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로이슈

검색

일반사회

천주교인권위원회 등 단체, 교정시설 취사작업 진정 사건에 대한 국가인권위 의견표명에 공동 논평 내

과도한 작업시간과 턱없이 낮은 작업장려금 등 핵심적인 진정 취지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판단하거나 외면

2026-08-24 20:56:48

[로이슈 전용모 기자]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공익인권변론센터, 천주교인권위원회는 8월 24일 교정시설 취사작업에 대한 국가인권위의 의견표명에 대해 공동 논평을 냈다.

8월 2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정시설 취사작업 진정 사건에서 △취사장에서 현재 실시되고 있는 휴일(월 1회 혹은 2회) 외 추가적으로 휴일을 제공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고 △안전한 작업환경을 위해 현재 취사장에서 사용하고 있는 작업용품이 적절한지 검토하고 적절한 작업용품(앞치마, 고무장화 등)을 구비해 착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의견을 법무부장관에게 표명했다.

단체들은 이번 의견표명이 취사작업 수형자의 노동권과 건강권 증진에 필요한 조치라고 평가하고 환영한다면서도 이번 의견표명은 과도한 작업시간과 턱없이 낮은 작업장려금 등 핵심적인 진정 취지에 대해서는 소극적으로 판단하거나 외면함으로써 뚜렷한 한계를 드러냈다고 봤다.

이번 진정 사건의 피해자는 2024년 3월 말부터 2025년 2월 말까지 A교도소 취사장에서 취사작업을 수행했는데, 작업 중 과도한 작업시간,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작업환경, 낮은 작업장려금으로 인해 헌법상 인간답게 살 권리와 노동권, 건강권을 침해 받았다는 것이다.

2025년 7월 단체들은 법무부장관과 A교도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징역형을 받은 수형자는 노역 복무 의무에 따라 법적 의무로서 작업을 수행해야 하고, 정당한 사유 없이 작업을 거부하거나 태만히 하면 징벌을 부과받을 수 있다.

2011년 고용노동부는 “교도작업은 사회복귀와 기술습득을 위한 것으로 일반적인 근로계약 관계와 같이 쌍방의 자유의사에 의한 노무와 대가 제공의 관계라 볼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수형자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보기 어렵다고 유권해석을 한 바 있다(근로개선정책과-522). 법무부 예규인 교도작업운영지침에 일부 안전 관련 규정이 있으나,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주에게 구체적인 의무를 부여하는 데 비해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에 그치고 있다.

자유노동의 경우 근로자와 사용자가 동등한 지위에서 자유의사에 따라 근로조건을 결정(근로기준법 제4조)하지만, 수형자의 경우 사용자인 국가의 일방적 지배 아래에 있으므로 동등한 지위에서 작업조건을 결정할 수 없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따라서 강제노동을 하는 수형자라 하더라도 적절한 작업시간과 안전한 작업환경, 작업에 대한 공정한 보수 등을 통해 국제인권기준과 헌법이 규정하는 인간답게 살 권리와 노동권, 건강권을 보장받아야 마땅하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A교도소 취사장에서는 2주에 1회의 휴일을 제공하고 있고, 다른 교정시설에서도 2주에 1회, 월 2~3회, 월 1회의 휴일을 제공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비록 수용자들이 근로자로 인정되지 않더라도 수용자의 충분한 휴식을 통한 작업장에서의 안전 확보와 교정교화,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기 위해서는 작업장에 나가지 않고 수용자 자신의 삶을 돌아보며 출소 후 생활을 계획할 자기만의 시간이 필요할 것이므로 2주에 1일 또는 월 1일 휴일을 부여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면담 참고인들이 모두 화상을 입는 등 사고를 당한 경험이 있는 것을 봤을 때 취사장 내 사고의 위험은 상존하고 있다”며 “적절한 작업용품(앞치마, 고무장화 등)을 구비하고 이를 작업장에서 반드시 착용하게 하여 안전사고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과도한 작업시간>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과도한 작업시간에 관해서는 교도소측 해명과 취사작업 수형자의 참고인 진술을 근거로 A교도소 취사장의 일일 작업시간은 총 5시간 반 이내이고, 7일 작업시간은 42시간 내라고 판단하며 진정을 기각했다. 조사 결과 출퇴근 시간 기준 작업시간은 △조출팀 13시간, △정출팀 10시간 40분, △잔업팀 12시간 10분인데, 식사·운동·휴식·개인정비 시간을 제외한 실제 작업시간이 4시간 25분(정출팀)에서 5시간 24분(조출팀)이므로, 취사장 작업시간은 1일 12시간 이내, 1주 52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는 형집행법 규정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진정 당시 피해자는 매일 13시간(휴게·운동 시간 포함)씩 매주 80~90시간을 일해야 했고, 휴무일은 2주에 1일 또는 4주에 1일이었다고 진술했다. 결정문에 공개된 교도소측 진술에 따르면 취사 작업자는 가석방 심사 시 최우선적으로 고려되므로, 현재 취사작업을 하고 있는 다른 수형자의 진술은 왜곡되었을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수형자들은 교도소측 수용관리의 편의를 이유로 교도작업 시 휴식시간에도 수용거실로 복귀하지 못하고 취사장에 출근한 상태로 휴식하므로 휴식시간이 일정하지 않고, 휴식시간에도 교도관의 관리 하에 있어 자유로운 휴식이 불가능하며 언제든 작업에 투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국가인권위원회가 간과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또한 국가인권위원회는 수형자의 작업시간 제한 규정이 자유노동자의 근로시간 제한 규정에 비해 완화되어 있다는 점도 외면했다.

근로기준법은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 이내(제50조 제2항), △1주의 근로시간은 40시간 이내(제50조 제1항), △당사자간 합의 시 1주의 근로시간은 12시간이 연장된 52시간 이내로 정하고 있으며(제53조), △1주에 평균 1회 이상의 유급휴일을 보장하고(제55조 제1항),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제110조)고 규정하고 있다.

국제인권기준인 넬슨만델라규칙 제102조는 “수형자의 하루 및 주당 최대 작업시간은 자유노동자의 고용에 관한 지역적 기준과 관습을 참작하여 법률 또는 행정규칙으로 정하여야 한다”(제1항), “정해진 작업시간은 주당 하루의 휴일과 수형자에 대한 처우 및 사회복귀 원조의 일부로서 요구되는 교육과 그 밖의 활동을 위한 충분한 시간을 남겨두는 것이어야 한다”(제2항)라고 선언하고 있다. 수형자의 경우 시설 관리자의 일방적 지배 아래에 있어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 연장의 전제가 되는 합의의 진정성을 확인하기가 곤란한 점을 감안하여, 수형자의 작업시간 제한 규정을 근로기준법의 근로시간 제한 규정에 부합하거나 그보다 강화하도록 개정함으로써 장시간 작업을 원천적으로 방지해야 할 필요가 있다.

<안전이 확보되지 않는 작업환경>

작업환경에 관해 진정 당시 피해자는 △취사장에 산업안전보건법 등에 따른 물질안전보건자료(MSDS)가 게시되어 있지 않았고 이에 관한 교육도 시행되지 않았으며, △보안경을 지급받지 못해 작업 중 음식물 찌꺼기나 세제, 락스 등이 눈에 튀어 들어와 소내에서 판매하는 ‘브라이’라는 점안액이 수형자들의 필수품이 되었고, △뜨거운 물과 약품으로 인해 공업용 고무장갑이 찢어지는 일이 허다했는데 여유분이 없다는 이유로 바로 교환해주지 않아 남은 한쪽을 뒤집어서 짝을 맞추거나 일반 고무장갑으로 지급받기도 했으며, △반코팅 장갑의 경우 1년 동안 2번 지급 받았으며, 일반 목장갑도 정기적으로 지급되지 않아 매일 세탁하여 사용해야 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현장 조사 결과, 취사장에 물질안전보건자료를 비롯한 작업안전수칙 등이 게시되어 있고 비품 창고에 고무장화 등이 다량 보관되어 있으며, 다수의 참고인들이 작업용품은 교체를 요청하면 즉시 교체해 준다고 진술했다는 이유로 진정을 기각했다.

이 사건 진정 제기 후에라도 취사장에 물질안전보건자료가 게시되고 작업용품의 교체가 원활해졌다면 이는 다행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단체들은 교정시설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로부터 수형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는 점이 이번 의견표명에 반영되지 않았음을 지적했다.

종전 산업안전보건법은 그 목적(제1조)을 “근로자의 안전과 보건을 유지·증진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규정하여 보호 대상을 ‘근로자’로 두었으나, 산업재해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기 위하여 법의 보호 대상을 다양한 고용형태의 노무제공자가 포함될 수 있도록 넓히기 위해 2019. 1. 전부개정되어 그 보호 대상이 ‘노무를 제공하는 사람’으로 확대되었다. 이에 따라 계약의 형식에 관계없이 근로자와 유사하게 노무를 제공하여 업무상의 재해로부터 보호할 필요가 있음에도 근로기준법 등이 적용되지 않는 △배달종사자, △보험설계사, △대리운전자, △학습지 교사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가 보호 대상에 포함됐다. 한편, 2021년에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어 사업주의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를 강화했다.

넬슨만델라규칙 제101조는 “자유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교도소 내에서도 동일하게 준수되어야 한다”(제1항), “직업병을 포함하여 산업재해로부터 수형자들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이 마련되어야 하며, 이 규정은 법률에 의하여 자유노동자에게 인정되는 조건보다 불리한 것이어서는 안 된다”(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교정시설 작업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재해로부터 수형자를 보호하기 위해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의 산재 보상 체계(제36조)나 산업안전보건법의 작업중지권(제52조)과 같은 노동자 보호 조치를 수형자에게도 적용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낮은 작업장려금>

피해자의 2024년 월평균 작업장려금은 139,140원으로, 당시 최저임금의 약 1/15(6.8%)에 불과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낮은 작업장려금에 관해서는 헌법 제23조의 재산권 관련 사안이므로 국가인권위원회법의 조사대상(헌법 제10조부터 제22조)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각하했다.

하지만 작업장려금의 수준이 지나치게 낮아 교도작업이 국가가 수형자의 노동력을 일방적으로 착취하는 강제노동에 머무른다면, 이는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헌법 제10조가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으로 보고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대상에 포함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작업장려금은 수형자의 노동에 합당한 경제적 보상을 함으로써 최소한의 인격적 주체성을 인정하는 수단이자, 형기를 마친 출소자가 당장의 생계 곤란으로 인해 재범에 빠지는 것을 막고 사회복귀를 원활하게 만드는 최소한의 종잣돈 역할을 한다.

작업장려금 지급은 ‘교도작업특별회계 운영지침’ 제73조 내지 제77조에 따르는데, 피해자와 같은 취사원의 1일 작업장려금 지급기준액은 등급에 따라 △상 3,700원, △중 3,200원, △하 2,700원이다(별표 7). 이는 2012. 12. 1. 2,500원~3500원으로 정해진 이래 10년 이상 동결되었다가 2024. 2. 14. 소액(200원) 인상된 채 현재에 이르고 있다.

2023년 독일 연방헌법재판소는 바이에른주와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교도소에 수감된 두 수형자가 작업에 대해 시간당 1.30유로에서 2.30유로 사이의 낮은 급여를 받자 청구한 헌법소원심판에서 “수형자가 그에게 지급되는 보수의 액수를 통해 최소한 유급 노동이 삶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의미가 있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는 경우에만 헌법상 명령인 재사회화에 기여할 수 있다”, “입법자는 (낮은) 급여가 복역해야 하는 형벌의 일부로 경험되지 않도록 하는 법적 기틀을 갖출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라며 낮은 급여를 규정한 주 법률 규정이 기본법상 재사회화명령에 위배되며 청구인들의 재사회화에 관한 권리를 침해한다고 결정했다(2 BvR 166/16, 2 BvR 1683/17).

게다가 국가인권위원회는 2022년 교정시설 방문조사에 따른 권고에서 피보호감호자의 근로보상금(수형자의 작업장려금에 해당)에 대해 “최저임금을 고려하여 해당 경제 부문에서 자유 고용에 종사하는 노동자의 노동 조건에 접근하게 최저임금 기준 60% 이상 지급되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국가인권위원회 2023. 10. 13.자 22방문0000200 결정).

이는 노역 의무가 없는 피보호감호자에 관한 권고이나, 수형자도 피보호감호자와 마찬가지로 출소 후 생계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일정 액수의 작업장려금을 보장받아야 할 것이다. 이처럼 과거 유사한 권고 사례까지 있는 마당에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간단하게 각하하고 의견표명조차 하지 않은 이번 결정은 도무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넬슨만델라규칙 제103조는 “수형자의 작업에 대한 공정한 보수제도가 있어야 한다”(제1항), “이 제도 하에서 수형자는 적어도 수입의 일부를 자신의 용도를 위하여 허가된 물품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고 일부를 가족에게 보내는 것이 허용되어야 한다”(제2항)라고 규정하고 있다.

단체들은, 자유노동자의 최저임금은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이 참여하는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를 통해 결정되지만, 작업장려금은 법무부가 일방적으로 결정하므로 앞으로도 낮은 수준으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 작업장려금을 정할 때 사회 전반의 물가 인상분을 감안하지 않으면 실질 작업장려금은 오히려 줄어들 수 있다. 따라서 수형자의 작업장려금을 최저임금액 이상으로 지급하도록 의무화하거나, 최소한 최저임금액의 일정 비율 이상을 보장하도록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전용모 로이슈(lawissue) 기자 sisalaw@lawissue.co.kr
로이슈가 제공하는 콘텐츠에 대해 독자는 친근하게 접근할 권리와 정정·반론·추후 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메일: law@lawissue.co.kr 전화번호: 02-6925-0217
리스트바로가기
상단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