게만 서명을 받고 피보험자인 K씨로부터 자필로 서명을 받거나, 질문사항에 대해 따로 확인하지도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록 보험계약자가 어머니이고, 대리인으로 보험계약을 체결한 J씨가 이모라고 하더라도 보험계약 체결 당시 K씨가 갑상선결절 진단을 받은 사실을 당연히 알았거나 쉽게 알 수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보험계약자가 피보험자의 질병 진단 여부에 관한 질문에 대해 ‘예’와 ‘아니오’ 중에서 택일하는 방식으로 고지하도록 돼 있다면, 보험계약자가 ‘아니오’로 표기해 답변했더라도 이는 그러한 사실이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 사실 존부를 알지 못한다는 의미로 답했을 가능성도 있어, 그러한 표기만으로 쉽게 질병 진단사실이 있음에도 질병 진단사실이 없다고 고의나 중대한 과실로 허위로 알린 것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따라서 원심판결에는 고지의무에 있어서의 중과실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심리를 다하지 아니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쳤음이 분명하다”며 “사건을 다시 심리 판단케 하기 위해 원심법원으로 환송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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