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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0조 반도체 클러스터의 이면…납품할수록 빚지는”뿌리기업

2026-07-07 08:20:36

[사진=AI 활용 이미지]이미지 확대보기
[사진=AI 활용 이미지]
"일을 할수록 빚이 늘어납니다"

800조 원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투자 소식이 쏟아지는 동안, 그 아래를 떠받치는 뿌리기업들은 정반대의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 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와 첨단산업 육성에 속도를 내는 사이, 정작 제조업의 근간을 지탱해 온 소규모 협력업체들은 원가 상승분을 납품단가에 반영받지 못한 채 매출이 늘어도 손에 쥐는 것은 빚뿐인 구조에 갇혀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가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첨단산업 투자 확대를 추진하면서 산업 전반의 성장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생산 현장에서는 기존 제조 기반을 지탱해 온 소규모 협력업체의 경영 부담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실례로 경기도 화성의 한 자동차부품 임가공업체는 최저임금, 전기요금, 설비 유지비, 외주 보수비 등 실질 원가가 계속 오르는데도 납품단가는 이를 따라가지 못해, 세금과 인건비를 내고 나면 이윤이 남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특히 원재료를 직접 구매하지 않는 임가공 방식에서는 기존 원재료 중심 단가 연동 방식이 실제 비용 구조를 반영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생산 과정에서는 노무비와 설비 유지비, 긴급 납품 대응 비용 등이 주요 원가로 작용하지만 협상 과정에서 반영 범위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인력난까지 겹쳐 대표자가 생산관리부터 경리, 납품까지 도맡는 사례도 늘고 있으며, 원청의 안전재고 미확보로 인한 긴급 납품 요구가 협력업체의 연장·휴일근로 부담으로 고스란히 전가되고 있다. 그러나 거래 단절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단가조정 요구조차 쉽지 않은 실정이다.

납기 운영 방식도 부담 요인으로 지목된다. 일부 거래 구조에서는 사전 계획 없이 물량이 투입된 뒤 단기간 내 납품을 요구하는 사례가 반복되면서 연장 근로와 추가 운송, 설비 사용 증가가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추가 비용은 별도 단가에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거래 구조상 단가 조정 요구가 쉽지 않은 점도 문제로 제기된다. 특정 거래처 의존도가 높은 협력업체는 거래 축소나 중단 가능성 때문에 제도적 절차를 활용하는 데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기요금과 인건비 등 주요 비용 항목이 동시에 상승하는 상황에서 납품단가가 수년간 유지되면 동일 물량 기준으로 손익 구조가 변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반도체와 자동차 등 첨단 제조업이 대기업 투자만으로 완성되지 않으며, 열처리·도금·기계가공 등 공정별 협력업체가 공급망을 구성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러한 구조에서 하위 단계의 비용 부담이 누적될 경우 전체 산업 경쟁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원재료뿐 아니라 노무비, 에너지 비용, 설비 유지비 등을 포함하는 단가 연동 방식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다. 또한 장기 거래에서는 정기적인 원가 재검토와 객관적 비용 지표 변동 반영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편도욱 로이슈 기자 toy1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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