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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항소심, 1심 판단 함부로 뒤집지 못해”

1심 판단 존중…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 강조한 판결

2008-06-16 14:32:44

항소심은 1심 증인이 한 법정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은 증인의 법정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할 만한 명백한 사유가 없는 한 원심의 판단이 존중돼야 한다는 것으로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를 강조한 판결로 해석된다.

표OO(56)씨는 2005년 2월 서울 강서구에 있는 S택시회사의 노조위원장 선거에서 위원장에 당선됐으나, 선거가 끝난 뒤 후보로 나섰던 최OO씨가 “관리직이 선거에 개입해 부정선거를 저질렀다”고 주장하며 이의를 제기했고, 선관위는 3월15일 당선무효결정을 내렸다.

이에 표씨는 재심을 신청했고, 열흘 뒤 노조 대의원회는 최씨의 이의제기절차가 선거관리규정을 위반했다는 이유로 당선무효결의를 파기하고, 표씨가 노조위원장 당선자로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결의했다.

그런데 택시회사는 4월18일 표씨가 회사 내에서 음주소란 등을 했다는 이유로 해고했고, 이에 대해 표씨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냈다.

한편 김OO씨는 “표씨가 조합원인 다른 운전기사들에게 내가 사장으로부터 표씨의 당선을 제지해야 한다는 특명을 받고 선거 2∼3일 전에 부임했으나 이미 조합원들의 마음이 결정돼 있어 최선을 다하려고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라는 허위의 사실을 유포해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표씨를 고소했다.

이에 대해 표씨는 “회사로부터 해고를 당한 뒤 회사를 상대로 부당해고 및 부당노동행위 구제신청을 하면서 2차 답변서에 최초로 김씨가 고소한 내용을 기재해 제출했을 뿐 김씨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적이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1심인 서울남부지법 형사10단독 오덕식 판사는 2006년 11월 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표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오 판사는 “고소인의 주장대로 피고인이 수 차례에 걸쳐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했다면 즉시 고소했을 법한데도 부당해고 신청사건에 대한 피고인의 답변서가 회사에 제출된 이후에야 형사고소하고, 또 당초 고소하면서 피고인이 직접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했다고 고소한 것이 아니라 피고인이 답변서를 제출한 이후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고소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말했다.

오 판사는 특히 “증인 양OO씨와 최OO씨는 고소인과 서로 말을 놓고 각별하게 지내는 사이여서 피고인이 증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말을 한다면 즉시 고소인에게 전달될 수 있는 상황이어서 피고인이 증인들이 있는 자리에서 고소인을 비방하는 말을 했다는 것은 경험칙에 반하는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고소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항소심인 서울남부지법 제2형사부(재판장 김동하 부장판사)는 지난해 1월 특별한 추가 조사도 없이 공소사실에 기재된 내용과 같이 고소인과 증인들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며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을 깨고, 벌금 100만원을 선고했다.

◈ 유죄 인정한 항소심 파기환송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고, 대법원 제2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표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 합의부로 돌려보낸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현저히 부당하다고 인정되는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라면, 항소심은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 유무에 대한 1심의 판단이 항소심의 판단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이에 대한 1심의 판단을 함부로 뒤집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이어 “항소심이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고소인과 목격자들의 1심 법정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한 1심 판단을 뒤집기 위해서는 수긍할 수 없는 충분하고도 납득할 만한 현저한 사정이 있는 경우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런데 증인신문을 직접 시행한 1심은 고소인이 고소를 처음 제기한 시점과 그 내용, 고소인과 목격자의 친분관계 등에 비추어 볼 때, 피고인과 이해관계가 배치되는 고소인과 목격자들의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보아 무죄를 선고했는데, 항소심은 추가 증거조사 없이 고소인과 증인들의 1심 법정 진술에 신빙성이 인정된다고 판단해 유죄를 선고한 것은 잘못”이라고 판단했다.

아울러 “항소심은 1심의 판단을 뒤집을 만한 특별한 사정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음에도, 고소인과 목격자(증인)들이 1심에서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1심의 판단을 뒤집은 조치는 수긍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결국, 원심(항소심)에는 1심 증인이 한 진술의 신빙성에 대한 판단을 함에 있어 공판중심주의와 직접심리주의의 원칙에 어긋남으로써 채증법칙을 위반한 위법이 있고, 이는 판결에 영향을 미쳤음이 명백해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다시 심리·판단하게 하기 위해 원심법원에 보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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