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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먹는 로스쿨’…졸업까지 1억 9100만원

로스쿨 입학 장벽 개혁방안에 대한 사법개혁 정책토론회

2008-03-28 11:31:15

최근까지 로스쿨(법학전문대학원) 선정 대학을 놓고 한바탕 떠들썩했다. 로스쿨 유치에 탈락한 대학은 억울하다고, 선정된 대학은 배정된 입학정원이 적어 학생들이 낸 등록금만으로는 로스쿨을 운영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내년 3월 개교를 앞둔 로스쿨 문제의 또 다른 핵심은 등록금을 비롯한 ‘고비용 로스쿨’ 문제. 로스쿨 총정원 문제와 유치에 목을 메다보니 사실 고비용 로스쿨 문제는 뒤로 살짝 밀려있었던 부분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로스쿨 입학 준비단계부터 로스쿨 졸업까지 드는 예상 비용이 1억 9100만원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공부만 잘하면 사법시험에 통과해 법조인으로서 인생의 탄탄대로를 걷는 것도 이젠 옛말이라는 푸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쉽게 말해 돈 없으면 로스쿨에 갈 수 없다는 얘기다.

정부와 대학간의 로스쿨 충돌 문제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가운데, 27일 인권위원회에서는 ‘로스쿨 등록금을 해부한다’는 주제로 로스쿨 입학 장벽 개혁방안에 대한 사법개혁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상영 기자) ◈ 로스쿨 등록금 해부

발표자로 나선 김한명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정책국장은 “로스쿨 준비부터 졸업까지의 비용이 1억 9100만원이나 든다. 이는 로스쿨이 ‘돈 먹는 하마’라고 표현하는 고비용 로스쿨이 될 수밖에 없다”며 “누구를 위한 로스쿨이냐”고 정부를 비판했다.

김 국장이 밝힌 로스쿨을 통해 법조인이 되는데 드는 비용의 산출 근거는 이렇다. 먼저 법조인이 되기 위한 첫 관문으로 로스쿨에 입학해야 한다. 이 때 학원수강은 필수코스로 받아들여지는데, 3과목을 8개월 동안 수강(1년 기준)할 경우 최소 500만원이 든다는 것이다.

로스쿨에 입학해도 등록금 부담이 뒤따른다. 로스쿨을 유치한 서울지역 대학의 평균 등록금은 1500만원인데 이를 3년으로 계산하면 4500만원이다. 더욱이 로스쿨 유치 대학들은 배정된 학생수가 적어 운영상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대목이다.

또 3년 동안 소요되는 교제비도 300만원 정도. 여기에 로스쿨을 준비하는 학원수강 단계부터 로스쿨 3년 과정 동안 쓰게 될 생활비(월 100만원)를 4800만원을 책정했다.

특히 김 국장은 로스쿨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학력과 경력 등을 고려해 로스쿨 3년 동안의 기회비용으로 9000만원을 잡았다. 이렇게 계산하니 1억 9100만원이 나온 것.

생활비와 기회비용은 개인차가 있어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더라도, 등록금 추가 인상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어서 김 국장이 제시한 총액에서는 크게 차이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상황이 이쯤 되니 부자들만을 위한 ‘귀족 로스쿨’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것. 신분상승의 통로로 여겨졌던 사법시험제도가 로스쿨로 전환되면서 가난한 학생에겐 높은 비용으로 인해 ‘로스쿨 진입 장벽’으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의·치학전문대학원의 경우 이미 저소득층 학생들이 자취를 감추고 있어 귀족 대학원이 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에 김 국장도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법조인을 양성하기 위해서는 고비용 로스쿨, 기회 불균등 및 로스쿨 낭인 등 근본적인 문제 해결 방안이 급선무”라며 “그 중 가장 시급한 것이 고비용 로스쿨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배려를 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로스쿨도 결국 저소득층 출신은 학비를 감당할 수 없어 입학할 수 없는 사회적 계층구조를 고착화하는 귀족 로스쿨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그러면서 “고비용 로스쿨로 인한 특권층의 독점화 현상을 예방하고 로스쿨의 경쟁력 향상과 지역균형 발전을 위해 사회적 배려대상자에 대한 국고보조 장학기금 제도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로스쿨 시행 후 폐지될 사법연수원 예산으로 소요되는 매년 500억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로스쿨 학생들이 무변촌(변호사가 없는 지역)이나 시민사회단체, 관공서에서 최소한 6년 이상 공공변호사로 일할 것을 약정하는 경우 국가에서 전액 장학금을 지원한다면 계층적 고착화를 방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그 동안 비싼 변호사 비용과 ‘나 홀로 소송’으로 인해 법률서비스의 문턱에서 외면 당했던 무변촌 지역 주민들과 서민들에게 편리한 법률서비스 혜택을 줄 수가 있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끝으로 “고비용 로스쿨은 수준 높은 법률가를 대량으로 배출해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서비스를 제공하고, 변호사 문턱을 낮추려는 로스쿨 도입 취지에 역행하는 것이며, 법조예속과 법조기득권 유지를 위한 이중삼중의 규제일변도의 법안”이라며 “지금이라도 경쟁력 있는 생활법조인을 배출하려면 로스쿨 총정원 제한을 풀고 각 대학에 가능한 많은 인원을 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사법은 철저히 특권화

김도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사법개혁투쟁위원장도 “지금까지 사법은 철저히 특권화내지 기득권화 돼 왔고, 사법의 주인은 국민이 아니라 일부 특권계층이 독점해 왔다”며 “따라서 귀족 로스쿨은 절대 안 되며, 로스쿨이 계층간의 진입 장벽을 허무는데 절대적인 역할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로스쿨 등록금 문제와 계층간 진입 장벽 문제를 해결하고 국민에게 정말 좋은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저소득층 기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학 쿼터제(특례입학 20∼30%) 도입 ▲공공변호사 제도 도입 ▲국가장학금 제도를 가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회적 약자를 위한 입학 쿼터제 제안은 저소득층 출신이 법조계에서 아예 배제되는 것을 막기 위한 하나의 장치로 해석된다. 공공변호사 제도는 국가가 로스쿨 등록금을 장학금으로 제공하고 일정기간(3∼5년) 의무적으로 무변촌이나 시·군·구청에서 공익봉사를 하는 것을 말한다.

김 위원장은 “로스쿨은 사법시험제도가 갖고 있는 특권주의적인 구조를 개혁해 소수의 부패한 특권법조 카르텔을 부수고 국민의 법률생활 시장에서 스스로 해결하려는 구조적 변혁”이라며 “따라서 근본적으로 최소한 매년 3000명 이상의 변호사 배출 구조의 국민의 로스쿨이 실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변호사들이 장학금 조성

또한 이날 눈에 띄는 이색 제안도 나왔다. 오영경 새사회연대 정책실장은 현재의 불합리한 고비용 로스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률직역에서 로스쿨 장학금을 조성해 우수한 법률가가 양성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 실장은 먼저 “대한변호사협회가 소속 변호사의 수임료의 일정부분을 의무적으로 적립하거나, 로펌이 로스쿨 장학 지원을 위한 컨소시엄을 형성해 각 로스쿨에 골고루 지원하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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