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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통 안 했어도 정조의무 깨뜨리면 위자료 줘야

항소심 “부정행위는 아내로서의 권리 침해…500만원 줘라”

2008-02-21 11:21:07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별거하는 남자에게 반찬을 갖다주고, 또 함께 이불을 덮고 있는 현장이 발각됐다면 비록 간통에 이르지 않았더라도 불륜 내연녀는 바람피운 남자의 아내에게 위자료를 줘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박OO(여, 46)씨는 A씨와 지난 88년 결혼해 아들 하나를 두고 있었다.

그런데 이OO(여, 38)씨는 2004년 8월 박씨의 남편인 A씨와 같은 회사에서 일하면서 알게 된 후, 그 해 12월 회사에서 독립하면서 함께 산소발생기 판매 대리점을 운영했다.

박씨는 자신의 남편과 이씨가 직장 동료 이상의 친밀한 관계에 있다고 생각해, 이씨에게 자신이 A씨의 부인이니 사귀지 말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A씨와 이씨의 대리점 동업관계가 지속되자, 박씨는 남편과 자주 다투었고, 그로 인해 부부사이에 갈등이 점점 심화돼 남편이 2005년 3월 집을 나가 별거가 시작됐다.

이씨는 A씨가 박씨와의 불화로 집을 나와 안산에서 원룸을 얻어 혼자 생활하고 있는 사실을 알고서는 반찬 등을 만들어 원룸에 수 차례 찾아가기도 했다.

그러던 중 박씨가 2005년 8월 6일 남편의 원룸에 찾아갔는데 이씨와 남편이 함께 이불 속에 있는 것을 보고 경찰에 간통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이씨의 질내 분비물 검사에서 남편의 유전자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씨는 검찰로부터 ‘혐의 없음’ 결정을 받았다.

결국 박씨는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했는데, 남편은 2006년 6월 사망하고 말았다.

이후 박씨는 “이씨는 A씨가 결혼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와 성관계를 갖는 등 부정한 행위를 해 남편과의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만큼 위자료 3,000만원을 지급하라”며 소송을 냈다.

서울가정법원 가사7단독 원정숙 판사는 지난해 7월 박씨가 이씨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위자료) 청구소송에서 “피고가 원고와 A씨간의 정조의무를 저버린 부정한 행위를 했다고 보기에 부족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에 불복해 박씨가 항소했고, 서울가정법원 제1부(재판장 김홍우 부장판사)는 원고 패소 판결한 1심 판결을 깨고, “이씨는 박씨에게 위자료 500만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것으로 21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대법원 판례를 인용해 먼저 “민법 제840조 1호에서 정한 ‘부정한 행위’는 간통에 이르지는 않았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것으로 인정되는 일체의 부정행위를 포함하는 넓은 개념으로 파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비록 이씨와 A씨가 간통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없으나, 이씨는 원고와 A씨의 사이가 자신으로 인해 멀어져 별거했다는 것을 알면서도 혼자 거주하는 A씨의 원룸에 반찬 등을 만들어 찾아가기도 한 점, 2005년 8월 원고가 A씨의 원룸에 찾아갔을 당시 A씨는 속옷 차림으로 피고와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던 점 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렇다면 피고는 A씨에게 배우자가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A씨의 원고에 대한 넓은 의미의 부정한 행위에 적극 가담함으로써 원고의 아내로서의 권리를 침해했고, 나아가 원고와 A씨 사이의 혼인관계를 파탄에 이르게 한 중요한 원인을 제공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이로 말미암아 원고가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받았을 것임은 경험칙상 명백하므로, 피고는 A씨와의 부정행위로 인해 원고가 입은 정신적 고통을 금전으로나마 위로할 의무가 있다”고 판시했다.

위자료 액수와 관련, 재판부는 “피고와 A씨가 간통까지 이르렀다고 단정할 수 없는 점, 원고와 A씨와의 혼인생활이 그다지 원만하지 못해 오로지 피고 때문에 원고의 혼인생활일 파탄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는 점 등을 참작하며 500만원을 정함이 상당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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