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부산경실련은 균형발전이라는 이름 아래 지방분권과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통합 결정을 반대한다고 천명했다.
한성숙 국무총리는 9월 3일 ‘행정·공공기관 이전 및 공공기관 기능개혁’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역대 최대 규모인 109개 공공기관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전국 4개 항만공사를 가칭 '한국항만공사'로 통합하는 것을 공식화했다. 정부는 발전 5사 통합과 나란히 항만공사 통합을 ‘국제 항만경쟁력 강화’라는 명분으로 내세웠다.
부산경실련은 이미 지난 7월 30일, 4대 항만공사 통합 시도를 시대에 역행하는 명백한 퇴보로 규정하고 즉각 중단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런데 정부는 지역사회의 반대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 기능개혁의 이름으로 통합을 결정한 것이다.
부산경실련은 9월 4일 입장문을 내고 정부의 이러한 일방적 강행 시도를 규탄하며, 4대 항만공사의 통합 결정을 철회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첫째, 화물 성격도 운영방식도 다른 항만을 하나로 묶는 것은 항만경영의 가장 기본적인 원리를 부정하는 일이다.
부산항은 컨테이너 환적을, 광양항은 배후산업과 연계된 종합물류를, 인천항은 대(對)중국 교역을, 울산항은 에너지·물류를 중심으로 움직인다. 취급 화물과 운영방식, 배후 경제권이 저마다 다른 항만을 과거처럼 하나의 기관으로 묶겠다는 발상은 현장 대응력 약화와 항만경쟁력 저하로 이어질 뿐이다.
둘째, 이는 세계적인 항만 분권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퇴보다.
1909년 런던항만공사 설립 이래 선진 항만의 관리권은 중앙정부에서 지방정부로, 국영에서 민·공영으로 꾸준히 이양되어왔다. 로테르담항은 로테르담시가 지분 70%, 네델란드 정부가 30%를 나눠갖고 있으며, 로스앤젤레스항과 롱비치항은 시장이 임명하고 시의회가 승인하는 항만위원회를 통해 각각 해당 시(市) 소속 항만부서로 운영된다.
또한 뉴욕·뉴저지항은 뉴욕주·뉴저지주 주지사가 각 6명씩 임명하는 12명의 위원이 관리권을 갖고 있고, 상하이항 역시 상하이시가 지분과 관리권을 갖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 정부는 이 흐름을 거슬러 20여 년 전 컨테이너부두공단 시절의 국유·국영 체제로 되돌아가려 하고 있다.
셋째, 세계 주요 항만이 지방정부의 지분과 인사권 아래 자율적으로 운영되는 것과 정반대로, 정작 조직 통합 등 공사의 운명을 결정할 권한은 지역이 아닌 중앙정부가 쥐고 있다.
부산항만공사는 2004년 국유재산이던 부산항을 국가가 현물출자하여 설립된 기관으로, 현재 지분은 재정경제부(87.31%)와 한국해양진흥공사(12.69%)가 전량 보유하고 있어 부산시가 보유한 지분은 전혀 없다. 최고 의결기구인 항만위원회 역시 7명의 위원 가운데 부산시가 추천할 수 있는 인사는 단 2명뿐이며 나머지는 경상남도 1명, 해양수산부가 4명을 추천한다. 따라서 부산시는 주요 결정권을 갖지 못하는 구조에서 통합 등 항만공사의 존립 자체를 바꾸는 결정에 전혀 목소리를 낼 수 없다.
게다가 부산항만공사는 중앙의 통제에 발이 묶여 있어, 벌어들인 수익조차 지역에 재투자할 자율성이 없다. 부대사업에 출자 한번 하려 해도 해양수산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하고 금액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재정경제부와 사전협의를 거쳐야 하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 결과 2025년 매출 4,049억 원, 당기순이익 439억 원(순이익률 10.8%)으로 국내 항만공사 가운데 최고 수준의 흑자 성과를 거두고도, 그 수익 상당액은 지역 재투자 대신 정부 배당금이라는 이름으로 고스란히 국고에 환수됐다.
이런 상황에서 통합까지 강행된다면, 지역 항만의 손발은 더욱 단단히 묶여 '껍데기만 남고 돈만 빨려나가는' 구조를 전국으로 고착시키는 결과만 낳을 것이다.
넷째, 3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행정기관 이전 원칙과 모순된다.
총리는 이번 공공기관·행정기관 이전 원칙으로 “나눠먹기식 배분을 지양하고 지역 성장의 에너지를 모닥불처럼 모아, 혁신도시를 중심으로 집적 배치해 지역 거점의 힘을 극대화하겠다”며 균형발전과 지역 주도권을 강조했다.
그러나 정작 항만공사에 대해서는 지역 기반의 개별 공기업을 해체해 중앙통제 기관으로 되돌리려 하고 있다. 균형발전을 주장하면서 지방분권의 상징적 성과를 거꾸로 되돌리는 것은 정부 스스로 내세운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하는 자기모순이다.
부산항은 부산 시민과 함께 성장해 온 800만 부·울·경의 공동자산이다.
부산경실련은 "학계·시민사회·지방정부와 뜻을 모아 지속적인 공론의 장을 열고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하나로 결집해 나갈 것이다. 정부는 항만공사의 자율성 강화로 인한 이익이 통합보다 훨씬 크다는 점을 명심하고 시대착오적 통합의 시계를 멈추고 지역과 상생하는 분권형 항만의 길로 돌아와야 한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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