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확대보기그러나 음주나 기억유무만으로 성립 여부가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과 법원은 당시 상대방이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는지, 피의자가 이를 인식·이용했는지 등을 사건 전후의 정황과 증거를 토대로 살펴본다.
A씨와 B씨가 술자리 후 숙박업소로 이동해 성관계가 있었고, 다음 날 B씨가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며 신고했다고 가정해 보자.
함께 숙소로 이동했다는 사실만으로 동의로 단정하기 어렵고 반대로 기억이 없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였다고 단정할 수도 없다.
수사와 재판에서는 음주량·주량,보행·의사소통 상태,부축여부,이동경로와 CCTV·택시·결제기록 등을 당시 상황 확인하는 자료로 활용 할 수 있다. 다만 CCTV상 걷거나 행동했다는 사정만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있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알코올 블랙아웃’이 있었더라도 당시 의식·판단능력은 별도로 확인해야 한다. 대법원은 준강간죄에서 심신상실을 성적 행위에 대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없는 상태로, 항거불능은 심리적 또는 물리적으로 반항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상태로 보고 있다.
따라서 완전히 의식을 잃지 않았더라도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없는 상태였다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형법 제299조는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해 간음·추행한 경우 준강간·준강제추행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한다. 따라서 음주나 기억유무만으로 판단하기보다, 당시 상대방의 판단·대응능력과 피의자가 그 상태를 인식·이용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CCTV, 카카오톡·문자·SNS DM, 카드결제·택시·통화기록, 목격자 진술 등도 사건 전후 정황을 확인하는 자료가 될 수 있다. 다만 CCTV에서 걷거나 대화모습이 확인됐다는 사정만으로 정상적인 판단능력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또한 CCTV 등 일부 자료는 시간이 지나면 확보가 어려워질 수 있어 사건 초기 보존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음주로 기억이 불명확한 경우 추측성 진술이 이후 객관자료와 어긋나면 진술의 신빙성이 문제될 수 있다. 첫 조사 전에는 음주 경위, 이동 과정, 사건 전후 대화, 결제·택시 기록, CCTV 등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해 객관자료와 기억이 부합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술자리 이후 발생한 준강간·준강제추행 사건에서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결론이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당시 정상적인 판단능력과 대응·조절능력을 행사할 수 있었는지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된다. 반대로 CCTV상 일부 행동이 가능했다는 사정 하나만으로 정상적인 상태였다고 단정해서도 안 된다.
당사자의 진술이 엇갈리는 사건일수록 CCTV와 사건 전후 카카오톡·문자, 이동·결제기록 등 객관자료를 보존하고 사건의 전체 시간흐름을 재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첫 조사 진술은 이후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계속 검토될 수 있어 조사 전 객관자료와 자신의 기억을 충분히 대조해 사실관계를 정리할 필요가 있다.
도움말 법무법인 류헌 이재도 성범죄전문변호사
진가영 로이슈(lawissue) 기자 jky197@lawissu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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