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법원

외주제작사가 초상권 침해하면 방송사도 책임

대법원,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 인정

2008-01-22 19:26:11

프로그램을 외주 제작ㆍ납품하는 회사가 초상권을 침해한 경우 해당 프로그램을 방영한 방송사와 담당 PD도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대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KBS는 2005년 7월 J외주제작사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병원 24시’를 제작·납품 받기로 계약했다.

그런데 K대학병원 홍보팀장인 오OO씨는 2005년 9월 15일 안OO씨가 임신 7개월만에 세쌍둥이를 출산하기 위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J사에 병원 24시 소재로 안씨와 세쌍둥이 미숙아 이야기가 적절한지 문의했다.

J사는 ‘미숙아의 삶에 대한 본능과 그들을 온전히 성장시키기 위한 젊은 부부 및 의료진의 노력 등을 통해 생명의 소중함을 다시 생각해 본다’는 기획의도 아래 프로그램을 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PD 박OO(34)씨는 병원의 협조 아래 2주 동안 안씨가 세쌍둥이 미숙아를 출산하고 미숙아들이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겪게 되는 여러 상황 및 안씨 부부의 생활모습 등을 촬영했다.

문제는 박PD가 중환자실에 있던 다른 사람들의 모습도 촬영한 것. 당시 박PD는 김OO(39)씨로부터 “아내도 세쌍둥이를 출산했으나, 2명이 죽었다. 주위에 알려지기를 원치 않으니 우리들의 촬영은 삼가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런데도 박PD는 간호사가 한 손으로 김씨의 아들 얼굴을 감싸 쥐듯이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 등을 두드려주는 장면, 김씨의 아내가 아들을 안은 채 젖병을 물리고 있는 장면 등을 촬영했다.

이런 내용은 2005년 10월 4일 KBS 병원 24시 방송에 나갔고, 이에 김씨 가족은 “아들이 미숙아로서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요양 중이라는 사실이 세상에 알려져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소송을 냈다.

◈ 1심, 외주제작사와 촬영한 PD에게만 손해배상책임 인정

서울동부지법 제12민사부(재판장 임수식 부장판사)는 2006년 7월 김씨 가족이 KBS와 해당 프로그램 PD, 외주제작업체 J사와 촬영한 박PD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J사와 소속직원 박PD는 아이와 엄마에게 3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방송으로 인해 아이가 중환자실에서 요양 중인 사실이 알려지기는 했으나, 사회적 평가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워 명예훼손을 인정하기 어렵다”면서도 “하지만 원고들의 초상권(촬영거절권)을 침해한 위법행위로 인해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할 의무는 있다”고 밝혔다.

위자료와 관련, “프로그램 방영 목적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출산을 장려하는 등의 공익을 위한 것인 점, 방영시간이 비교적 짧고, 내용 역시 부정적인 내용을 포함하고 있지 않은 점 등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KBS와 ‘병원 24’ 프로그램 PD 등에 대해서는 “외주제작의 경우 프로그램에 나오는 모든 사람들에 대해 그들의 동의 없이 무단 촬영하는 등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여부를 일일이 확인·점검할 의무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 항소심, 방송국과 해당 프로그램 PD에게도 손해배상책임 인정

그러자 김씨 가족은 KBS 등도 손해배상책임이 있다며, 항소했고, 지난해 7월 서울고법 제13민사부(재판장 조용구 부장판사)는 1심 판결을 깨고, “KBS, 병원 24 프로그램 PD, 외주제작업체 J사와 촬영한 박PD는 연대해 아이와 엄마에게 1,400만원을 지급하라”고 김씨 가족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PD는 아들의 친권자인 김씨의 동의 없이 촬영하고 TV에 방영하게 함으로써 초상권을 부당하게 침해한 사실이 인정된다”며 “따라서 박PD와 제작사, 그리고 병원 24시 최종 편집권한이 있는 KBS와 그 담당PD는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피고들은 이 프로그램은 출산장려 등의 공익목적을 위한 것이어서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주장하지만, 공익목적을 지향해 제작·방영한 것이라고 해도 전혀 공적인 존재가 아닌 원고들에 대해 단지 프로그램의 공익성만을 내세워 초상권 침해의 위법성이 조각된다고 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방영된 프로그램의 목적이 생명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공익을 위한 것이고, 방영된 화면이 단시간이고, 내용 역시 부정적인 면을 포함하고 있지 않으나, 촬영에 앞서 김씨가 박PD에게 당시 처한 사정을 설명하면서 촬영을 거절하는 뜻을 분명히 밝힌 점에서 피고들은 김씨의 아내와 아들에게 각각 700만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재판부는 김씨에 대한 초상권 침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김씨를 촬영한 장면은 방송에 안 나오고, 아내와 아들의 초상권 침해 정도가 크지 않으며, 경험칙상 원고들과 김씨의 관계를 아는 사람도 친지 등 한정돼 있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참작할 때 아내와 아들의 초상권 침해로 인한 정신적 고통이 김씨에게까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 대법원, 공동불법행위자로 손해배상책임 인정해 700만원씩

그러자 KBS와 병원 24시 프로그램 PD가 상고했으나, 대법원 제3부(주심 김황식 대법관)는 상고를 기각하고, “피고들은 연대해 아이와 그 엄마에게 700만원씩을 지급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2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KBS는 방송권자 내지 방송주체로서 외주로 제작된 프로그램을 검수해 불충분한 사항에 대해 J사에게 수정 또는 보완을 요구할 수 있고, ‘병원 24시’ 프로그램의 PD는 최종 편집권한이 있어 프로그램이 초상권을 침해하는지 등에 대해 주의를 기울여야 할 의무가 있음에도 이에 위반해 방영한 잘못이 있는 만큼 초상권 침해에 대해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손해배상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