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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결문에도 눈물 있다!…깊은 애도 표시한 재판부

“정성껏 돌봐 준 애인에 살해된 25세 여성…살인범 애인 징역 17년”

2008-07-31 12:16:22

결별을 요구하는 여자친구를 불러 자신의 집에서 살해하고, 또 다른 친구들을 집으로 불러 술을 마시게 한 뒤 친구들이 잠든 틈을 이용해 집에 불을 질러 살해하려한 정신분열증 20대 청년에게 법원은 어떤 형량을 내렸을까.

특히 이 사건을 맡은 재판부는 “고인은 유달리 성품이 착하고 정이 각별했던 꿈 많은 젊은 여성으로서 한때 사랑하고 정성껏 돌봐 줬던 남자친구에게 살해돼 삶에 대한 아름다운 뜻을 미처 펴보지도 못한 재 유명을 달리했다”며 매우 안타까움을 표시해 주위를 숙연케 했다.

◈ 애인과 친구들까지 살해

신OO(25)씨는 고등학교 때부터 정신질환 치료를 위해 병원을 드나들며 병원치료를 받는 한편 약물을 복용하면서 대학교 4학년 휴학생인 현재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치료와 상담 등을 계속 받아 왔고, 대학병원에서 정신분열병 등의 소견으로 진단을 받은 바 있으며 입원치료를 권유받기도 했다.

그런데 신씨는 2002년 동갑내기 A(여)씨를 만나 사귀며 2005년에는 결혼을 약속하는 사이로 발전해 오던 중 지난해 7월 당뇨병 진단을 받은 후 A씨가 헤어지자고 하면서 전화도 받지 않고 냉정하게 대하자 극도의 상실감에 빠져 A씨를 만나 담판 짓고자 했다.

이에 신씨는 지난 5월 5일 부산동래 지하철역에서 A씨를 만나 자신의 집으로 데려간 뒤, 미리 준비한 흉기로 위협하면서 양손목과 양발목을 끈으로 묶고 청색테이프로 A씨의 몸을 감아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면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때 A씨가 비아냥거리면서 “이 정도 밖에 안 되니까 내가 떠난 거다. 풀어주면 결혼해 줄게. 병신아”라고 말하자, 정신분열병을 앓고 있던 신씨는 순간적인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휴대폰 충전기 선으로 A씨의 목을 졸랐다.

그럼에도 A씨가 숨을 쉬자, 신씨는 A씨를 안방 화장실로 데려가 흉기로 배와 가슴을 찔러 그 자리에서 사망케 했다.

이미 이성을 잃은 신씨는 소외되는 것이 두려운 나머지 정신분열증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친구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술을 먹여 잠을 재운 뒤 집에 불을 질러 친구들까지 살해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는 친구 4명을 불러내 주점에서 술을 마신 다음, 자신의 집으로 유인해 또 술을 마셨다. 다음날 새벽 술에 취한 친구들이 잠든 것을 확인한 신씨는 거실 바닥에 옷을 펼쳐 놓은 후 미리 준비한 시너를 옷 위에 뿌리고 라이터로 불을 붙여 집 전체에 번지게 했다.

다행히 자고 있던 친구들이 잠에서 깨어 탈출하는 바람에 미수에 그쳤다.

◈ 고인과 유가족에 애도 표시

부산지법 제5형사부(재판장 고종주 부장판사)는 7월 28일 살인, 살인미수, 현주건조물방화 혐의로 구속 기소된 신씨에게 징역 17년을 선고했다. 이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열렸으며, 부산지법에서는 4번째.

공판과정을 지켜본 배심원들은 피고인 신씨에가 범행당시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심신미약 상태에 있었음을 인정했고, 재판부도 배심원들의 판단을 받아들여 이 같은 형량을 선고했다.

그런데 재판부가 이례적으로 고인과 그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표시해 눈길을 끌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비록 피고인이 사전에 범행 도구를 미리 준비한 점에서 살해 의사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A씨에게 지나치게 집착하고 있던 피고인이 당일 자신이 보인 언동에 대한 A씨의 반응에 모멸감을 느낀 나머지 정신분열증으로 인한 고도로 불안정한 심리상태가 조성돼 자신을 떠나려 한다는 절박한 상황판단하에 자제력을 잃고 우발적으로 범행에 나아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또 “그리고 살인미수 사건의 피해자(친구)들과는 상당한 액수의 위로금을 지급하고 원만히 합의했고, 피고인과 A씨가 한때나마 서로 연인 사이로 지내는 등 그간에 전개된 두 사람의 관계에 일부 고려할 점이 있으며,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자백하고 있는 점 등의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엄벌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피고인은 피해자가 멀리하면서 헤어지자고 했다는 이유로 목을 졸라 살해를 시도하고, 그래도 숨을 쉬자 흉기로 찔러 살해했으며, 나아가 자신의 친구들로부터 소외되리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친구들도 죽이기로 마음먹고, 이들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들여 술을 먹여 잠을 재운 후 불을 질러 살해하려고 했으나, 피해자들이 탈출해 미수에 그쳤다”고 섬뜩해 했다.

이어 “피해자는 5년 동안 연인 사이로 지내오다가 피고인이 당뇨병 등으로 신체적 기능에 장애가 발생하고, 또 심리적으로도 사람을 기피하고 소심한 행태를 보이자, 처음에는 피해자도 원인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피고인을 보호하기 위해 애를 썼으나, 결국 이겨내지 못하고 서로 헤어질 것을 요구했고, 헤어진 후에 피고인이 당뇨병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을 알고는 더 괴로워했다”고 고인의 심성을 설명했다.

또 “범행 당일도 이미 헤어진 사이였지만 피고인이 마지막으로 만나달라는 말에 차마 뿌리치지 못하고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당뇨병으로 오는 신체적 고통, 정신병력으로 인한 막연하고 지나친 소외감, 가족에 대한 원망이 쌓인 가운데 피해자와의 결별이 이어지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그런 사정이 피해자를 무참히 살해한 피고인의 행동에 대한 변명이 되는 것이 아니고, 중형으로 다스려야 함에 무슨 장애가 되는 것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 오열하는 유족 위로할 방법이…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해자 및 그 유족에게 한없는 안타까움도 표시했다.

재판부는 “사람의 생명은 지상에 있는 그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는 대단히 소중하고 고귀한 법익”이라며 “특별히 피해자의 죽음이 많은 사람들에게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자아내는 것은, 피해자가 유달리 성품이 착하고 사람에 대한 정이 각별했던 꿈 많은 25세의 젊은 여성으로서 뜻밖에도 그가 한때 사랑하고 정성껏 돌보아 주었던 피고인에 의해 살해됨으로써 삶에 대한 아름다운 뜻을 미처 펴보지도 못한 채 가족 및 정든 사람들과 유명을 달리했기 때문”이라고 슬픔을 표시했다.

이어 “창졸간(미처 어떻게 할 수 없는 급작스런 사이)에 딸이며 동생인 피해자의 참혹한 죽음에 직면해 영혼의 깊고도 깊은 나락에 빠져서 처절하게 몸부림치면서 오열하는 유족들을 위로할 이렇다 할 말도 방법도 우리는 생각나지 않는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몸소 겪어 보서는 그 비통한 심정을 조금도 헤아릴 수 없을 것이며, 유족들과 피해자의 평소 착하고 따뜻한 성품에 많은 감화를 받아 왔던 친구와 직장동료, 지인들은 이 사건 변론종결일 무렵까지도 고통에서 헤어나지 못한 채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피고인을 질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행이 너무도 갑작스럽고 잔인해 유족들의 그러한 아픔이 시간이 흐른다고 해서 과연 제대로 치유될 수 있을 것인지도 장담하기 어렵다”며 “이와 같이 피고인의 범행은 동기와 경위, 범행의 방법과 결과 등 그 죄질과 범정이 대단히 중한 점 등을 참작해 형량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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