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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리기사 가버려 5m 음주운전…면허취소 부당

채동수 판사 “음주운전 동기 및 경위에 참작할 사정 있어”

2008-04-14 15:30:48

요금 문제로 실랑이를 벌이다가 대리운전기사가 도로에 차를 두고 그냥 가버린 상황에서 차량 소통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부득이 5m 정도 운전한 경우 음주운전으로 면허를 취소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김OO(47)씨는 지난해 7월21일 오후 10시께 부산 수영구 민락동에 있는 단란주점에서 술을 마시고 대리운전기사 이OO씨를 불러 차를 타고 가던 중 요금 문제로 시비가 일었다.

이때 이씨는 민락동에 있는 수영2호교 앞 편도 2차로 중 1차로에 김씨의 승용차를 정차해 놓은 채 그냥 가버렸다. 이에 김씨는 곧바로 다른 대리운전회사에 전화를 하고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렸다.

김씨의 승용차가 정차된 지점은 도로가 교차로와 만나는 부분이었고, 도로 왼쪽 옆에는 화단을 사이에 두고 안전지대가 있었다.

그런데 김씨의 차량이 도로에 그냥 멈춰 서 있자 뒤따르던 차량이 경적을 울렸다. 이에 김씨는 다른 차량들의 교통을 방해하거나 교통사고를 유발할 것을 우려해 자신의 승용차를 5m 정도 운전해 안전지대로 이동시켜 놓았다.

이를 숨어서 지켜 본 대리운전기사 이씨는 경찰에 신고했고, 이로 인해 김씨는 음주운전으로 적발됐다. 음주측정결과 혈중알코올농도는 0.095%였고, 경찰은 100일 운전면허정지 처분을 했다.

한편 김씨는 음주운전으로 인한 도로교통법위반죄에 대해 검찰로부터 사안이 가볍고 동기에 참작할 사유가 있다는 이유로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다.

부산지법 행정단독 채동수 판사는 김씨가 부산남부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운전면허정지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운전면허정지처분을 취소하라”며 원고 승소 판결한 것으로 14일 확인됐다.

채 판사는 판결문에서 “원고는 당초 음주운전을 하지 않기 위해 대리운전기사를 불렀으나 대리운전기사와 요금관계로 시비가 발생해 대리운전기사가 편도 2차로 중 1차로 상에 승용차를 정차한 채 가버리자, 다른 대리운전기사를 기다리던 중 다른 차량들의 교통을 방해하거나 교통사고가 발생할 것을 우려한 나머지 안전지대로 이동시키기 위해 불과 5m 운전한 것에 불과하므로 음주운전 동기 및 경위에 참작할 만한 사정이 있다”고 밝혔다.

채 판사는 “또 원고가 음주운전 중 교통사고를 일으키지 않은 점, 이 사건 외에는 음주운전으로 처벌받은 전력이 없는 점, 원고의 직업상 운전면허가 필요한 점 등을 감안하면, 비록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 등의 폐해를 방지해야 할 공익상의 필요가 크고 원고의 혈중알코올농도가 낮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공익목적에 비해 원고가 입는 불이익이 더 커 재량권을 남용한 것으로서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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