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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에도 의료소송…첩과 땅 소송도

법원도서관 ‘조선 고등법원판결록’ 제4권 발간

2008-05-28 10:02:02

의사가 의료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일제강점기 시대에 있어 눈길을 끈다.

부인과 전문의가 자궁암 환자에 대해 자궁적출 수술을 했는데, 환자의 뱃속에 2개의 가제(거즈)를 남겨둬 복벽에 구멍이 생겼다.

이에 환자가 의사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고, 조선고등법원은 1917년 7월31일 의사인 피고가 과실이 없음을 입증하지 못하는 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가제의 잔류는 일응(일단) 의사의 과실에 기인하는 것이라 인정해야 하고, 의사로서 과실의 책임을 면하기 위해서는 수술을 시행함에 있어 현재 의술의 정도에 있어 취해야하는 상당한 수단과 방법에 따라 수술했음을 입증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와 같은 판결은 ‘조선 고등법원 판결록’에 수록돼 있는데, 대법원 법원도서관(과장 민일영)은 일제 점령기인 1917년 한 해 동안 조선총독부 고등법원 판결이 수록된 ‘조선 고등법원 판결록’ 제4권 민사편과 형사편을 발간했다고 27일 밝혔다.

법원도서관은 1909년부터 1943년까지 사이에 대한제국 대심원 및 통감부·조선총독부 고등법원에서 선고된 민·형사 판결이 수록된 판결집인 고등법원판결록을 소장하고 있다. 이 판결록은 총 30권 36책으로 2만여쪽에 달하며 법원도서관이 유일하게 전권을 소장하고 있다.

고등법원판결록은 당시의 법률문화와 시대상 등을 알 수 있는 소중한 자료이나 일본 고문어체적 표현이 많아 법조인이나 법제사 연구자들도 쉽게 이해하기 어려워 번역작업의 필요성이 컸다.

이런 상황에서 법원도서관이 지난 2004년 고등법원판결록 번역사업에 착수해 그해 제1권 민사편과 형사편을, 2005년과 2006년에 차례로 2권 형사편과 민사편을, 2007년에 제3권 민사편과 형사편을 각각 발간해 왔다.

판결록은 법원도서관 홈페이지(http://libraray.scourt.go.kr)에서 전자책으로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의료사고와 같은 눈에 띄는 판결이 또 있다.

◈ 특유재산 인정 = 한 남자가 첩이 가진 땅이 자신의 것이라며 토지소유권 확인청구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1917년 2월16일 첩이 독자적으로 주막을 운영해 얻은 수입으로 산 땅은 첩의 특유재산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조선에서 첩이 지아비와 함께 사는 경우 그 어느 쪽에 속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재산은 일단 지아비의 소유인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이 때문에 아내나 첩이 지아비와 함께 살면서 특유재산을 갖지 못한다는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아내나 첩이 남편과 함께 살면서 스스로 상업을 경영해 얻은 이익으로 부동산을 매입했다면, 그 부동산은 아내나 첩의 소유라는 것이다.

◈ 신문기사로 인한 명예훼손 = 1916년 8월13일자 개성신보에 ‘품행이 불량하였기 때문에 아내가 도망하고 종적을 찾는데 남편은 혈안이 되어 소동’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렸다.

이와 관련해 개성신보의 편집 겸 발행인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으며, 재판부는 1917년 3월5일 유죄를 확정했다.

재판부는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기사가 신문에 게재되고 그 신문이 발매·반포된 경우 그 기사 게재 및 발매·반포 행위는 결국 그 편집 겸 발행인의 행위에 다름 아닌 것으로 추정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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