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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작성인 사망 전 유서 가져가면 절도죄

자신 앞으로 된 유서 가져간 절도범에 벌금 200만원

2008-01-10 12:35:47

본인 앞으로 작성된 유서라도 작성자가 자살하기 전에 동의 없이 가져갔다면 절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김OO(45)씨는 2005년 6월 29일 거래관계에 있던 하청업체 D회사 대표 최OO씨에게 경영상태에 대한 자료를 제출해 달라고 요구했는데 최씨가 약속시간까지 자료를 제출하지 않아 사무실을 방문했다.

그런데 D회사의 경리는 이날 사장인 최씨가 자금난을 비관해 거래관계에 있던 사람들과 회사 직원들 앞으로 써 놓은 여러 통의 유서를 발견하고, 마침 방문한 김씨에게 유서를 보여줬다.

김씨는 유서들의 수취인을 확인한 뒤 자신 앞으로 쓰려진 유서를 가지고 나갔다.

경영악화를 고민하던 최씨는 자신의 회사에 하청을 주던 김씨의 회사 대표이사뿐만 아니라 경쟁관계에 있던 회사 직원들에게도 자신을 도와주지 않은 데 대해 원망하고 질타하는 내용의 유서를 작성해 놓았다.

결국 최씨는 30일 새벽 스스로 목숨을 끊었고, 이에 최씨의 유족들은 김씨가 피해자의 자살을 유발했다고 주장하면서 피고인에 대한 엄벌을 탄원했다.

김씨는 최씨가 자살하기 전에 유서를 가져간 것에 대해 절도 혐의로 기소됐고, 울산지법 형사3단독 김진영 판사는 2006년 7월 김씨의 혐의를 인정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자 김씨는 “유서의 명의인이 자신 앞으로 돼 있어 가져간 것에 불과해 절도죄의 범의가 없었다”며 항소했고, 울산지법 제1형사부(재판장 김형천 부장판사)는 지난해 4월 김씨의 항소를 기각하고 1심대로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비록 자신 앞으로 쓰여진 유서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살아있는 동안 피해자의 허락 없이 유서를 가져가 다시 돌려주지 않은 이상 절도죄의 범의나 불법영득의사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고 유죄를 인정했다.

이에 김씨는 상고했으나, 대법원의 판단도 다르지 않았다. 대법원 제2부(주심 박일환 대법관)는 김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한 것으로 10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형법상 절취란 타인이 점유하고 있는 소유물을 점유자의 의사에 반해 자기 또는 제3자의 점유로 옮기는 것을 말한다”며 “점유 이전에 관한 점유자의 명시적·묵시적인 동의가 있었던 것으로 인정되지 않는 한 절도죄는 성립하는 것이고, 그러한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불법영득 의사가 없었다고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비록 피고인 앞으로 작성된 유서라고 하더라도 피해자가 살아있는 동안 피해자의 허락 없이 유서를 가져간 이상 피고인에게 절취의 범의나 불법영득의 의사가 없었다고 보기 어렵다는 원심의 판단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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