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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여직원 성희롱 대기업 지점장 해고 정당

‘해고 부당’ 항소심 깨고…대법 “성희롱 엄격하게 취급돼야”

2008-07-14 14:09:30

여직원들에게 성희롱을 일삼은 대기업 지점장에 대한 해고는 정당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S카드의 모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J(47)씨는 2002년 7월 여직원 A씨가 점심시간에 혼자 남아 팩스를 이용해 서류를 전송하고 있자, 갑자기 뒤에서 A씨를 껴안아 당황스럽게 했다.

이후 다른 지점으로 자리를 옮긴 J씨는 새벽에 술에 취해 A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를 걸어 “오빠야, 내가 너 사랑하는지 알지. 너는 나 안 보고 싶냐”는 등의 말을 했다.

2003년 6월 회식자리에서도 J씨는 여직원 B씨를 껴안고 “내가 너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알지”라고 말하며 볼에 입을 맞추기도 했다.

또다른 여직원 C씨가 업무보고를 할 때도 “성과가 좋아. 열심히 했어. 뽀뽀”라고 하면서 얼굴을 들이대기도 했고, C씨가 휴가를 가겠다고 보고하자 “잘 다녀 오라”며 껴안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J씨는 여직원들을 지점장실로 불러 껴안기도 했으며, 영업실적 최우수지점으로 선정돼 회식을 가진 자리에서도 J씨는 여직원들을 자신의 옆자리에 앉히고 귓속말을 하며 귀에 입을 맞추거나 엉덩이를 치기도 했다.

평소 여직원들과 이야기 할 때도 여직원들의 등을 만지거나 손을 잡던, J씨는 특히 여직원 D씨의 경우 회식자리에서 가슴 부위를 안고 들어 올려 본인 뿐 아니라 다른 여직원들에게도 불쾌감을 느끼게 했다.

결국 J씨는 여직원 8명을 성희롱하고 조직력을 저해했다는 등의 이유로 2003년 9월 징계해고 됐다.

이에 J씨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해고가 부당하다”며 구제신청을 내 복직됐으나, 또다른 여직원들을 비슷한 방법으로 성희롱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 2차 해고됐다.

그러자 J씨는 다시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으나,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잇따라 기각 당하자 소송을 낸 사건.

◈ 1심은 정당→항소심은 부당

1심인 서울행정법원 제4부(재판장 민중기 부장판사)는 2006년 3월 J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가 지점장으로서 여직원들에 대해 성희롱한 경위 및 내용, 그 횟수로 봐 비위의 정도가 가볍다고 볼 수 없어 징계해고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권자에게 맡겨진 재량권을 남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자 J씨가 항소했고, 서울고법 제5특별부(재판장 조용호 부장판사)는 지난해 10월 J씨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판결을 깨고, “징계해고는 지나치게 가혹해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원고가 여직원들에게 반복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하거나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하고, 일부 여직원들에게는 휴일이나 심야에 수 차례 전화를 거는 등 상식을 벗어났다고 보일 정도의 지나친 관심을 표현해 피해자들에게 심적 고통을 유발시켰으며, 이로 인해 여직원들이 징계를 요구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원고의 행동에 대해 상당히 중한 내용의 징계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원고의 행동이 비록 여직원들에게 성적인 수치심을 일으킬 만한 것이었다 하더라도 일부 여직원의 경우 격려의 의미로 받아들일 정도로 그 정도가 중하다고는 보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원고의 행동이 노골적인 성적 표현이나 성적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기보다는 지점을 책임지는 관리자로서 나름대로 직원에 대한 애정을 표시해 직장 내 일체감과 단결을 이끌어낸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원고의 행동은 그 동안의 왜곡된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문화 등에 의해 형성된 평소의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해 회사의 상벌규정에서 정한 해직요건인 ‘고의성이 현저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여기에다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1차 해고를 취소한 다음 특별히 새로운 비위사실이 없음에도 곧바로 다시 해고한 사정을 더해 보면, 원고에 대한 징계사유와 징계처분으로서의 해고 사이에 사회통념상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균형이 존재한다고는 볼 수 없으며, 회사가 원고에게 가장 무거운 해고처분을 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징계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 대법 “항소심 법리 오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갔고, 대법원 제3부(주심 안대희 대법관)는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해고는 정당하다”며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낸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먼저 “남녀고용평등법에서 규정한 ‘직장내 성희롱’이라 함은 사업주, 상급자 또는 근로자가 직장내의 지위를 이용하거나 업무와 관련해 다른 근로자에게 성적인 언동 등으로 성적굴욕감 또는 혐오감을 느끼게 하거나 성적언동 그 밖의 요구 등에 대한 불응을 이유로 고용상의 불이익을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성희롱은 그 동안의 왜곡된 사회적 인습이나 직장문화 등에 의해 형성된 평소의 생활태도에서 비롯된 것으로서 특별한 문제의식 없이 이루어진 것이라는 이유로 그 행위의 정도를 가볍게 평가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성희롱의 횟수가 1회에 그치는 경우에는 우발적인 것이라고 볼 여지가 있으나, 성희롱이 일정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피해자도 다수라면 이를 우발적이라고 평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직장내 성희롱을 방지해야 할 지위에 있는 사업주나 상사가 오히려 자신의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성희롱을 했다면 피해자로서는 성희롱을 거부하거나 외부에 알릴 경우 자신에게 가해질 명시적·묵시적 고용상의 불이익을 두려워해 성희롱을 감내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들의 성희롱은 더욱 엄격하게 취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원고가 징계 해고되지 않고 같은 직장에서 계속 근무하는 것이 성희롱 피해자들의 고용환경을 감내할 수 없을 정도로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도 있다는 점과 사업주가 성희롱 피해자들에 대해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원고에 대한 해직 징계처분은 객관적으로 명백히 부당하다고 인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와 달리 원심은 원고에 대해 가장 무거운 해고처분을 한 것은 지나치게 가혹해 징계권을 남용한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말았으니, 이러한 원심판단에는 성희롱 행위자에 대한 징계해고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결과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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